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의 각도 2: 카지노 게임과 고독
카지노 게임에 대해 검색해 보시면 "카지노 게임을 즐겨라!"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들이 카지노 게임을 찬양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론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발타자르 그라시안, 니체 등이 있다. 그런데심리학에서는 카지노 게임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심리학자는 오히려 카지노 게임이 가져다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사실 정답은 간단하다. 둘의 말을 다 들으면 된다. 카지노 게임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바로 Lonliness와 Solitude다. 한국에서는 각각 카지노 게임과 고독으로 번역된다. 그런데 문제는 '고독'과 Solitude는 의미가 거의 정반대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고독은 카지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카지노 게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고립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어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Solitude는 즐거운 고독을 의미한다. 철학자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카지노 게임, 고독은 바로 이 솔리튜드이다. 솔리튜드는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남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보내는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없어 그냥 '고독'으로 번역한다. 그리고 오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에 사무치고 있으면서 "고독을 친구로 두라 했어."라며 억지로 버티려고 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심리학에서는 카지노 게임이 가져다주는 피해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한다. 만성적인 카지노 게임은 우울증, 불안증, 조울증 등 여러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뇌기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쳐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는 등 카지노 게임은 절대 친구로 두어서는 안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반드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가족, 친구, 연인, 그 외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팟캐스트인 Modern Wisdom에 출연한 저명한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우울증, 무기력증, 삶의 의미에 대한 부재의 가장 큰 이유로 장기적인 인간관계의 부재를 꼽았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단어 대신솔리튜드(Solitude)라고 하겠다.
우리는 철학자의 솔리튜드와 심리학자의 카지노 게임을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정반대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카지노 게임과 솔리튜드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베르겐 대학의 철학과 교수 라르스 스벤젠은 "카지노 게임의 철학"에서 카지노 게임과 홀로 있음의 차이를 강조한다. 홀로 있음 (alone)은 그저 하나의 상태일 뿐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은 홀로 있음 상태에 대한 나의 인식이다. 이 말은 즉 홀로 있어도 나의 인식에 따라 안 외로울 수 있고, 많은 사람과 같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카지노 게임과 솔리튜드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카지노 게임은 홀로 있음 상태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인식이고, 솔리튜드는 홀로 있음 상태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인식이다.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은 자발적인가 비자발적인가?이다. 카지노 게임은 비자발적 홀로 있음 상태이고 솔리튜드는 자발적 홀로 있음 상태다.
하지만 이 둘을 구분 짓는 것이 개인의 인식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다. 비자발적 홀로 있음 상태에 있어도 솔리튜드를 느낄 수 있고, 자발적 홀로 있음에 있어도 카지노 게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 홀로있음 상태라 하더라도 본인의 감정에 집중해서 만약 본인이 솔리튜드가 아닌 카지노 게임을 느끼고 있다면 당장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 외로운 감정은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솔리튜드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솔리튜드의 가장 중요한 점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 있어도 뭐 딱히 외롭다는 느낌은 안 들어." "혼자 있어도 딱히 누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는 솔리튜드가 아니다. 오히려 카지노 게임에 가깝다. 솔리튜드에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즐거움을 넘어 환희가 있어야 한다.
솔리튜드에 대한 정말 다양한 설명과 정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솔리튜드는 '생각의 열림'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을 때는 그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솔리튜드의 순간에 우리는 집중할 대상이 없다. 그렇게 우리의 생각은 정해진 길 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다가갈 수 없었던 나에게, 철학적인 생각에, 예술적인 영감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곧자아실현, 사색, 창조적 행위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 즐거움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다. 이것이 솔리튜드다. 이런 의미에서 혼자 방에 들어가 SNS만 하는 것이 솔리튜드라고는 할 수 없다.먼저 SNS는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서비스이다.진정한 의미의 홀로있음 상태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 과정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카지노 게임과 솔리튜드는 이렇게 다르다. 국내에서는 솔리튜드를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없어 고독으로 번역되고 있지만 그 둘을 절대 헷갈려서는 안 된다. 솔리튜드는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카지노 게임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과 솔리튜드를 구분 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홀로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 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