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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유로 요즘 벽을 찍고 있다. 어느 날은 평소 산책길에자주 만나던 붉은 벽돌담을찾았다. 기억 속에 머문 것만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벽을 이렇게자세히 쳐다본 적이 없었다. 벽을 보고 들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면 묘한 붉은색에 자꾸 눈길이 간단것과성수동에선 붉은 옛 벽돌을 살리면 지원금도 준다는데 이 녀석은 한강 구석에 있어 주목도 받지 못하는구나 싶은 정도였다. 막상 셔터를 누르려고 하니 표면의 붉은색 벽돌 하나하나가 마치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는 듯 보여 멈추고 말았다. 어떤 아이는 깊게 파인 흔적이 보였고, 어떤 아이는 사포로 문댄 것만 같은 상처가 보였다. 허연색으로 흠집이 나 있던 대부분의 벽돌과 달리기름때가 묻은 것 같은 검은색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다. 생채기모양과 위치도 제각각 다른 모양새였다.공장에서 갓 생산되었을 땐 상처 없이 매끈한 표면을 가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텐데 어느새 이토록 바래버린 걸까? 긴 시간 동안 이 앞을 지나친 사람들의 발자취를 얼마나 많이 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까? 벽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그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또다시 습관처럼 망상의 시간을 보내던 찰나벽면 아래쪽이 밝아지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교각 사이로 넘어가던 해가 보였다. 해는 그렇게 붉은 벽돌을 노랗게 물들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빛은 벽돌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 벽돌의 생채기가 조금씩 희미해지자셔터를 눌러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셔터를 누른다는 건 작별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붉은색 벽돌담과의 이야기를 담은 후 나는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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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지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었나...
입대를 하고 1년 정도 됐을 때쯤 집에 전화하니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글쎄 우리 집에 강아지 두 마리가 오게 되었단 거였다. 어릴 때 그토록 강아지를 키웠으면 했는데 하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작고 하얀 공주는 옆집에서 못 키우겠다며 다른 곳에 보내려던 걸 데려온 거라 했고, 황금색에 눈이 큰 녀석은 아버지가 다니던 직장의 여직원이 부모님 반대로 키우지 못하게 된 걸 데려온 거라 했다. 모두 어린 강아지라며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너무 보고 싶었지만 군대에 있으니 사진마저도 볼 수가 없었다. 다음 휴가 때 되어서야 작대기 세 개를 달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하얀 공주님은 낯선 군인 아저씨가 무서웠는지 엄마 뒤에 숨어 짓기 시작했고 눈이 큰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내 품에 안겨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이미 아기의 모습은 없었고 다른 성향을 가진 채 성장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극 내향인과 극 외향인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15년을 함께 지내다 두 아이는 1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눈이 큰 아이가 먼저 떠났다. 어느 날 아침,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다. 축 늘어진 아이를 이불에 싸서 뒷자리에 태우고 엄마와 둘이 화장터에 다녀왔다. 개가 아닌 가족이라 생각했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로 인해 이토록 슬퍼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겨울이라 해가 일찍 넘어갔고 집안은 어둠으로 가득했지만 불을 켜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난점퍼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울기만 했다.
산책을 하는데 저 멀리 강아지와 보호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강가인 데다 둘밖에 없어서 그런지 목줄을 잠시 풀어놨던 것 같은데 목줄 없는 자유로움을 녀석은 들썩이는엉덩이로 말하고 있었다.넓은 공간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녀석은 보호자 옆을 떠나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마치 아직도 부모님 집에 있을 것만 같은, 하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두 아이가 생각났다. 슬프지만 언젠가 저들에게도 헤어지는 순간이 올 테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지금처럼 차곡차곡 쌓은 하루가 저들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 순간을 영원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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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만료일이 2년이 넘게 흘렀다. 세상에... 2020년 2월. 코로나가 이제 막 터졌을 시기에 가족들과 보라카이를 다녀온 걸 끝으로 우리나라 밖을 나가지 않았던 거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해외에 나가는 걸 미루어야 하기도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권 만료일이 2년이나 지난 건 꽤 충격이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 나라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곤했는데, 만료일 체크를 하지 않았단 건 이젠 새로운 세상을 만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조차 하지 않고 살았단 걸 의미했다.그건 마치 현실에 안주한 삶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안주한단 것이 편안한 삶을 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단 반증이라면 나쁘게만 볼 건 아니지만언제나 신선한 경험을 갈구하던 나의 성향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자그마한 의구심이 들었다.안 되겠다 싶어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러 구청으로 갔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여권을 제출하려는 찰나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여권이 구청 직원의 손을 거쳐 폐기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니내가 갔던도시들,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들마저 폐기되는것만 같았다. 제출하기 전 여권을 펼쳐봤다. 그중 눈에 띄는 출입국사무소 도장을 발견했다. 2013년 4월 21일에 찍혀 있던 도장. 결혼식 다음 날 신혼여행으로 떠났던 하와이. 도장을 보자 12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 입국 심사를 거쳐 밖으로 나오자마자 전해지던 온도와 습도, 냄새까지. 와이키키 해변 앞을 걸었던 순간과 옆으로 나열된 명품 상점. 브런치와 저녁 식사를 멋지게 채워준 식당들. 렌트를 한 후 와이키키에서 멀리 떨어진 해변에서 즐기던 추억과 돌아오는 길에 만난 꽉 막힌 고속도로. 일주일은 너무 짧았다. 이곳에 다시 꼭 오리라 다짐했던 하와이가 이제는 12년 동안 가지 못한 곳이 되어카지노 게임 사이트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매력적인 도시를 제쳐놓고긴 비행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치르면서까지여행지로 선택한다는 건 나 혼자만으론 할 수 없는결정이었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에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지 않은데 그때는 10년이 지나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니많이 바뀌지 않은 것도, 여권 갱신 기간이 지난 줄 모르고 살 수 있었단 것도 어쩌면 다행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낙차가 크지 않았던 10년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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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때문에 달리지 못하니 산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내게 걷는다는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정돈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활짝 펼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새처럼 일상에 움츠러들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펼칠 수 있는 시간. 달릴 때와는 다른 속도. 느림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사물. 그것들을 눈으로 보며 마음속에 집어넣는다. 그러고는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어주고 갈 곳을 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밖으로끄집어낸다. 토해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문자답을 이어가며 어느새 견고해진다.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할 것들이지만 그사이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아이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마치 온 세상을 마음껏 날아오를 것처럼자유의 욕망을 충족한다. 그랬다. 걷는 건 달리는 것과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걷는 것이 주던 환희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아니었다. 한동안이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에도 그 환희를 느꼈고 다시 걷는 것의 기쁨을 잘 간직해야겠단 글까지 썼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동어반복인 거였다. 부상에서 빨리 회복한 후 다시 달려야겠단 생각에매몰돼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던 거였다.망각의 동물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란 존재는 또다시 잊음과 배움을 반복한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처럼 나의 비움과 채움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하늘을 나는 새가 이 마음의 메멘토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