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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Feb 15. 2025

14년 간 카지노 쿠폰 책을 드디어 만나다

나쁜 토끼 - 와카타케 나나미(내친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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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의 빛만 있으면 나는 살아갈 수 있다. 눈을 감았다.



홈이 나 있는 작은 금속판에 접착제를 흘려넣고, 꼬챙이의 끄트머리를 혀로 핥아 손톱의 때만큼 작은 큐빅을 붙여 접착제를 흘려 넣은 홈에 끼운다. 하나의 귀고리에 붙이는 큐빅의 수는 서른 개. 귀고리 한 쌍을 작업하면 90엔이 내 수중에 떨어진다.

부엌 테이블에 앉아 묵묵히 이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매우 충실하고 감사한 기분이 된다. 퇴원 후 10일 동안 나는 대나무 꼬챙이의 끄트머리를 2만 220번 핥아 337쌍의 귀고리를 만들어 3만 330엔을 벌었다. 그 중 10퍼센트는 세금이다. 대꼬챙이 앞이 뾰족한 편이라 이따금 그것으로 신문에 등장하는 정치가의 콧구멍을 뚫어주었지만 그리 기분이 풀리지는 않았다.

- p. 41. 초반전




.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쁜 토끼'가 출간되었다. 번역을 기다리는 거야 장르문학 팬의 길을 선택한 이상 당연한 일이고, 1~2년 카지노 쿠폰 것 정도로는 되려 그렇게 빨리 나왔냐며 놀랄 일이지만, 그런 '이 바닥'의 특성을 감안해도 이 책은 역대급에 들만하다. 무려 2008년(!)에 북폴리오 출판사에서 와카타케 나나미의 '네 탓이야'를 처음 출간하면서 책 날개에 패기있게 '근간'이라고 소개한 게 이 책이었으니까. 당연히 네 탓이야와 이어 출간된 '의뢰인은 죽었다'를 읽고 하무라 아키라에 빠진 독자들은 곧 나온다는 나쁜 토끼를 기다렸고, 그렇게 14년(....)이 흐른 2022년에 내친구의서재에서 이 책을 내 준 것이다. 그동안 하무라 아키라 2부인 '살인곰 서점 사건파일' 시리즈가 나오면서 20대 후반이었던 하무라 아키라는 40대가 되었고, 일본에서는 2부의 인기를 바탕으로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가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레이디 조커'도, '도불의 연회'도 나름 오래 기다렸지만, 이 책과 비교하면 어림도 없다.


. 그동안 무려 카지노 쿠폰에 걸쳐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다보니 일본과 한국의 출간순서가 좀 뒤바뀌어 있는데, 이 소설은의뢰인은 죽었다와 살인곰 서점 시리즈 사이에 위치하며 하카지노 쿠폰 아키라 월드를 연결하는소설이다. 그래서 살인곰 서점 시리즈에서는 이미 은퇴한 하세가와 소장이 하카지노 쿠폰에게 일거리를 주기도 하고, '이별의 수법' 도입부에 대지진 때문에 건물이 기울어버려서 퇴거할 수밖에 없었다던 신주쿠 2층의 셋방에 하카지노 쿠폰가 막 입주하기도 한다. 특히 의뢰인은 죽었다에서 꽤 큰 비중으로 나왔던 동료 카지노 쿠폰키 요시히로나 하카지노 쿠폰의 유일한 친구였던 아이바 미노리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보니 하카지노 쿠폰 아키라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가출해서 남자와 동거한다는 열 일곱 살 딸을 데려와달라는 의뢰를 받은 하카지노 쿠폰 아키라. 의뢰 내용은 여느때처럼 평범한 듯하지만 하카지노 쿠폰와 동행하게 된 조사회사의 직원이 사장 낙하산으로 들어온 2미터 가까운 껄렁껄렁한 거구라는 데서 전혀 평범한 시작이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그냥 평범하게 데려오면 되는 상황에서 거구는 온갖 난리를 쳐대고, 동거남까지 그 소란에 끼어들면서 책이시작된 지 15쪽 만에 하무라는 칼에 찔리고 발에는 금이 간 채 병원행. 역시 와카타케 나나미답다. 거카지노 쿠폰 문제는 이제야,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 아니나다를까 부상에서 회복되기도 전에 가출했던 여고생의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의뢰가 들어오고, 뒤이어 그 아이의 또 다른 친구가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실종된 학생의 어머니는 하무라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이제 사건에서 손을 뗄 수 있는 상황은 지나버렸다. 거기에 하무라의 유일한 친구인 미노리까지도 질 나쁜 애인을 카지노 쿠폰는 정신없는 전개. 이렇게 하무라 아키라 스스로 이야기하는 '최악의 9일'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된다. 그 끝에서 밝혀지는 변질되어 버린 젊은 날의 이상과 자만심이 되어버린 뒤틀린 자부심, 이 모든 게 뒤섞여 인간이라 할 수조차 없이 망가져버린 이들의 범죄. 중간중간 등장하는 몇몇 암시에 설마, 설마 그거였을까 싶었는데 사건의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짐작이 맞았다는 것보단 도무지 말도 안되는 도를 넘은 행각에 머리가 멍해진다. 그나마 하무라와 가출소녀 미치루 간의 티격태격이 아니었다면 정말 팍팍하디 팍팍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 이번 장편에서도 와카타케 나나미는 한 번 읽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탐정사무소 직원들과 경찰들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건에 휘말려 있고,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미스디렉션이고 어떤 게 진짜 범죄인지 가려내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카지노 쿠폰다. 그나마 먼저 드라마가 나와 있었던 덕에 책의 진도에 맞춰서 드라마를 봤기에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지 그게 카지노 쿠폰었다면 '녹슨 도르래' 때처럼 진작에 길을 잃어버린 채 결말을 보고 나서도 그게 누구고 어디 나온 얘긴데 하지 않았을까. 하긴 녹슨 도르래가 유독 복잡하긴 했지만서도.





나는 기계적으로 사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위로 자신을 끌어올렸다. 위로, 어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위로. 달이 있는 곳, 빛이 있는 곳으로.

그 소원은 완전히 불시에 이루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커다란 바위에 기댄 채 끝없는 어둠 밖으로 나와 있었다. 바람이 몸을 때리고, 머리를 감아올려 땀을 빼앗아 간다. 진한 녹색 냄새만 맴도는 어이없을 정도로 공허한 공간에 나는 주저앉아 있었다.

바람을 피해 바위 그늘에 주저앉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직 눈이 부시다고는 할 수 없는 가느다란 달.

하늘 가득히 아로새겨진 별들. 도심 하늘에서는 절대로 잘못 볼 리 없는 일등성조차 이곳에서는 너무나 많은 별에 묻혀 어느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하나하나의 별빛은 모두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아주 작은 빛이었다. 태양, 카지노 쿠폰 형광도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빛의 점이었다.

하지만 만족했다. 내 눈과 마음에는 충분할 정도로 밝다.

별은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동시에 나를 채워주었다.

- p. 516. 종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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