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1 오현미
그녀가 건낸 쪽지를 받아 주머니속에 만지작 만지작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Beep Beep 하는 소음과 함께 alarm 이 울려 정신이 번쩍든다.
눈을 떠보니 난 어느새 카지노 게임 그 하얀방으로 돌아와있고 내앞의 시계가 12시를 알린다.
“카지노 게임님, 당신의 클론 이식이 곧 시작됩니다. DETAILED OPTION 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게임님이 원하시는 키, 몸무게을 입력하신후 준비된 12가지의 용모중 하나를 선택하시면됩니다. “
‘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그랬으니’ 대두에 SHORT LEG라고 평생한맺힌 나였으니.. 키 : 6 Feet 2inch , 몸무게 62KG, 용모는 11번 – (키아누 리브스에 가장가까운 동양인 용모) 로 조합을 선택한다.
AI 는 나를 INCUBATOR 안으로 들어가라고 지시한다. 극도의 긴장감으로 심장은 튀어나올것같았고, 입안의 침은 다말라 목이 따끔따끔해졌다. 머리속까지도 바늘로 꼭 꼭 찌르는 따가운 이 불안감. 흠 .. 잘한 결정이었을까?, 지금이라도 카지노 게임 안한다고 할수는 없을까? 별별생각이 다 든다. 애라 모르겠다. AI 가 지시하는데로 INCUBATOR 의 초록색 button 을 힘껏 누른다. 하나 둘 셋..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왠지 박하향같은 달짝지근한 꽃내음이난다. 이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내눈이 스르르 감긴다.
“카지노 게임님 일어나세요, AI 는 경쾌한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아래층에 준비되어있는 B 방으로 옴기신후, 원하시는 복장을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 INCUBATOR 를 나와서 지팡이를 잡으려고 몸을 일으키다가 흠짓 놀랐다. 무릎과 고관절통증으로 지팡이없이 2.3발을 못걸었던 무겁고 부담스러웠던 몸은 어디가고, 마치 발에 용수철이라도 달린듯 통통 튕겨져 나가는 내 팔다리. 달리듯이 아랫층의 B 방으로 가서 재빨리 거울부터 찾았다. 반짝거리는 이마와 선명한 눈매. 곱슬곱슬하고 팔랑거리는 머리카락. 곧게 쭉 뻗은 근육질의 다리 . 내몸인지 믿을수가 없어서 자꾸 더듬 더듬 만져 보았다. 갑자기 커지고 펴진 키에 익숙지 않아 PERSPECTIVE 가 바뀌니 모든 사물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으쓱한 기분이다. Id 에 나온데로 내 이름도 불러보았다. 역시 처음들어보는 약간 하이 톤의 낭랑한 목소리도 이내 맘에 든다. 일단 옷차림부터 .. 뒷방에 준비되었던 의상실로 가서 이제 20대 청년에 맞게 스니커즈와 TIGHT JEAN JAKET을 걸친다. 머리를 쓸어내리며 이내 청년의 미소가 맘에 들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대머리를 가리려고 늘 쓰고 다녔던 중절모와 다촛점 안경을 쓰레기통에 속시원하다는듯 홱 집어던지고 방을 나가다가 이내 다시 들어왔다. 하마터면 그녀의 쪽지를 잊어버릴뻔….
AI 의 안내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온다. “카지노 게임님, 축하드립니다. 카지노 게임님은 이제 21세 청년의 몸을 가지셧습니다. Id 는 뒸쪽 서랍에 준비되어있습니다. CLON 이식전에 WARNING 했던 데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시는것 잊지마시길 바랍니다. “
거리에 나오니 초겨울의 온도계가 영하 5도 를 가르치고 있었다. JEAN JACKET 하나만 걸쳤는데도 별로 춥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지나가던 여고생아이들이 나를 흘끔흘끔 쳐다 보는게 느껴졌다 .왠지 기분나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때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며 그시기에 누렸어야 하는 취미를 가져보지 못했던터라, 이제 나한테 다시 주어진 카지노 게임의 몸을 맘껏 써보고싶은 욕심히 솓구쳣다.
몇년전에 연구실의 젊은 카지노 게임들이 MOUNTAIN BIKING CLUB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을때 내심 부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 다짜고짜 INTERNET 에서 MOUNTAIN BIKING CLUB 이라고 써진 GROUP 을 CONTACT 해서 나의 PROFILE 을 올려 가입신청을 했다 . 고맙게도 아주 FRIENDLY 한 분위기의 카지노 게임들이 스스럼없이 나를 반겨주었다. 안그래도 내일7시부터 MOUNTAIN BIKING MARATHON 이 시작되는데 12명 정원에서 1명이 부상으로 JOIN 을 못해서 고민하던 차였는데 잘됐다며 좋아라 했다.
아침 7시인데도 초겨울이라 아직 어둑어둑했다. 찬공기가 싸늘했지만, 왠지 그 찬공기가 폐속 깊이 들어갈때의 그 느낌이 신비롭고 생동감있게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잊어버렸던 젊음의 생기를 다시느끼는것이 여간 즐거운일이 아니었다. 같이 길떠나는 카지노 게임들은 몸을 풀려고 준비운동을 하면서 모두들 꽤 신이나있었다. 그 12명의 카지노 게임들중의 하나가된 나. 약간의 흥분과 함께 BIKING 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하자, 마치 하늘 전체에 누군가 불을 지른듯한 선홍색 구름이 너무나도 아름다왔다. 나와 하늘이 하나되는 그느낌을 맛보는것도 잠시. 앗뿔싸, 돌뿌리에 앞 바퀴가 걸리면서 자전거가 휘청했다. 무게 중심을 잃은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BREAK 를 너무 세게 밟은 나머지, 자전거가 바닥에 고꾸라지면서 360도 회전을 했다. 쓰고 있던 헬멧이 두조각 나면서 초록불이 번쩍했다.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창피하단 생각이 먼저들었다. 게다가 자전거가 뒤집히면서 가지고있던 배낭의 내용물들도 다쏟아져나왔다. 너덜 너덜 해진쪽지를 보는순간 날아갈까 몸을 일으켜세우려는데 …. oh my God….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순간 깨닳았다. 내가 움직일수있는건 그저 눈동자 뿐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