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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포레스트(2)

영화 ‘김씨 표류기’에는 두 명의 김 씨가 나온다. 목숨을 버리려다 무인도에 고립된 남자 김 씨 ‘김성근(정재영 배우님)’과 세상과 벽을 쌓고 방 안에 고립된 여자 김 씨 ‘김정연(정려원 배우님)’. 두 김 씨는 서로 전혀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 세상을 표류하고 있는데 여자 김 씨의 삶에서는 도시살이의 냄새가, 남자 김 씨의 삶에서는 시골살이의 향기가 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물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남자 김 씨의 삶을 택할 것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나의 노력만큼 먹고사는 자급자족. 이 얼마나 정의롭고 완벽한 삶인가! 나도 김 씨처럼 맨손으로 밭을 일구고 불을 피워 살아가리라.


시골살이를 하게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김 씨처럼 마당에 불 피우고 고기 구워 소주 마시기(김 씨처럼 비둘기를 구워 먹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귀촌과 동시에 꿈을 이루었다. 여름과 겨울 한복판을 피해서 틈틈이 최선을 다해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신다. 그걸로 됐다. 난 이미 도시를 떠난 의미를 거의 다 찾았다.




그렇다면 이제 아내의 로망을 이룰 차례다. 아내는 소소하게 작물을 키울 작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다. 자연스레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집을 구하려다 보니 똑 떨어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가진 집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의 집을 구매하면서 위안을 삼았던 것은 시멘트로 포장된 마당 한구석에 두 그루의 나무가 심겨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단이 있다는 점이었다.


“나무는 그대로 두고 남은 공간을 잘 활용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돌 좀 골라내고 흙갈이 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불러올 노동의 나날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사 후 한 달 내내 비가 내리고 8월이 되자 어떻게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화단은 온데간데없고, 허리춤까지 자라난 잡초들이 마구 뒤엉킨 숲이 생겨나 있었다. 그야말로 리틀 포레스트.


고작 손바닥만 한 화단이었지만 수십 종의 풀들이 빼곡히 박혀있어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었다. 풀 한 포기씩 뽑을 때마다 뿌리에 달려 나오는 돈벌레와 콩벌레, 지네들은 노동에 긴장감마저 더카지노 게임 사이트. 뿌리까지 뽑지 않으면 금방 또 싹을 틔울 놈들이란 걸 알기에 대충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소리쟁이라는 놈이었다. 도대체 뭔 놈의 뿌리가 그렇게 깊이 박혀있는지 이러다가 지하수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땅을 파도 뿌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 소리쟁이란 놈은 항염 작용과 독소 배출에 효과가 있어서 약재로 쓰인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겐 그냥 잡초다. 더럽게 뽑기 힘든 잡초.



잡초를 다 걷어내자 3개월 전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만났던 그 화단의 모습이 나타났다. 단풍나무 한 그루와 공작단풍 한 그루가 심겨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단. 나무를 다 뽑아 버릴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3미터는 족히 되는 나무를 뽑는 것도 큰일이고 밑동을 남긴 채 잘라내기만 하면 훗날 지네들의 좋은 서식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포기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무는 살려두면서 나머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에 땅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흙이 정말 형편없었다. 흙이라기보다는 자갈밭이라고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이런 땅에서도 잡초는 잘도 자라는구나!


잡초 제거와 자갈 골라내기를 끝내고 나니 이제 새로운 흙을 채워 넣는 일만 남았다. 시골살이하면서 트럭 한 대 있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실제로 대부분의 집들이 트럭이나 픽업트럭 한 대쯤은 가지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만드는 동안 트럭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우리의 귀여운 붕붕이로 마사토와 상토, 비료 등을 나르기에는 남들보다 대여섯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새로운 흙을 채우고 화단이 제법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양을 갖춰을 즘 또 한차례 거센 비가 찾아왔다. 정말 비가 징그럽게 많이 오는 동네다. 자비 없이 쏟아지는 비는 겨우 밭의 흉내를 낸 화단인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지의 고운 흙들을 모조리 쓸고 가 버렸다. 한쪽이 옹벽으로 막힌 경사진 화단은 태생적으로 흙의 손실을 막기 힘들어 보였다. 애초에 그래서 자갈만 남아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예 시작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제 와서 우리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포레스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가 찾은 답은 틀밭이었다. 벽돌로 구획을 만들고 안에 흙을 채워 흙의 유실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수백 장의 빨간 벽돌을 사기 위해 또다시 골재상과 집을 여러 번 오가야 했다. 땅을 파고 벽돌을 4단 정도 쌓아 네모난 틀을 만들자 제법 그럴듯했다. 안쪽에 T자 모양으로 벽돌을 쌓아 세 구역으로 나눈 후 상토와 비료를 채워 넣으니 제법 아담한 틀밭이 완성되었다.




완성까지 꼬박 한 계절이 걸린 우리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이후로도 크고 작은 보수를 거쳐야 했다. 포슬포슬 기름진 밭이 동네 고양이들의 화장실로 전락하는 바람에 멀칭을 해야 했고 단풍나무에서 떨어지는 송충이를 막기 위해 한냉사도 쳐야 했다. 결국 다음 해가 되어서야 제대로 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손바닥만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나에 손이 이렇게 많이 가는 게 맞나 싶지만 철마다 뜯어먹는 채소들을 생각하면 아내가 왜 그리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갖고 싶어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여름 내도록 뜯어먹어도 남을 만큼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들은 이웃과 나누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게 이런 것일까? 상추를 보내면 사과와 배가 되어서 돌아오고 고추를 보내면 곶감과 꽃게가 되어 돌아왔다. 올해도 우리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는 상추가 싹을 틔우고 완두콩이 줄을 잡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더울지,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걱정스럽지만,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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