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쓰고 썼다.'
제 인생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어 뒤집어놓은 '그 일'을 겪어내는 과정을 '기를 쓰고' 썼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써야 할 것 같았어요. 기억을 더듬을 엄두조차 나지 않아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관두자, 때려치우자. 수도 없이 노트북을 거칠게 덮어버리고. 의자가 부서져라 일어나 울며 불며 농약 먹은 암탉처럼 방안을 맴맴 돌며 푸드덕거리고. 그러기를 두어 달... 토악질을 하듯이, 쓰린 속을 부여잡고 꾸역꾸역 게워내듯이 '그 일'을 11편의 글로 브런치북에 담았습니다.'완결'이라 쓰고, '에필로그'라 제목 붙이고, 읽어주신, 위로해 주신 작가님들 덕분에 글로서 치유되고 있다고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드리고, 첫 브런치 북의 연재를 '어찌어찌' 마무리했네요.
숙제를 끝낸 듯 후련하카지노 게임 사이트, 생각이 좀 정리가 된 듯도, 감정이 좀 가라앉은 듯도 했는데.... 딱 3일이 지난 어젯밤부터 간신히 가라앉힌 흙탕물을 누가 발로 툭~ 차기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흙먼지가 뿌옇게 올라와 또다시 머릿속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고, 잘 다독였던 마음은 순식간에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슴 한복판에서 뜨거운 열이 치받쳐 올라 또 허척이듯 서성거린 밤. 저는 여전히 터널을 지나고 있고, 간신히 불빛을 찾아 쥐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빛은 깜박깜박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네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잠이 오질 않아 읽던 책을 폈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브런치북에 연재를 하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읽고 또 읽고... 때맞춰 약을 먹듯, 그렇게 한 자 한 자 삼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였을 때, 작가님은 26살 장성한 아드님을 여의었습니다. 세상에 아깝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냐마는, 준수한 인물에 최고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한, 엄마의 긍지였던 아들이었어요. 저의 불행이 참척의 고통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님이 그 고통의 시간을 글로 어떻게 풀어내셨을지 ‘참고’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의 고통을 저의 치유를 위한 위로약으로 쓰는 것 같아 찔리기도 했는데, 그런 제 맘을 들킨 듯, 실제로 글 속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남의 고통에 쓸 약으로서의 내 고통, 생각만 해도 끔찍한 치욕이었다.
주여 어찌하여 나를 이다지도 미천하게 만드시나이까.’
그러나, 잠 못 들던 어제 새벽, 작가님의 글 속에서 제가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중 어린 수녀님이 속세의 친구에게 하는 소리가 문득 내 관심을 끌었다. 수녀원에 들어오기 전 얘기였다. 남동생이 어찌나 고약하게 구는지 집안이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왜 하필 내 동생이 저래야 되나? 비관도 되고 원망스럽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세상엔 속썩이는 젊은이가 얼마든지 있다, 내 동생이라고 해서 그래서는 안되란 법이 어디 있나?<내가 뭐관데...... 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동생과의 관계도 호전이 되더라고 했다.
<왜 내 동생이 저래야 하나? 와 <왜 내 동생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저러면 안되나?는 간발의 차이 같지만 실은 사고(思考)의 대전환이 아닌가. 나는 신선한 놀라움으로 그 예비 수녀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내 막내딸보다도 앳돼보이는 수녀님이었다. 저 나이에 어쩌면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할 수가 있었을까? 내가 만약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을까? 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을 <내 아들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로 고쳐먹을 수만 있다면, 아아 그럴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있을 것 같았다.
(故박완서作 ‘한 말씀만 하소서’ 中 )
처음에는 ‘그 일’을 엄마에게 비밀로 했습니다. 그러나, 나날이 타들어가듯 시커멓게 변하는 제 낯빛과 뼈만 남아 앙상해지는 제 외양을 보카지노 게임 사이트 전에, 전화 속 목소리 만으로 엄마는 제게 무슨 일이 있음을 감지했고, 날마다 여기저기서 지뢰 밟듯 터지는 일들로 인해 저는 결국 부모님께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너무 엄청난 일을 당한 자식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고 보니 저도 알겠습니다. 엄마는 가슴을 졸이며 내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시고, 아빠는 그 일의 여파로 점점 커져가는 피해를 어떻게든 최소화하도록 수습하는 것을 도와주려 하셨습니다. 이 나이에 도움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연로하신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드린 제 자신이 더더욱 죄스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은, 엄마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지며 엄마를 붙들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엄마... 너무너무 미안해. 근데,, 나... 도저히 못 살겠어..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돼요. 다 나 때문이야.”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미안하다는 말을 미친 듯이 반복하며 울부짖는 제 손을 잡고 같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해주신 엄마가 이윽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너한테 좋은 일만 있으란 법 있어?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거야.”
순간, 그 말이 야속하기보다는 어떤 위로의 말보다, 간절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도 훨씬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 그렇지.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뭐라고...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거지. 나만 예외란 법 있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울부짖었는데, 그조차 저의 오만이고 교만이었네요.‘나한테 생긴 나쁜 일’ 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생기는 나쁜 일’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뒤집어 생각하니, 물에 빠져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일어서보니 까치발로 서면 숨 쉴 만큼은 되는 깊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암튼 조금은 숨이 쉬어지는 듯했습니다.
책 속의 구절을 보며 엄마의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으며, 차분해졌습니다. 밤새 온 맘이 흙탕물이었는데, 어지럽게 부유하던 흙먼지가 가라앉고 윗물이 조금씩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투명해진 물속으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일렁이는 것을 보며, 커피를 한 잔 타고 거칠게 덮었던 노트북을 다시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브런치에 글방이 생기고, 다른 작가님의 글방을 기웃거리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대한민국 글쟁이들 여기 다 모여있었구나 싶습니다. ‘필력’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것이 들고 나올 수 있는 물건카지노 게임 사이트면 훔쳐오고 싶을 만큼 질투가 나는 작가님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때로는 감탄하며,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내 일처럼 가슴 아파 눈물 콧물 짜며 이방 저 방 다니며 글을 읽다 보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저처럼 ‘치유의 글쓰기’로 슬픔과 고통을 풀어내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슬픔과 고통의 크기는 서로의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글쓰기‘라는 치료제를 스스로 처방한, 같은 병동의 환우들처럼 서로 얼른 쾌차하길 바라며, 조용히 서로를 응원하는 수밖에요.
키보드 자판이 조심조심 딸각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브런치 병동에 생뚱맞지만 큰소리로 한번 외쳐봅니다.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슬픔과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글벗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슬픔과 고통을 글쓰기로 치유하고 계시는 모든 작가님들께..
고통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겠지만....
일상의 기쁨과 감사를 통해 부디 조금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평안해지시길,
그런 날이 빨리 오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