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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Aug 22. 2024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쯤 사이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불이 났나... 핸드폰을 뒤적여 화재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뒤숭숭하니 잠이 오질 않는다. 사실 그전부터 깨어 있었다. 요즘 새벽에 꼭 한 번씩 깬다. 감정의 널뛰기 때문인가. 코로나에 걸리고 아주 조금 빠졌던 살이 총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다시 쪄버렸다. 사실 집에 박혀 ott 보며 먹는 거 외엔 한 일이 없다. 그땐 그게 최선의 행복이라 여겼는데, 지금 돌아보니 황금보다 귀한 휴가를 그렇게 날려버린 게 한이 된다.


하루하루 후회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 후유증인지, 기침과 두통, 가슴통증이 이어진다. 일은 하면 할수록 적응이 되긴 하는 건지, 이대로 못하는 채로 굳어질건지 헷갈린다.


함께 일하는 30대 초반의 기간제 선생님이 거진 70%의 일을쳐낸다면 나는 겨우 30% 정도? 해내는 상황이다. 젊은 선생님이 나보다 빨리빨리 또 정확히 잘하는 걸 인정하고 겸손하게대인배답게 굴어야 하는데, 나는확신의소인배다. 일 좀 못해도 좋으니,말이나 고분고분 잘 듣지 싶다.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것 같아 자존심이 픽픽 상한다. 위에서도 나보다 그녀를더 신뢰하고 일을 상의하는 것 같다.


아프고 난 후 얼굴이 너무 이상해졌다. 한동안 이가 빠졌던자리에 박은 임플란트로신나서 마구 씹어서 그런가턱선이 무너진 것도 같다.


또래 연예인들보니 나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카지노 가입 쿠폰카지노 가입 쿠폰 든다. 야간선생님이 나랑 동갑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7~8살은 어려뵌다.

늙어서 몸이 굼떠진 건가.나도예전에는손이 빨랐는데.... 한참을생각했다. 이렇게 우울한 카지노 가입 쿠폰만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왔다.


일 없을 때마다 소파에 누워, 역시 주로 소파에 누워있는분들이 나오는비만 다큐 동영상을 본다. 오랜 취미생활이다. 당뇨, 고혈압, 이런 게 오면 안 되겠다, 아 식습관을 조심해야지, 그런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 보는 거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심으로는 그분들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가져갔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살 빼길 바라냐는 등 가시 돋친 댓글을 보며 못돼 처먹은 희열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 하면서 자위하고 상대적 우월감에 잠식당했다. 현실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온라인에서 비현실로 해결하려 하다니, 못나고 어리석다.


돌돌법. 돌고 돌아 결국 법륜스님이다. 스님께선'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길거리에 핀 들꽃이다. 누가 비난하면 내가 별 것 아니니 그냥 받아들이고, 누가 칭찬하면 나한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라. 그럼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릴 일이 없다. 들꽃은 누가 뭐래도 그냥 핀다.'라고 하셨다.



점심에 회사 앞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했다. 노인일자리 카페였는데, 칠십은 되어 보이시는 어르신이몇 번을 확인하며 음료 세잔을 주문받으시고 또 한 번 더 적으시고 종이 캐리어에 음료 세 잔과 빨대 세 개를 냅킨에 싸서 꼼꼼하게 포장하셨다. 햇살같이 해사한 미소와커피를함께건네주셨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래간만에 구겨졌던 마음이 좍하고 펴진다. 법륜스님 말처럼 한 걸음만 떨어져 봐도 아무 문제가 아니고 쓸데없는 감정낭비일 뿐이다. 고민할 시간에 내 삶에 집중하자. 오랫동안 자신감을 찾고 싶어서 멈춰 있었다. 되찾고 싶다는 건 이미 있던 걸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서러웠나 보다. 무언가를 잃었카지노 가입 쿠폰 자각은 엄청난 상실무기을 동반한다. 잃어버린 사랑, 시절, 우정, 기회, 마음들...그 텅빈 공간에 파도가 들어차고 또 들어차넘쳐버린다.돌아오지 않는 건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사실자신감쯤이야능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절제하고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 그거면간단히 찾을 수 있다.


나는 아직도 해내야한다고 생각했나보다.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시험에 붙고 도전하고 자격증을 따고 그래야 제대로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나보다.눈에 보이는 성취. 그것이 젊은 날 인생의 동력이었듯 말이다.


사실, 기간제 선생님이 일을 잘하는 것보다 그녀의 생동감 넘치는 젊음이 더 부러웠다.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쏘다니고 자유롭게 연애하고 막힘없이 척척 일하고 할 말도 딱딱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 눈부신 젊음이...


공익에게 했던 말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짓이었다. 그땐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태어나도 나로 태어나고 싶다. 일 잘하고 젊은기간제선생님으로도, 동안인 야간선생님, 날씬한 공익도누구도 아닌, 가장 사랑스럽지만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나로 태어나서 여전히 쓸데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을 끝없이 해대면서그렇게살고 싶다. 어차피늙을 거 당당하고 다정하늙고싶다.


이 나이 먹고도자책하고 인정받고싶어 발버둥치고감정의 소용돌이에 정신 못 차리는못내 아쉽고싫증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스럽다. 여기저기 어떤 누구를 저울질하며 갸우뚱 기울어지다 결국 깊은 바닷속으로풍덩 빠지지 않으려면 비교를 그만둬야겠다.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나는 누구보다 창창하다. 멈추면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나의 세상에서둘도 없이 소중한 나지만, 세상에선길가의 들꽃일 뿐이다. 우울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나는 들장미 소녀 캔디.


늙어도 애가 타서 잠 못 들고가슴이 뛴다.그래서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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