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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란 Jan 01. 2025

우리 사이의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니까






어느 날 아이가 나를 물끄러니 보더니 물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어?" 좋아했으니까 결혼했지 나는 당연하다는건조하게 대답했다. 무언가 해소되지 못하는 듯한 아이 얼굴을 보자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그럼 너가 보기엔, 아빠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거 같은데?"

- 아빠는 엄마를 싫어카지노 가입 쿠폰 같아.

삐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엄마도 아빠를 싫어하는 거 같아?"

- 아니, 엄마는 중간!



중간이라니. 차라리 서로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해줬으면 더 나았을 것을. 그럼에도 나는 푸하하하 웃어버렸다. 아이 입장에서는 요즘 나에 대입해서 자주 생각하는 모양인데, 왜 저런 뻣뻣한 남자와 결혼한 것일까 심히 궁금한 듯 싶다.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데는 많은 근거가 있음을 안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의 그의 말투는 딱딱하고, 10대 초부터 혼자 자취하며 지낸 탓에 생존 본능만이 강하게 남아 초 개인적이며, 감정선이 로봇처럼 단편적이다(아니, 로봇이 더 다양하겠다).



그런 그가 연애 때는 꽤나 다정했으니 그 당시에는 얼마나 본성을 역행하며 초싸이언 모드로 사랑에 헌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그게 더 대단해보인다. 긴 연애와 결혼을 하고 사람은 점자 자기 본성의 자아를 되찾아간다. 아이와 고양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들에게 그의 본성은 발현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모든 이들! 그러니까, 정말로 사랑하고 아껴줘야하는 자식같은 존재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딱딱함이 적용된다는 것에서 나는 그나마 덜 서운함을 느껴야 한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에게 다정하지 않는 남자. 아, 슬픈 다행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인류의 진화론적 접근은 결혼관에서도 적용된다. 사랑이라는 제한된 호르몬이 어느정도 휘발되고 나면 남녀 사이에는 다른 어떠한 것이 그 공간을 매꿔야하는데, 그것은 삶의 서사를 흐르면서 다양한 이름으로 바꿔 부르며 나타난다. 설렘, 뜨거움, 열정, 애틋함, 부모라는 연대, 연민, 존경, 따뜻함. 이 모든 일련의 감정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면서 결국에 남는 미지근하지만 꺼지지도 않는 작은 온기. 바로 다정함이다. 우리 사이를 스쳤던 수많은 감정들의 가장 마지막에 여과되어 남은 것.



결혼기념일을 챙기고, 손편지를 하며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남자를 원한 적도 없지만 집에 들어오고 나갈때 온다간다 말이라고 해주기를.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으며 들어주기를 바라지도 않으니, 내가 하는 몇마디의 말에 응이라고 대답이라도 해주기를.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조차 많은 것을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는 주눅드는 마음. 다정한 부부라는 두 단어 사이에 내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 같았다.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는 아니라면서 다정함을 갈구하다니. 어째 한끝차이로 비슷하게 형편없다. 그냥 카지노 가입 쿠폰은 엄마 친구 아들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불현듯 어쩌다 갑자기 그의 다정을 떠올린다. 그때는 다정인지도 모를 것들이 한참 지나고 나면 그랬구나 해져버린다. "지금 먹어야 맛었어" "이거 필요하다고 했지" "그때 말했던 그 여행지..." 다정의 빈도도 크기도 표현도 서로가 달랐다. 내가 원했던 따듯한 말한마디를 해주는 대신 잘 익는 반드시 지금 먹어야 하는 소고기 큰 조각을 내 접시에 올려두는 다정. 꽁돈 생기면 사고 싶다고 나 조차도 흘려 말하고 잊어버린 그것을 조용히 건네는 다정. 내가 가고싶다고 말했던 여행지의 근처 맛집을 찾아내는 다정. 나의 다정과는 분명히 다른 시간차와 온도가 있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야 문득 알게 되는 그런 식의 다정함이 있었다. 서로의 성격과 취향만큼이나 너무도 다른 다정함의 차이.



그래서 한참 시간이 흐르고, 길을 걷다 문득 아! 하고 떠올리는 그런식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매번 경험하고 또 잊고 다시 꺼내 생각한다.



둘은 맨날 싸우고 서로를 싫어하는데 왜 결혼했어? 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랑을 명사로만 생각하며 묻는 질문에 동사로 대답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아이는 알까.그는 지금 먹어야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내 접시에 올려준다. 나는 정리를 못해 늘 난장판이 되는 그의 운동방을 청소 한다. 그는 내가 잘 따지 못하는 와인병을 따준다. 나는 그의 야식하는 습관을 야단친다. 사랑해라는 말은 단 한글자도 들어있지 않는 일상적이고 투박한 말들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다정함을 얘기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사랑은 말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니까. 말하기엔 너무나 아득한 그 무엇이 분명해서 또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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