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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Feb 16. 2025

카지노 게임, 받아들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농담 - 밀란 쿤데라(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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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여러분, 그것은 농담이었습니다."



"낙천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 따윈 바보스런 것이다! 트로츠키 만세! 카지노 게임."

- p. 54.





. 이 책을 이번을 포함해 세 번 읽었는데, 이번에야 드디어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에 읽었을 때는 루드비크와 헬레나의 이야기나 권위주의 사회에 압살당하는 개인의 이야기로만 읽었을 뿐 삶의 무정함으로 인한 아이러니나 삶에 대한 체념(화해의 형태를 띠고 있는)을읽어내지는 못했다. 이렇게 또렷하게 드러나 있는 메시지를 읽지 못했다니. 이전에 읽었을 때는 삶의 씁쓸함을 알기에는, 그리고 그런 씁쓸함은 감수할 수밖에 카지노 게임 것이라는 걸이해하기에는아직 어렸었던 카지노 게임다.


. 치기어린 질투와 그로 인한 어리석은 호승심으로 나온 농담 한 마디에 그때까지 쌓아왔던 것들과 앞으로의 미래가 모두 무너져버리고, 이제는너무나 긴 세월이 흘러 의미없어져 버린복수마저도 좌절된 카지노 게임. 오랜 세월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끝에 체코 민속음악의 거두가 되었지만 자신의 지위도, 오랜 세월 쏟아부은 노력도 모두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게 된 야로슬라브. 남편에게 버림받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남편에게 으스대며 들이댈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은 줄 알았지만 루드비크에게도 내버려진 후 자신이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 헬레나. 쿤데라는 이들을 통해 삶이라는 것은 마치 절벽이나 심해처럼 우리의 바람이 개입될 여지가 카지노 게임 무정물 같은 것임을 이야기한다.


. 우리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기에 과거를 어떻게든 되돌리려 하고, 이로써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과거는 카지노 게임 어떤 모양으로든 지나간 것이고, 우리는 카지노 게임 그이후를 살아갈 뿐이며, 삶은 그런 총체일 뿐이다.상대가 타인이나 - 하다못해 사회라면 싸울 수 있다. 운명 정도만 되어도 말로나마 저항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과 싸운다는 건 불가능하다. 삶은 지금까지의 시간이 누적된 결과물일 뿐이므로.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자신과 싸운다는 얘기는 카지노 게임 회피일 뿐이므로.


. 제마네크를 상대로 한 헛된 복수에조차 실패하고, 그렇게 스스로가 우스꽝스러워질대로 우스워진 상태에서 카지노 게임는 그걸 깨닫는다. 그런 헛헛해진 마음으로 그는 한때 동료였지만 노선 차이로 갈라졌던 야로슬라브와 재회한 자리에서 함께 연주하자고 손을 내밀면서 "일이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끝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의 방향은 제마네크에 대한 복수에서 야로슬라브와의 화해로 바뀐다. 비록 그렇게 시작한 연주 역시 끝내지 못한 채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시작은 할 수 있었잖은가.





그리고 얼마쯤 지나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루드비크였다. 나는 다음 일격을 기다렸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내게 해를 입힐 만한 아무카지노 게임 없었으니까.

카지노 게임는 내 바로 옆에 앉아, 오후에 있을 연주 준비는 다 되었느냐고 물었다.

"자네가 그곳에 가고 싶다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네."

"그 연주를 들으려고 이 도시에 왔나?"

"아냐, 그래서 이 곳에 온 것은 아냐. 하지만 일이란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끝나는 거야."

"그래, 전혀 생각지도 카지노 게임던 식으로 말이지."

"나는 이 근처의 벌판을 벌써 한 시간 동안이나 서성거리고 있었지. 그런데 이런 곳에서 자네를 만나다니."

"나도 마찬가지야."

잠시 후 카지노 게임는 "그런데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네만" 하고 말했으나, 나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는 않았다. 블라스타와 마찬가지로, 그는 내 눈을 정면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의 경우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내 눈을 보지 않는 것이 내심 기뻤다. 내게는 그것이 부끄러움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 부끄러움이 나를 따뜻하게 하고 치유해 주었다.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데"라고 그는 말했다.

"오늘 자네들과 함께 연주시켜 주지 않겠나?"

- p.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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