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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것들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성이 있다. 나도 그러하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 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대부분 정답에 근접해 왔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많은 것들은 정규분포 안에 있던 것들이라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삶은 일직선이 아니다. 객관식 5지선다형도 아닐뿐더러 주관식도 아니며 그저 비워진 흰 도화지 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나는 크레파스를 들고 나무 그림을 그리든 그저 일기를 써 내려가든 아니면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버리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놓쳤던 인생의 많은 분기점들, 이를테면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카페 사업이나 할까 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정말 일을 저질러 버렸다면 나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이내믹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무한정한 듯 보이지만 어차피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선 안에서 우리는 춤을 추고 있을 뿐이고 삶의 목적성들이 모여 실타래처럼 얽힌 채 우리는 원 안에서 낑낑거리고 있다.
세상은 차가워 보이지만 그 순간순간에는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온정이 있다. 외로울 것만 같았던 혼자 있는 시간은 그저 고요하여 색다른 의미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지나간 인연은 그대로 존재하는 과거의 폴라로이드 사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사진 뒷면에 조그맣게 그때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우리의 친밀감 같은 것들을 적어 두고 다른 사진들 뭉치에 던져둔 채 살아가고 있다. 그때의 치열하고 격정적이었던 감정들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흘러가는 강물 같은 것인 줄 뒤늦게 깨닫고 나서도 새로운 격랑에 휘말려 어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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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뜨거워 보이지만 가끔 차갑고, 또 때로는 적당하여 느긋한 사람이다. 가끔은 냉소적이고 때로는 친근하기 그지 없다. 나는 나 조차도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타인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믿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 사람이란 항상 바뀌고 변덕스러운 존재다.
나는 뒷면을 뒤집어보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본질적으로 의심해야 하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뒤를 살짝 뒤집어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빛나는 것들 뒤에 쌓인 먼지와 고민 같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좋은 것들만 바라보려 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니라, 오히려 더럽고 힘들고 어렵거나 슬픈 일들을 능동적으로 멀리하겠다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