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어린 왕자 19
그대의 목소리를 믿어 봐
K
아저씨의 슬픈 표정을 볼 때,
어린 왕자와 바위산의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아.
바위산은 척박하고 단단했어.
한 그루의 나무도, 한 포기의 풀도 없이,
그저 경쟁하듯 바위만 뾰족뾰족, 더 높이, 더 높이 쌓여가고 있었지.
바위산에 사는 메아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왔어.
그것은 어린 왕자의 말을 흉내 낼뿐,
도저히 대화가 될 수 없는 존재였어.
아저씨는 말했어.
"바위산은 오로지 더 높이 오르려는 고립된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어.
메아리는 자신의 정체성 없이 타인의 말만 반복하는,
익명의 무리에 가려진 비겁한 존재와도 같지.
책임지지 않으면서 비판만을 일삼는 이들 말이야."
나는 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
언젠가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 독서실에 간 적이 있었어.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붙어 있는 메모지가 눈에 띄었지.
"내가 졸고 있는 순간, 나의 경쟁자는 참고서를 넘기고 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바위산을 오르던 어린 왕자가 떠올랐어.
함께 웃고, 함께 배워야 할 친구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바라보며,
끝없이 높이 쌓이는 바위처럼 스스로를 밀어 올리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메아리처럼 서로의 말을 되돌려 들을 뿐,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고 있었어.
이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야.
지구라는 별이 모두를 경쟁으로 내몰고 있으니까.
나는 마음이 아파서,
바위산에 오르던 어린 왕자처럼 한동안 멈추어 서 있었어.
K
"진정한 자신감을 드러내야 해."
아저씨가 말했어.
"진정한 자신감은 경쟁이 아니라,이해와 책임감을 전제로 한 소통이필요하지."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내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어.
나는 믿어.
그대의 목소리가, 그대 자신을 담고 있음을. 그것이 자신감임을.
나는 믿어.
그대의 발걸음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카지노 게임을 품고 있음을.
초원으로 걷는 길은
뾰족한 바위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여정이 될 거야.
그대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어?
그대의 여정을 위해,
나는 언제나 기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