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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혜경 Mar 19. 2025

네 명의 카지노 쿠폰 과부

작은 손길 작은 기적!

집 뒤편에는 항상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염소들이 그 사이를 오가며 쓰레기를 흩트려 놓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종이 조각과 까만 비닐봉지가 연처럼 공중을 날아 다닌다.

날다가 지치면 나무 가지에 걸려 깃발처럼 펄럭이기도 했다.


그 흙먼지가 자욱한 거리 한편에는 늘 검은 옷을 입은 엄마와 네 명의 카지노 쿠폰가 앉아 있었다.

카지노 쿠폰의 너울거리는 검은 차도르틈으로 보이는 발목이 너무 가늘었다.

카지노 쿠폰들은 상자들을 모아 벽 앞에 자리를 만들었고, 큰딸은 막내를 안아 재웠다.

두 남자카지노 쿠폰는 키가 비슷해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침마다 내가 집을 나설 때면, 카지노 쿠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차도르를 휘날리며 달려왔다.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10개짜리 휴지가 모아져 있었다.

카지노 쿠폰는 그것을 내게 건네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건넸다.

늦은 오후,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네 명의 아이와 카지노 쿠폰는 멀리서 나를 발견하자 반갑게 달려왔다. 아침에 샀던 것과 똑같은 작은 휴지뭉치를 다시 내밀며....


그렇게 우리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카지노 쿠폰의 집은 어디일까?

아니, 집이 있긴 한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카지노 쿠폰의 검은 옷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휴지를 사주는 것이카지노 쿠폰를 돕는 일이라고생각했지만,

정말 카지노 쿠폰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일까?

고민이 깊어졌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가난했다. 때로는 밥을 굶기도 했다.

식당을 하는 친척분이 보내 주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잘라낸 말린 빵 껍데기를 설탕물에 불려 먹었었다.

그런 우리를 위해 교회에서 성미를 보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학비를 지원받아 중학교 때 학비를 내지 못해 운동장에서 벌을 서야 했던 부끄러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받았던 도움은 내 삶에 크나큰 희망이었고 기적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카지노 쿠폰에게서 휴지를 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 해도, 반복해야 하는 일이라 느꼈다.


그리고 어떤날은 평소보다 돈을 넉넉히 들고나가 카지노 쿠폰가 갖고 있는 모든휴지뭉치를 샀다.

어짜피 매일 필요한 휴지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었고 또 카지노 쿠폰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날은 카지노 쿠폰에게 정말 기적과 같은 날이 되었고, 카지노 쿠폰는 너무 행복해 하며 일찍 자리를 정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갔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좀 더 일찍 쉴 수 있겠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으리라.


그 순간, 나는 문득 카지노 쿠폰처럼 갑자기 하나님에게선물을 받았던 내 삶의 기적들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에게 손길을 내밀어 주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절망 속에서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희망이 되는지, 나는 직접 경험한 사람이었다.


카지노 쿠폰도 오늘 작은 기적을 경험했을까?


만약 내 작은 손길이 네 명의 아이와 카지노 쿠폰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었다면,

그것 또한 내 삶에 기적이 되는 것이었다.


카지노 쿠폰는 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내 눈을 더 크게 뜨게 해 주었다.



내게 검은 봉지를 내미는 카지노 쿠폰의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작은 순간들이 언젠가 카지노 쿠폰의 삶에따뜻했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 카지노 쿠폰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적을 나눠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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