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인사가 나를 닮아갈 때
조금 습해진 공기가얼굴에 차갑게 내려 앉는다
아침을 가르며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나는
계절의 변화를 확신한다
5월을 하루 남긴 오늘,
차가운 커피가 매력을 잃는 걸 보니
이곳의 가을은 깊어만 가고
이곳에서의 우리의 시간은 또 이만큼 지나가고 있다
아직은 빛을 머금은 거리는
곧 빛을 잃고 회색옷을 입는다는데
나는 빛을 저장이라도 하려는 듯
열심히 골목을 걷고 또 걷는다
골목을 돌때마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도
종종 나지막히 인사를 하고
나를 몇번 오며 가며 봤던 사람들은 목례와 인사를
같이 하기도 한다
고개를 가볍게 숙이면서 손은 흔들면서
입으로는 Buenosdias, Grasias 를 말한다
이토록 어색한 인사는
그나마 시간이 지나며 이들처럼 자연스러워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긴장한 한 동양인이 개와 아이들과 함께
골목과 길을 닳도록 걸어다니는 걸 보았을까
이들의 익숙한 풍경안에
낯선 내가 녹아내리는 백일 동안
이들의 경계는 조용한 인정으로 바뀌어 갔다
이들의 인사가 나를 닮아갈 때
나의 인사도 이들을 닮아 침착하고 따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