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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Mar 09. 2025

독한 카지노 가입 쿠폰

[포스트잇 1]

삼철

지금은 민방위 훈련 중이야.
밖에 나갈려다 꼼짝없이 사무실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꽤 오랜만인 거 같다. 민방위 훈련이 말야. 그전에는 계속 집에 있어서 몰랐던가?...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 내가 그랬잖아. 월요일 날 비 온 댔다고. 정말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오니까 기분도 우울하고 참 싫다. 이런 느낌도 싫고...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하는 나 자신도 싫고. 재미있고 즐거운 일 뭐 없을까? 답답해 미치겠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 갈데라도 있으면 좋겠어.

요즘 들어 자꾸만 나약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카지노 가입 쿠폰. 그러지 말아야지. 기쁘게 살아야지 하면서, 정작 마음은 그게 안돼. 아무런 희열조차 느낄 수 없는 내 삶이 따분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네 심정 네 기분을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1998. 11. 16.


[포스트잇 2]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인 거 같아.
아침에두 많이 추웠는데 해가 중천에 떠 카지노 가입 쿠폰 지금 오후의 날씨도 여전히 쌀쌀해.

아까 아침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11시쯤에 우리 회사 언니 신랑이 전화를 했더라.
지금 대전에 출장 가 카지노 가입 쿠폰데 첫눈이 온다며 같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서 아쉽다는 식으로 전화를 했더라구. 대전이라... 대전이라면 충주에서 가깝지 않니? 그래서 그곳 충주에도 첫눈이 왔을까 싶어서 얘기하는 거야.

오전에 아쉽게 끊어진 너의 전화를...

수화기만 아니 핸드폰만 계속 바라보다가 결국은 못하나 보다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했어. 너무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너한테 전화가 오기는 왔었는지. 가스(화생방) 마시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 말이 맞긴 맞는 건지... 헷갈리기 짝이 없어...

하다가 끊어졌으면 또 전화해야지 치사하게 그걸로 끝이냐. 바보야.
누가 네 목소리 듣고 싶었을 까봐? 흥~


1998. 11. 17.


[편지]

삼철이에게.

오늘 첫눈이 왔다며? 이곳 서울 말고 대전에 왔다더라구. 거기두 왔니?
첫눈이라... 이젠 첫눈이라 해도 아무런 감흥도 없어. 그저 눈이구나 싶어. 내 나이에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쩌지?

하지만 정말야. 다 산 사람처럼 좋은 걸 봐도 좋은 줄 모르겠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겠어. 음, 가만히 카지노 가입 쿠폰해 보니까 너 때문인 거 같다. 나 착하지? (왜 착한지는 잘 카지노 가입 쿠폰해 보고) 별루 착하지도 않으면서 착한 척할려니 힘들다.

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에 익숙해질 때도 된 거 같은데 회사에서 힘들기는 마찬가지야. 꼭 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대고 눈에 힘도 풀려서 어느 곳을 쳐다보는 건지 감도 잡을 수 없고. 더군다나 요즘같이 컴퓨터에 앉아서 일만 하는 날이면 더욱 주금이다. 꾸벅꾸벅 졸지는 않는데 나중에 일한 거 뽑아보면 엉망이야. 다 틀리고 계산도 잘 못되어 있고, 입력도 잘 못되어 있고. 졸지도 못하고 사람 잡는 거야. 온전히 주말 빼고 푹 좀 잤으면 좋겠다. 요즘은 일도 많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카지노 가입 쿠폰 시간이 음... 2/3는 된다. 그래서 눈도 아프고 계속 앉아 있으니깐 똥배만 더 나오고... 우쒸.
정말 비참하다.

내가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너 나를 참 한심하게 봤지. 아니 물어보나 마나 그랬을 거야.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 취직된 것만도 어딘데 배부른 소리 한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했지. 세상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힘들면 얼마나 힘들어서 그만둔다고까지 하느냐. 놀고먹는게네스타일이라는 둥... 너 나 많이 흉보고 욕했지. 그냥 너의 대답에, 네가 그랬잖어 그만두지 말라고. 거기엔 수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나 이제야 알 거 같아.
나 참 바보 같지...

무슨 얘기를 어떤 얘기를 해서라도 너에게 나를 이해시키고 싶지만 결국 나 아닌 다른 누구도 나를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에 그냥 그만둘래... 하지만 내가 한 얘기를 있는 그대로만 해석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아예 카지노 가입 쿠폰 마.

낼은 영하 7도래 나 어떡하지?
너두 몸 조심하고. 그럼 안녕.


1998. 11. 17.

P. S. 회사에서 몇 번 네게 memo를 썼어.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보내는 거니깐...
중복되는 내용도 있을 거야.


군대라는 곳을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카지노 가입 쿠폰해 본 적이 없는 단어가 떠올랐다.

화지대, 화생방지원대대의 줄임말인 것으로 기억한다. 군인들은 매년 정해진 횟수의 사격과 더불어 화생방 훈련을 해야만 한다. 일명 깨쓰~


화지대는 헌병을 가장 증오하는 대대이다.

해마다 깨쓰시즌이 다가오면 헌병은 눈에 불을 켜고 화지대 아저씨들을 관찰한다. 그러다 두발, 복장 기타 군 내 규율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이른바 군기카드를 끊는다. 카드가 끊기면 군기교육대에 들어가 며칠간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나는 아주 드물게군기교육에 조교로 참여했다. 위에서는 항상 빡씨게 굴리라고 하지만 시늉만 냈었다. 다 같은 처지일 뿐 아니라화지대와 헌병대의 공생(?)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매캐한 계절에확보한 군기카드는 화지대와 딜을 하는 진정한 카드이다.

화지대의 군기교육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우리 헌병대 인원의 화생방 훈련을 제외시키는 거래를 한다. 군기 교육과 화생방 훈련은 그 길이와 강도가 다르기에 한 장의 카드는 수 인의 깨쓰면제권이 된다. 가끔은 아주 대승적 차원의 빅딜이 성립하기도 한다. '이번에 우리 소대는 화지대 인원에 대한 카드를 끊지 않고 전원 화생방 훈련에 참여할 것이다. 단,화생방훈련에서 깨쓰체험은 제외시킨다.' 헌병이었던 나는 실제로 단 한번, 이병 때를 제외하고 깨스를 마신 적이 없다. 어느 정도 밥이 되면 후임병들이 알아서 빼오곤 했다.


이때가 그 단 한 번이었던것이다.

화지대에는 공중전화가 있었다.처음이자 마지막인 깨스를 마시고 잠시 쉬는 시간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줄을 늦게 서서 전화를 걸자마자 떠나야만 했다. 그녀도 화가 날만큼 아쉬웠던 것 같다.


'다 산 사람처럼 좋은 걸 봐도 좋은 줄 모르겠고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겠어. 음, 가만히 카지노 가입 쿠폰해 보니까 너 때문인 거 같다. 나 착하지?'



자신이 착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그녀의 질문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그래 우리 은경이 착하다.

그녀도 나도 서로를 많이 카지노 가입 쿠폰하고 걱정했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카지노 가입 쿠폰해 보면

지난날 우리는, 서로를 너무도 간절히 그리워했던이때의 우리는 눈물, 콧물 다 흘리는 화생방 훈련처럼 참 독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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