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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필 Sep 14. 2021

6. 카지노 쿠폰에 눈 뜰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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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

야옹야옹 야아 옹

야옹야옹 야아 오옹

한참을 고양이 코스프레 중인 채이.

지난번 쭈쭈바를 먹인 이후 날마다 졸라댄다.

드디어 카지노 쿠폰 맛에 눈을 뜬 것이다.

덕분에 채냥이를 보는 건

참 예쁘네.

오늘도 애교에 녹는다.

"그래, 먹어라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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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

분명히 이것은 반찬 이건만 남편 눈에는 술안주로 둔갑하는 이상한 저녁 밥상.

"오~ 이거 술 한 잔 할까?"

남편이 말한다.


이에 나는 "아놔 밥반찬이라고요~"


슬쩍 뾰로통한 남편 "아.. 한 잔 해야겠는데~"


"됐어. 밥 드셔"


우리끼리 투닥투닥 거리는 통에 못 봤는데

후다다닥 어디론가 다녀오는 채이.

"아빠~ 맥주 여기 있더여~"


어이구.

채이는 귀도 밝지만 발도 빠르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채이야~ 엄마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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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쿠폰

쨍하니 해가 떴다.

빨래가 잘 마르는 날이다.


식구들은 모두 각자의 길로 떠나고

집에 남은 나는 세탁기에 세제를 털어 넣고 버튼을 누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랜만에 햇살 샤워받는 빨래들.

그리고 나.


요즘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더 늘리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정함이 없는 관계에 질려간다.

필요에 의해서만 필요한 관계가 싫다.

그러한 속내를 알게 되는 것도 싫기에 어딘가에 속해 있는 것도 싫다.

누구의 아래에 있다는 느낌도 싫다.

그래서 조직생활하는 카지노 쿠폰들이 대단해 보인다.

친구를 만드는 일도 어렵다.

하루 이틀 만나서 넌 진정한 친구구나! 할 수도, 있을 수도 없으니.


귀촌하여 살고 있는 이곳은 이미 서로 친구가 형성되어 있고

말 그대로 지역사회.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우호적인 관계로 안면만 트고 사는 것일 뿐.


빨래를 널어놓고서

'그래 인생은 혼자야!'라는 생각에 미친다.

혼자임이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그저 심플해지고 싶다.

마음도 관계도.

프리랜서와 전업주부의 이상한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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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무슨 가면을 쓸까 고민하는

카지노 쿠폰아

질투에 눈멀지 마라.

한참 부족한 네 모습에 한없이

질투가 나겠지만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카지노 쿠폰아

너의 세치 혀를 조심해라.

입 밖으로 꺼낸 말은 절대 주워 담지

못한단다 줍지 못한 말이 너에게 다시

돌아가 한방 먹을 날이 온단다.


카지노 쿠폰아

카지노 쿠폰은 앞뒤가 같아야 한단다.

앞에서는 배시시 웃고

뒤에서는 배알 꼴려 뒷말하면

넌 세상 가벼운 카지노 쿠폰이 되는 거야.


카지노 쿠폰아

네 주둥이가 택배처럼 배달되어선

안된단다. 여기저기 배달되면서

이 살 저 살 다 붙어 산처럼 불어버리는 게

말이란 거야.


카지노 쿠폰아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다.

하, 멀리 볼 줄 알면 지금처럼 안 살겠지.


카지노 쿠폰아

정신 차리고 돌아보면 넌 혼자란다.

지금부터라도 카지노 쿠폰에게 진심을 담으렴.

아직 늦지 않았단다.


그리고 가면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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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만 언제 어른됐어? 난 못 봤는데"

못 본 게 당연하면서도 생각에 잠긴다.

글쎄, 내가 언제 어른이 됐을까?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를 달렸을 때?

처음으로 그 투명하고 쓴 술을 마셨을 때?

술이 더 이상 쓰지 않고 달다고 느꼈을 때?

카지노 쿠폰를 처음 낳고 돌봐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졌을 때?


카지노 쿠폰만 먹었다고 어른이 된 건 아닐 터.

글쎄,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을까?


어른... 되기 싫다.



물려받은 수영장

물려받은 튜브

물려받은 옷

그래도 해맑은 딸

그나저나 딸아 밤 9시에 물에 들어가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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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들고 후다닥 뛰어가는 채이를 봤으나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다급한 찬혁이 목소리..

"으아! 내 용돈!!"


그리고 천진난만한 채이 목소리.

"꿀꿀아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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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게 조크든여"

조크든을 듣자마자 그 뉴스, 라떼 생각이...^^

아. 나도 옛날 카지노 쿠폰.

그런데 요즘 카지노 쿠폰 중에서도 한참 요즘 카지노 쿠폰인 너의 입에서

조크든요 라니.


그나저나 윗집에서 물려준 저 신발.

뭐에 꽂힌 건지 날마다 무슨 옷을 입든지 간에

무조건 핑크빛 저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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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초침이 큰바늘을 재촉한다.

두근두근 이유 모를 조급함이 내 마음을 재촉한다.

까만 먹물은 굳어가고 있는데

화선지가 내 마음처럼 타들어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시간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적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안하다.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그림도 글씨도 산으로만 가는 날이다.

무언가를 해야 될 것만 같은데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좋은데 좋지 않다.

이건 무슨 마음?



생각해보니 오후 시간의 내 조급함은 모두 채이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오늘은 일 없으면 나 델러와 줘"

"다은이는 할머니가 델러 오더라"

"엄마 오늘 일 있어? 없어?"

"꼭 델러와!"

라고 노래를 부르고 간 딸 때문이었던 것이었다.

하.. 벗어날 수 없는 육아의 굴레.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어.

나는 지금 한참 흔들리는 중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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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모두가 예쁜 카지노 쿠폰이었다.

생각도 못했던 사촌 언니들 이름까지 외우고 있었다니~

사랑스러운 채이야 좋은 꿈 꾸렴.


요즘 채이는 밤 기저귀를 떼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열흘 이상 밤에 쉬를 안 하면 완전히 성공이라던데~

오옷! 이틀째 성공!

내일도 제발~





60

어푸어푸

아 시원하다.

채이 눈에 말끔해진 엄마의 얼굴이 보기 좋았을까?

한참을 세수 광경(?)을 지켜보더니..


"우아 엄마 멋지다!"


"훗.. 그래?"


2초 뒤


"왕자님 같아!"


뭐.. 뭐지 어느 포인트에서 왕자님인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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