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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 부상 회복 러닝 시간. 부상 중이었음에도지난달 광안리 해변을 달렸던 값을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그 값은 가혹했다. 한 주를 빼고는 3월을 모두 휴식으로 채워야 했고 러닝은커녕 오래 걷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21일을 운동 없는 하루로 연명하고 나서야 이번 달에 들어 다시 달릴 수 있게 됐다. 4월 1일은 10분을. 4월 2일엔 12분을. 4월 4일엔 15분을 달렸다. 4월은 욕심 내지 않고 40분을 꼬박 러닝으로 채우는 게 목표였다.특별히 40분을 선택한 이유는 없었다. 오래 쉬기도 했고 회복이 덜 된 상태라 페이스가 느릴 테니 40분 정도는 달려야 최소 거리5km 이상은 채울 수 있단 계산에 단순히 떠오른 숫자였다. 이틀을 달리고 하루를 쉬려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달리고 나면 발목에 통증이 약간 올라왔다.물론 심한 통증은 아니었지만 관리가 필요하긴 해서 하루만 쉬려던 걸 이틀 혹은 사흘을 쉰 적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늘려갔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고 2분, 3분씩 늘리는 패턴을 유지했다. 부침을 겪으며 한강을 달린 지 열두 번째 되던 날,35분을 달렸단 진동이 손목을 깨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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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분. 이틀 달리고 하루씩 휴식하던 패턴을 바꿨다. 러닝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목이 회복되는 시간도 길어진 탓이었다. 30분이 넘어가자 새로운 불만이 생겼다.여전히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통증과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숨이 턱에 닿도록힘껏 뛰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졌다.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순간의 욕망 때문에 치러야할 값이 얼마나 비싼지 몇 번의 부상을 통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임을 망각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꾹 참는 것밖에 없었다.조금만 더 참아내면 목표했던 40분에 이를 수 있었다. 사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최종 목표는 오래 달린 후에도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 달려도 아프지 않은 걸 알기 위해선 오래 달려볼 수밖에알 길이 없었다.
'이제 곧 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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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금요일이었다. 목표를 이룬 순간에 초록색 새잎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이면좋겠단 생각을 했다. 점심을 먹고 두 시간이 지난 후 한강으로 나갔다.이번 달 내내 이어온 루틴, 초반 1km 정도는 버린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다. 발목이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가뜩이나 느린 페이스를 더 느리게 떨어뜨려서 몸을 깨우는 신호를 보냈다. 20분이 지나자 아주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페이스는 640. 빠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증이 느껴진 건 최근 러닝 시간이 늘어나며 발목에 부담이 늘어난 탓인 것 같았다. 하루 쉬던 걸 이틀을 쉬었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3분만 더 뛰어보기로 했다. 그때도 통증이 지속되면 망설이지 않고 멈추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자세를 고쳐 잡으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다행이었다. 통증은 사라졌고 다시 달릴 수 있었다. 10분 간격으로 손목에 신호를 보내던 시계를 봤다. 네 번째 신호가울리기까지 40초 정도 남았단 것과 6km까지 대략150m가 남았단 게 눈에 들어왔다.
'달리자. 6km를 채우자!'
고작 40초였다. 그 정도면 예전처럼 빠르게 달려도 괜찮을 거라 믿기로 했다. 6km를 채우고 싶은 욕망을 오늘만큼은 누르고 싶지 않았다. 오른발에 닿은 지면을 힘차게 밀어냈다. 아프지 않았다. 복근에 힘이 들어가고 비복근과 둔근이 더욱 단단하게 조여질수록 두 발이 교차하는 시간도 가까워졌다. 아주 잠깐이었던 희열의 끝엔진동과 알람이손목을 깨우고 있었다. 그랬다. 40초가 지난 거였다.4월 1일. 10분으로 시작하며 정했던 목표, 40분이 채워진 순간이었다. 기뻤다. 목표를달성해 기뻤고시계에 6km란 숫자가 보여 기뻤다. 무엇보다 부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기뻤다.후회 없이 달렸다. 고개를 올려다보자 초록색과 파란색과 하얀색이 나를 반겼다.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