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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Apr 25. 2025

마흔, 무료 카지노 게임 먹고 싶어 울었다

우리, 파티할까?

자다 깨 울었다.

'어른스럽게' 절제하며 울지 못하고,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음을 쏟아냈다.

가슴이 한 번씩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네댓 번 오르고 겨우 한번 내렸다.

마흔이라기 부끄러울 정도로 너무나 요상한 울음이었다.



케이크를 좋아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라면 대부분의 것을 좋아하지만 단연 최고는 우유 맛이 진하게 나는, 눈밭처럼 새하얀 생크림이 꼼꼼히 발리고 제철의 흔한 과일이 이리저리 장식된 그 무료 카지노 게임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조르는' 아이가 아니었다. 어려운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맏이는 아기때부터 제 운명을 너무나 잘 알고 순응했다. 그랬던 내가 정말 딱 몇 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딱 몇 번 '애'다운 소리를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 나도 생일 때 무료 카지노 게임 해줘."

"저기 저 하얗고 귤 올라간 거, 그거. 큰 거 아니어도 돼. 저거 작은 거? 저거 저거."


시장 입구에 생긴 빵집을 이리저리 지나치다 보면 그 무료 카지노 게임 자꾸 눈에 밟혔다. 나도 한 번, 생일이니까. 그 케잌에 초를 꼽고 다 같이 웃으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후우' 불을 꺼보고 싶었다. 박수를 치고 케잌을 잘라 이리저리 나눠먹고 싶었다. 남의 무료 카지노 게임 아닌 내 케잌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먹고 싶었던 건 그저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이름의 '빵'은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슬프게도 어린 나의 바람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별 것 없었다. '에이, 비싸기만 하고 먹잘 것도 없는 걸 뭐 하러...' 이런 심드렁한 엄마의 대답을 몇 번 듣고는 더 이상 그 몇 안 되는 '조르기' 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뭐 크게 슬프지도 않았다. '난 뭐 그렇게까지 무료 카지노 게임 싶었던 것도 아니다, 뭐.'


생일날 아침이면 항상 따뜻한 미역국이 상에 올라왔다. "생일 축하해.", "와아, 고마워." 뭐 이런 간지러운 말이 오가진 않았지만 그 한 번도 빠짐없이 먹었던 미역국이 생일 축하였고, 파티였고, 엄마의 마음이었던 것을 안다. '멋대가리' 없는 우리 엄마는 밥만 먹이면 아이가 자란다고 생각한 딱 그 시절의, 하루하루가 버거운 어머니였으니까. 그게 엄마의 최선이었고 사랑이었다.





자다가 웬 꿈을 꿨다. 여느 때처럼 엄마가 케잌을 안 사줬다. 꿈속의 나는 예전의 나처럼 밍숭맹숭 넘어가지 못했다. 엄마가 된 나는 '나의 엄마'에게 마구 쏟아냈다. 나라면 어떻게든, 한 달을 내내 돈을 모아서라도 그 케잌을 사주었을 거라고. 일 년 내내 돈을 모아 사줘야 하는 것이었더라도 그 케잌을 한 번은 사주고야 말았을 거라고. 케잌을 사서 저녁 상 위에 얹어놓고 네 가족이 모두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을 거라고. 초를 꼽고 폭죽을 터뜨리며 아이 참 너무 시끄럽다고 서로 면박을 주면서도 크게 웃었을 거라고. 그 달고 부드러운 케잌을 큼지막하게 한 조각씩 나눠 접시에 엉망으로 담아주는 딸을 보며 그냥 행복했을 거라고.


그래, 자다 깬 나는 이미 엉엉 울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뭐가 그리 억울할까 싶을 정도로 울고 있었다. 난 나이 마흔에 '엄마가 무료 카지노 게임을 안 사줘서' 그리 서럽게 울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그저 끝까지 울게 두었다. 내 스스로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울어 털어낼 수 있도록 한참을 기다려주었다.


성인이 된 나는 여기저기에서 내가 주인이 되어 케잌을 나누었다. 친구들도 연인들도 나를 위해 케잌을 준비해 주었고 나역시 먹고 싶을 적엔 거듭 생각할 필요 없이 사 먹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먹은 케잌이 어릴 때 먹지 못한 케잌을 훨씬 상회하는 지금까지도 그 시절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모양이다. 어린 시절 잘 쌓이지 못하고 그저 못 본 척 꽁꽁 가려두었던 빈틈은 뒤늦게 채우려 해도 채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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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엄마, 오늘 우리 파티할까?"

새벽녘 눈물바람을 한, 지 엄마의 꿈을 알기라도 하는 듯 한낮에 빵집 앞을 지나던 꼬맹이가 케잌을 가리켰다. 나를 닮았는지 그냥 빵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는 꼬맹이는 가끔 이렇게 터무니없이 파티를 제안한다. 그런 날, 나는 흔쾌히 가장 작은 케잌 하나를 산다. 하얀 생크림이 그득 올라가고 위엔 과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 케잌을. 이번엔 딸기였다. 아빠가 오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초를 꼽꼬 불을 끄고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축하할 일은 만들면 된다. 케잌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표정이 된다. 이쯤이면 무료 카지노 게임 먼저인지 행복이 먼저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채워지지 않던 그 빈틈이 아이와 함께 나누는 케잌 만큼 아주 조금씩 채워진다. 아이 입가에 묻은 하얀 생크림이, 신나서 치는 손뼉과 노래가 마음에 꼬박꼬박 쌓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인생을 두 번 사는 호사를 누린다.

'그 시절 쌓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걸 다시금 채워가라고.' 누군가 한번 더 기회를 준 것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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