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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꽃이나 식물에 큰 관심이 없다. 있으면 그냥 있는가 보다 하는 정도랄까. 그나마 관심을 두는 식물이라면 직접 물을 주고 바람을 쐬게 해주는 싱싱이 하나다. 아! '싱싱이'는 우리 집 유일한 식물 뱅갈고무나무에 붙인 애칭이다. 그런 내게도 무료 카지노 게임만큼은 특별한 존재다. 매년 봄이 되면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아이. 우리 동네 뚝방길을 언제 핑크빛으로 물들일까? 애태우게 하는 녀석. 드디어 한 주 정도 늦게, 우리 동네에도 기다리던 벚꽃이 만개했다. 뚝방길을 따라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렸다. 나는 이걸 벚꽃 런이라고 부른다. 일 년 중 며칠 되지 않는 나만의 벚꽃 런. 이때만큼은 훈련 스케줄이나 페이스 유지는 뒷전이다. 달리다가 언제든 멈춰 서서 벚꽃을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벚나무 사이를 세상에 혼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천천히 달린다. 올해 나의 벚꽃 런이 한 주 늦게 시작된 건 아마도 부상 회복을 기다려줬던 건 아니었을까? 달리지 못했던 지난 몇 주를 보상받은 것 같아 가쁜 숨만큼 무료 카지노 게임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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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책을 쓰고 있는 분들과의 작업. 표지를 채울 사진을 고르다가 벚꽃의 느낌도 괜찮을 것 같아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나무를 가득 채운 모습보단 알알이 바닥을 수놓은 꽃잎을 담고 싶었다. 집에서 잠실대교를 건너 잠실주공 5단지와 석촌호수를 향해 걸었다. 저번 주에 만개했었던 강 건너 벚꽃잎이 바람에 홀홀히 흩날리고 있었다. 주공 5단지부터 시작해 석촌호수까지 발 도장을 찍으며 다녔건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담지 못했다. 3시간을 걸었는데도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했다. 아랫배 조금 위부터 뭔가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자존심이 상했다. 포토그래퍼로 일했던 예전엔 어떤 악조건인 상황에서도 에디터가 요구했던 사진을 담아내고 말았던 기억 때문이었을 거였다. 물론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에디터가 옆에 있었다면 어떻게든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 것 같은데 열정이 부족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책임감이 덜해진 건가 싶기도 했다. 이튿날 다시 카메라를 들고 올림픽 공원으로 갔다. 어제의 여파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발목에 무리가 생겨 2시간밖에 돌아다니지 못했다. 타협하고 카페에 앉아 이틀 동안 찍은 사진을 봤다. 내 기준 모두 '사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벚꽃 사진은 그렇게 백업 폴더행 이었다. 이대로 포기 할 순 없었다. 두 시간에 걸쳐 핸드폰에 담겨있는 2년 6개월 치 사진을 뒤졌다. 그중 다섯 장을 골라 표지 시안을 만들었다. 씁쓸했던 감정은 뭐라도 꺼내 놓을 사진이 있었단 것에 감사하며 덮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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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이 주는 힘은 강하다.
사람들을 웃게 하고 기다리게 하고 애태운다.
무료 카지노 게임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어떤 걱정도 없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각박한 세상 속에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벚나무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저마다 짊어진 고민과 걱정의 무게가 상당할 텐데 지금 보이는 얼굴에선 단 한 톨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드니 그걸 볼 때마다 기적에 가까운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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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일 줄 알았던 그제의 벚꽃 런을 조금 더 할 수 있게 됐단 생각이 들자 서운했던 마음이 금세 가라앉았다. 내년에 이 글을 본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4월 중순인 오늘의 체감온도는 영하 1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카톡방엔 여기저기 눈이 내리고 있단 영상이 공유되고 있었다. 옷장에 넣어뒀던 긴바지를 다시 꺼내야 했고 바람막이 재킷 안엔 긴팔 집업을 챙겨 입어야 했다. 러닝화 끈을 질끈 묶고 한강을 향해 달렸다. 밤새 강하게 몰아쳤던 비바람에도 우리 동네 벚나무는 기특하리만큼 꽃잎을 지켜냈다. 어젯밤에 봤던 나뭇가지는 분명 좌우로 휘청이고 있었는데 그 힘든 순간을 모두 견뎌낸 거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엉덩이가 있는 반려동물이었다면 토닥여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추운 날씨 덕분에 무료 카지노 게임길을 혼자 달릴 수 있었다. 찬바람과 간간이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그 순간의 공기와 습도를 조용하게 음미했다. 이제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 서운하지만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 또 만나자.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