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지니 Apr 28. 2025

밥 차려주는 할머니

엄마의 밥 맛


“안녕하세요? 할머님! 오늘부터 연아와 함께 수업하게 된 교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선생님!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우리 연아가 엄마 없이 서 버릇이 좀 없으니까 말 안 들으면 막 혼내주세요.”

“하하하, 착하게 생겼는데요. 연아! 선생님이랑 열심히 공부해 보자!”

“네!”


나는 내 상황이 그래서인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유독 더 마음이 쓰이고 챙겨주게 다. 물론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라고 소홀하단 얘긴 아니다. 그 친구들은 부족함 없이어머님이 잘챙겨주시니나는 어머님들과 소통하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연아할머니가 학습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학습지 과제다 했다며 넘겨 버리기 일쑤였기에 매번 확인하고 챙기지 않으면 교재를 안 풀고 넘겨버리고 있었다.

나는 매일 태블릿으로 채점하고 수시로 달라붙어 연아가 교재를 풀고 있는지 체크했다. 교재가 풀려있지 않으면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연아가 깜빡했나 보다면연아의 교재풀이에 할머니를 참여시켜 드렸다. 그렇게 반년정도 꾸준히 교재를 풀고 학교 진도를 봐주고 했더니 조금씩 성적이 나아지고 공부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아이도 나와 공부하며 이것저것 질문도 하게 되었다.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거운 마음에 되도록연아의 수업늦은 저녁 시간으로 맞춰두고 뒤로는 늦게 만나도 되는 중학생 둬 명 정도만 남겨두었다. 학원에서 들러리처럼 앉아있느니 내가 여러 과목을 한 번에 봐주는 게 차라리 나을 듯싶어서 국·영·수·과학·한자까지 모두 다 봐주기로 했다. 한 시간 반이 넘게 연아의 수업을 봐주기 시작하자 할머니께서는 처음 음료수에 빵 정도만 준비하시다가 어느 날부터는 식사를 준비하시기 시작했다.

처음 밥을 차려주시며 식사하고 가라고 하셨을 때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주저했지만, 차려주신 정성이 죄송해서 부지런히 앉아서 식사를 마치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님의 따님도 밤에 돌아다니는 일을 해서 딸 생각이 난다며 밥을 차려주시는 카지노 게임님의 정성과 마음에 밥을 얼른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먹기는 시작했지만,


'! 이 맛!!!카지노 게임님 연세가 나의 돌아가신 친정엄마와 비슷한 또래시라 그런가?고향이 경기도 어디쯤 비슷하셔서 그런가?'


음식을 먹으면서 엄마가 차려주밥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의 밥 맛!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니, 딱히 그것 때문만은닌 것 같기도 했다. 남들이 밥을 먹는 그 저녁 시간에이렇게집에 앉아 잘 차려진 저녁상을 받고 앉아,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하얀 쌀밥을 푹 떠올려 호호 불며 먹는, 이 밥이 대체 얼마 만인가? 아기자기 꾸민 달걀찜을 또 한 숟가락 푹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결군 눈물이 뚝 떨어졌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푹 떨구고 달걀찜을 입가득 넣었다. 입안의 음식을 꾸역꾸역 삼키려니 목이 메왔다. 이내 된장국을 푹 떠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꿀떡’ 밥과 달걀찜을 넘기고 다시 밥을 한 숟가락 퍼 입 한가득 넣고는 제육볶음을 입에 었다. '이런! 이 맛!'

나는 그 익숙하고 그리웠던 맛에설움이 복받쳐 소리 내서 울뻔한 걸 겨우 참았다.

카지노 게임

엄마가 해 주셨던 달콤하고 감칠맛이 도는육질의 제육볶음이었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저녁을 먹으라며 목청껏 나의 이름을 부르던 엄마가 눈앞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맛에 눈앞이 눈물로 가득 차올랐다. 회원 집에서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다 말고 울고 있는 내 모습에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내 꼬락서니에 민망함을 감출 길이 없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할머님께서 말없이 휴지를 건네주셨다. 나는 얼른 휴지를 받아 들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아니, 제가 사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할머님 음식에서 엄마 맛이 느껴져서요. 엄마 생각이 너무 나서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너무 맛있어서요.”

“아이고, 그러셨구나! 맛있다니까 나는 너무 좋네요. 어머니가 경기도 분인가 보다”

“네! 맞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한 그릇을 싹싹 비우고 나왔고, 할머님은 반찬을 이것저것 싸 주셨다. 그렇게 매주 나는 오늘은 어떤 반찬이 있을까? 엄마가 오늘 저녁은 뭘 해 두셨을까? 기다리는 아이처럼 화요일 저녁만 되면 나도 모르게 기대하면서 연아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할머님도 화요일만 되면 오늘은 선생님을 뭘 해드릴까? 신이 나서 시장을 보시면서 후식까지 챙기셨다.




“선생님! 오늘 연아 수업을 못 할 것 같아요.”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딸애가 애를 낳아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아! 축하해요!”

“네! 감사해요”


연아와 수업한 지 2년이 좀 넘었나? 카지노 게임님은 그렇게 딸의 둘째 아이를 봐준다고 수원으로 계속 내려가다가 결국에 그쪽으로 이사 가기로 했다. 그리고, 연아의 마지막 수업 날 역시나 밥상을 차려주고는 언제나처럼 연아와 앉아서 식사하는 내게 말씀하셨다.


“연아가 이사 가서도 선생님이랑 하던 것처럼 열심히 해야 할 텐····.”

“열심히 잘할 거예요”

“저도 선생님 오시는 날 즐거웠어요. 제가 한 음식 맛있게 드셔주시고 제 얘기도 재밌게 들어주시는 선생님 덕에 일주일 동안 선생님 뭘 해드릴까, 그 생각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선생님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할머니께선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눈물을 흘리며 우셨다.


“난 그냥 여기서 연아랑 이렇게 살고 싶은데, 딸년 수발들며 살기 싫은데····.”

“왜요? 따님이랑 가까이 사시면서 손주들이랑 오순도순 사시면 더 좋죠!”

“제 딸 제멋대로 하고, 엄마를 종 부리듯 해서····, 어휴~ 암튼,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어요. 너무 정이 들어서 헤어지려니 속상해요”

“네, 저도 아주 섭섭하고, 뵙고 싶을 것 같아요. 보통은 애들이 보고 싶은데, 연아도 연아지만, 카지노 게임님이 보고 싶은 경우는 처음일 것 같아요. 하하하”

“집 정리하고 나면 꼭 한 번 초대할게요.”

“네! 꼭 갈게요. 꼭 불러주세요”


그렇게, 연아를 보내고, 다음 달, 나는 연아를 인수인계로 보냈는데 수원 쪽 사무실에서 회원잠적을 통보해 왔기에 사무실이 뒤집혔다. 연아의 할머니와 연락 두절이 되고 연아의 집에는 찾아가도 문을 안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일은 나의 월급과도 연관되는 일이라서 이사를 할 경우에도 과목을 서서히 줄일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그만할 생각이 있다면 진작 나에게 알려 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하지연아의 경우엔 무방비로 당한 전혀 예상 밖의 일이 된 것이었다.당연히 팀장과 소장은난리가 났고 나는 계속 할머니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카지노 게임는 그야말로 정말 연락 두상태였다. 할머니뿐 아니라 연아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화가 나가다, 걱정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다가 사정이 있겠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시 할머님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불길한 생각까지 들면서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년 동안 나와 맺었던 정은 이 정도로 흐지부지 내던질 정도의 그런 마음은 아니지 않은가? 싶으면서 걱정과 속상한 마음이 공존하며 밥정이란 게 이런 건 아닌데····, 걱정했다가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도 연락을 해 줬어야지!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할머님께 장문의 편지를 써 보기로 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연아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카지노 게임님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감기 조심하셔야겠어요.

연아 스티커 다 모으면 선물 준다고 했는데, 그쪽에서 다 모았을 시간인데, 다 모았요? 선물로 책 몇 권 보낼게요. 카지노 게임님 읽으실 만한 쉬운 책도 몇 권 같이 넣어 보낼게요. 읽어보세요.

연아가 학습지를 끊고 학원에서 공부하기엔 조금 힘들 수 있어요. 그래서 학원 가기 싫다고 하고, 빠지고 그럴 텐데, 그렇더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응원해 주세요. 할머님은 어디 다닐만한데 있으세요? 요리 잘하시니까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것도 좋은 것 같은데, 힘드시려나?

아무쪼록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배꼽시계가 얼마나 웃기는지 몰라요. 화요일 저녁만 되면 할머님께서 차려주시는 밥 생각이 나는지 배가 꼬르륵 거리는 통에 아주 죽겠어요. 하하하.

그동안 너무 맛나고 행복하게 잘 먹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가득하시기를 기도할게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일요일 집에서 쉬는데 할머니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 많이 서운하셨죠? 에혀~ 죄송해요. 저희 딸이 연아한테 들어가는 수업료를 다 해지시키고, 지 아들 학원비로 돌리고, 연아는 수학학원만 하나 보낸다네요. 아휴~ 뭐든 지 맘대로 인 애라서 제가 그 고집을 못 당해요. 제가 연아는 학습지 선생님이랑 하기로 했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로 끊어버리고 학원 보낸다고 아휴~ 나 보고 지가 연아 봐준다고 내려와 같이 살자더니, 지애 둘 맡겨놓고 맨날 어디 가서 새벽에 들어와요.”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니 우셨다.


“훌쩍훌쩍···, 선생님~ 저 주책이죠? 제가 딸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요. 근데, 제가 또 속아 가지고 이사를 와서 또 이 고생을 하네요. 저 서울로 가고 싶어요.”

“그래도, 따님은 엄마가 곁에 있어서 좋지 않을까요?”

“얘는 나 부려먹을라고 오라고 그런 거야! 아주 내가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엄마가 있어서 얼마나 좋아요”

“에구, 엄마 골병드는 건 모르고, 아주 딸년이라고...”


나는 갑자기 할머님의 마음이 뭔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면 지긋지긋 싫은 원수 같은 딸년, 떨어져 있으면 남의 딸이라도 그렇게 남의 집 다니며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게 안쓰러워 따뜻한 밥이라도 챙겨 먹이고 싶은 딸····.

처음 내게 밥을 차려 주시며 하시던 말씀이 우리 딸 같아서 우리 집에서라도 편히 밥 먹고 가시라고 하셨던 할머님께서 막상 딸에겐 나 부려 먹을 고 그런다고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엄마가 계셨으면 이렇게 부러워하고 슬퍼하다가 투정 부리고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게 바라며 엄말 힘들게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투닥거리고 싸워도 좋으니 하루만이라도 엄마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여기 내 곁에···

밥 차려 주는 할머니 덕에 한동안 돌아다니며 나는 밥 냄새에 울고, 집집마다 풍기는 저녁밥 냄새에 신세한탄 하던 설움도 서서히 사라졌던 것 같았다. 물론, 시기적으로 아들이 사춘기를 잘 넘기고도 있었고, 나도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이렇게 살아가는데도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말이다.


할머니께선 집정리가 되었다고 나를 집으로 초대해 주셨고 나도 기꺼이 초대에 응해서 커다란 휴지를 사들고 집에 방문을 했다. 마침 김장철이었어서 보쌈에 김치를 신나게 먹고 한참을 할머님과 따님 흉을 보고 집나 갔던 연아의 아빠인 아들이 돌아와 정육점에서 일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김장김치를 한가득 싸주셔서 두 손 가득 김치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김치를 다 먹고 김치통 가득 미역과 견과류를 싸서 택배로 보내드렸다. 또 찾아뵙게 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지만 그 김치통을 보내는 순간엔 꼭 친정엄마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오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100% 에세이가 되어버렸는데, 그런 김에 얘기하자면 어제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 해숙이 엄마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나도 지금 천국에 계신 엄마를 만나러 간다면 나보다 8살이 어린 엄마를 만나게 되겠구나 싶었다.

엄마의 음식들과 엄마의 얼굴이 가물가물한데도 해숙이 젊은 엄마에게 안겨 우는 장면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엄마의 음식들을 생각해 보았다. 오늘 이야기에서 밥 차려 주시던 할머니의 음식들과 맞물려 엄마가 해 주셨던 맛난 음식들··· 난 그것에 대해 할 이야기가 참 많다.(이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해숙이 엄마집에서 나오며 다천국에서 살 남편 낙준의 손을 잡고 저녁노을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천국에 갈지는모르겠지만, 천국에 간다고 해도 거기서도 손잡아 줄 남편이 없어 외롭겠네... 젠장! 하며 씁쓸했다는···하하하^^

암튼, 엄마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