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중학교 시절에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개는 남은 찬밥을 먹이던 시절이었다. 개에게 사료는 사치였다. 애완견이란 단어도 먹고살만한 집안에 살던 개들에게나 해당되던 시절이다.
우리 집 강아지 보삐는 식당을 하던 우리 집 마당에서 남은 밥을 먹으며 살았다. 2년여 함께 살았고 뽀삐는 우리가 식당을 그만두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내가 캄보디아에서 살게 되었을 때(반티에이 쁘리업-장애인 기술학교),웬디는 이미 그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캄보디아식 2층 나무집(아래층은 개방형으로 주차장이나 부엌이 위치)이었고 거실이 개방된 형태로 거실을 둘러싸고 방이 5개 있는 집이었다. 비슷한 형태의 집이 2개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다.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집은 여자활동가가 많아지면서 남자집과 여자집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웬디(암컷)는 여자집과 남자집으로 분리되면서 여자집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개방된 거실엔 언제나 웬디가 있었다.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사실 웬디라는 이름은 홍콩봉사자의 이름이었다. 그녀가 카지노 게임 추천새끼를 어디선가 데려왔고 홍콩 웬디는 홍콩으로 돌아갔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웬디는 남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이름을 모르던 이후 사람들이 웬디가 데려온 카지노 게임 추천란 뜻으로 자연스럽게 웬디라고 불렀다. 웬디는 자유로운 카지노 게임 추천였다. 집이 일단 개방적이어서 언제나 외출하고 돌아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우리는 카지노 게임 추천를 키운다고 하지 않고 웬디가 여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웬디는 새끼를 일 년에 세 번 정도 임신했고 한 번에 6-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나중엔 감당이 안돼서 불임 주사까지 맞혀야 했다. 그 당시엔 캄보디아에 가축병원은 있어도 동물병원은 없었다. 우리는 농업반 선생님이 주사를 놓아주셨다. 하지만 새끼들은 너무나 너무나 귀여웠다. 웬디가 임신한 사실을 알아채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여러 번의 경험으로 우리는 웬디가 배가 나오기 전에 임신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물론 발정기엔 온 마을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난리라 모를 수가 없기도 하지만, 웬디가 임신을 하면 일단 털이 반질거리고 예뻐진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예측은 맞았다.
웬디는 좋은 엄마였다. 출산이 임박하면 안전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 새끼를 낳기를 원했다. 천장 위나 어디 다른 외진 곳에 새끼를 낳아서 고생한 적이 한두 번 있었다. 그래서 출산이 임박하면 한쪽 베란다에 라면박스를 가져와안 입는 옷가지들을 깔아주기도 하고 물과 사료를 사다 두었다. 다행히 박스 안에서 출산을 해도 때가 되면 이사를 다니기도 했다. 주로 우리가 사는 방안에 옷장(나무로 된 옷장)의 맨 아래칸을 노렸다. 나무로 된 옷장은 오래되고 문짝이 틀어져 잘 안 잠기기도 하고, 그래서 문이 자동으로 열리기도 했다. 여기서는 방문을 거의 안 닫고 살았기 때문에 웬디는 언제라도나의 방을 들어올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열었는데 새끼카지노 게임 추천가 옷장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도 놀라고 새끼도 놀랐다. 안을 들여다보니 웬디가 나도 모르게 새끼들을 하나식 물어다 이사를 해 놓은 상태였다. 웬디가 선반 안에서 눈을 껌뻑거리며 별일 아니라는 듯 나를 쳐봤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들은 웬디 품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기가 막힌 것도 잠시, 웬디가 여기가 안전하다고 느낀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웬디와 새끼들은 내 방 옷장 안에서 살았다.
새끼들이 눈을 뜨고 엄마 젖을 엄청 먹어대기 시작하면 웬디는 삐싹마르고 유두 주변의 털들도 다 빠져서 아주 불쌍한 몰골이 된다. 웬디에게 우리는 하루에 저녁 한 끼 정도만 챙겨준다. 보통의 웬디는 도마뱀부터 쥐, 새, 뱀도 잡아먹고, 아주 친절하게 방문 앞에 가져다 놓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이 시작되면 사비를 털어 사료와 영양제까지 사 먹였다. 새끼들을 돌보느라 사냥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한 번은 젖을 잘 못 먹는 새끼를 굶어 죽게 둘 수가 없어 카지노 게임 추천 초유까지 사다가 먹이면서 키워낸 적도 있었다. 웬디는 매번 새끼들을 잘 키워내었다. 혼자서 탯줄을 자르고 씻기고 먹이며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젖을 뗄 나이가 되면 찡쩍(작은 도마뱀)을 잡아와 새끼들 앞에서 먹는 시연까지 하면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는 법, 잡는 법을 가르쳤다. 이때쯤 되면 집안은 동물의 왕국이 되기 일쑤였다. 뱀, 도마뱀을 잡아오는 녀석이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되면서 아침 방문을 열 때면 조심해야 했다. 방문 앞 걸레받이(작은 러그) 위에 무엇이 올라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종종 잠결에 화장실을 가려고 나오다가 도마뱀 사체를 밟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느 정도 큰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동네에 입양을 보내거나 자연스럽게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웬디는 다시 혼자가 되곤 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만의 일상을 살아갔다. 이 집에서, 이 집으로 오는 많은 손님들과 활동가들과 함께.
나는 그녀, 웬디를 정말 좋아했다. 내가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살던 공동체원으로써,존재만으로 의지가 되는 동료였고 식구였다. 유난히 힘든 날에 기운 없이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드러누우면, 평소엔 불러도 대꾸도 없던 그녀가 내 기분을 위로하듯 부르지 않아도 조용히 내 가슴 위로 올라와 앉는다. 안 그래도 더운데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온기까지 전해서 땀이 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없어 가만히 숨을 죽이고 웬디를 바라본다. 웬디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내 손길을 즐기며 가르랑 거린다. 그러면 쌓여있던 복잡한 생각들이 스르륵 녹아버린다.
반티에이 쁘리업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휴가를 내서 이 집에 돌아올 때면 카지노 게임 추천 어김없이 나를 반겼다.
새로운 활동가가 말하길, 어느 날부터웬디가 아침마다 자기 방문 앞에서 야옹거리며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화를 낸다는 것이다. 나는 왜 그럴까 생각을 하다가 혼자 빵 터져서 웃었다. 직전에 그 방에 살던 활동가가 웬디가 임신을 했을 때 사료를 아침마다 주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웬디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고 웬디는 사료를 달라며 화를 내었던 것이다. 이후 새로운 활동가는 아침마다사료를 갖다 받쳤고 웬디의 화는 가라앉았다고 한다.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그것도 어느 정도 독립적인 개체로써 함께 살아 본 경험은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이여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경험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카지노 게임 추천를 입양할 수 없었고(가둬 놓고 키우기 싫었다)대신 식집사 생활을 시작했다. 식물도 동물 못지않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따뜻한 위로를 준다.
새 잎이 날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찍어대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면 무거운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주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아침이면 물을 말라있는지 확인하고 햇볕이 잘 드는 방향을 찾아 화분을 돌려주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창문을 열어 주었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은 진지하게 써 내려간 책들에서가 아니라 서로의 사이, 관계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된 것 같다. 그것이 단지 동식물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들끼리 관계에도 적용되는 보편적인삶의 지혜가 되었으면 좋겠다.
동물과 식물이 인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가는지이론적으로 잘 풀어내진 못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웬디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가깝지만 멀지 않게, 독립적이지만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웬디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가끔 웬디 생각을 한다. 그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