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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Feb 06. 2025

#2-2.3 릴레이 카지노 게임

20231230 김태헌

클론 이식까지 5시간 정도가 남아있다.


많은 생각을 뒤로 한 채 그는 ‘청자 베게’ 프로그램 도우미인 ‘자넷’에게 무심히 지시한다.


“자넷, 난 이제 좀 쉬고 싶어요. MOR24번 으로.”

“ 네, 박사님"


짧은 카지노 게임 대답과 함께 순식간에 공간이 변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하얀색 방이 아니라 저 멀리 노을이 지는 끝없는 바닷가가 보이는 비치체어에 앉아 있다.

천천히 모래를 쓰는 파도소리와 뒤편에서 잔잔하게 들리는 기타소리가 그의 지친 심신에 편안함을 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편안한 광경도 조금 전에 떠올린 그녀의 기억을 지우지는 못한다.


그녀를 놓친 그 날 이 후, 그녀의 대한 집착과 환상은 그의 젊은 시절내내 그를 따라 다녔다.

그녀를 대신 할 욕망들을 찾아 많은 나라들을 떠돌았으며 깊은 심해, 심지어 우주까지 다녀 보았다.

그가 본인에 일에 매진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녀였다.

그는 오로지 그녀를 기억속에서 잊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다른 많은 여인들을 만나 왔다.

그녀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여성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그녀를 철저히 무시해도 보았다.

그래도 해결 되지 않자 결국 그는 40년전, 그의 마흔을 앞두고, 그녀의 상세 정보를 기억에서 차단시키는 의사의 소견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 그녀의 모든 부분에 덥어씌우는 부분뇌기억차단 수술을 진행 하였다.

그 결과, 그는 이제는 그녀와의 기억속에서조차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수도, 얼굴을 볼수도 없지만, 오늘도 여전히 그녀가 준 쪽지의 문구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해 내왔다.


그는 긴 침묵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다 긴 한숨과 함께 마음을 정한다.


“ 자넷”

“ 네, 박사님”

“..MOF12로."


이제 그는 10평 남짓한 어느 조그만 도서관 2층의 사서 자리에 앉아 있다.

도서관은 통일 되지 않은 색상과 형태의 책선반들, 무언가 조잡한 느낌의 탁자와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깔끔한 화이트 느낌으로 정돈된 느낌이었다.

그의 앞 책상에 놓인 조그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 외에는 저 멀리 창문으로 보이는 노을의 고요함에 그는 시간이 멈춘 느낌을 받았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사람들이 들어 올 것이며 그 중에 하나가 그녀임을 안다.

1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계단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 도서관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테이블에 그를 포함하여 6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그들의 카지노 게임 모임을 시작한다.

모임이 끝이나고 모두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갈 때 쯤, 그녀가 그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고 있지만 얼굴을 알아 볼수 없었고 그녀의 이름이 기억나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눈빛은 또렷하다.

그녀의 눈빛은 지금의 박사를 꿰뚫고 있는 듯한 눈빛이다.


그리고, 꿈에 매번 나와서 잊지 못하는, 그녀가 전달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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