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이
카지노 게임 얼마 전 편지에 그랬었지. 거리엔 온통 크리스마스분위기라고.
하지만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인데 아직 IMF라서 그런지 캐럴도 없구 그저 장식뿐인 밋밋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고 있는 거 같애. 정말인지 얼마나 썰렁한 줄 알어? 제대로 된 캐럴은 거리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어. IMF 이전에는 한 달 반 전서부터 틀어 주고 그랬던 거 같은데 말야. 근데 왜 이런 얘길 했냐면 그래서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지만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엊그제 팬시점을 가니까 크리스마스카드로 꽉 차 있더라구. 그제사 실감이 나더라. 올해도 어김없이 왔구나. 한 번쯤 빼먹어두 괜찮은 걸 또 온 게 뭐람하고... 그래두 이왕 온 거니깐 카드나 구경하자 하는 마음으로 쭉 훑어봤는데 참 이상하다. 시대는 참 편리하고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또 변해 가는데 왜 카드들은 옛날보다 더 칙칙하고 유치하고 촌스러운 건지. 입체카드도 그렇고 다른 카드들도 예정보다 훨씬 못한 거 같애. 몇 장 사지 않을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리 고르고 저리 고르다 결국은 한 장도 사지 못하고 그냥 왔지 뭐. 혹 카지노 게임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가 촌스럽더라도 이해해 달란 의미에서 긴 내용을 썼다. 그래두 너한텐 처음 주는 크리스마스카든데 많이 고르고 골라서 게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보내줘야지. 또 제일 이쁜 걸로 그렇지?
카지노 게임 어려 보이긴 어려 보이니? 요즘엔 그런 소릴 별로 안 들어봐서, 음 이제야 사람들이 내 나이로 봐주는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 얼마 전 한 아줌마가 길을 물으면서 두 연신 학생 학생, 화장두 했는데 카지노 게임 고등학생으로 보인단 말야. 대학생두 아니구. 또 회사사람들도 내 나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얼굴 보면 잊어버린다나. 그러면서 카지노 게임 내년엔 24살이라니깐 나보고 그렇게 많이 먹었냐구.
얼마 전(한 두해 전) 까지만 해두 나이 얘기하면 사람들이 참 좋을 때다 나두 그럴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부러워했는데 이젠 나이얘기하면 그러기는커녕 나보고 나이가 그렇게 많냐는 둥 이제 은경씨도 시집가야겠다는 둥,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거지? 매년 똑같이 한 살씩 더 먹어가지만 한해 한 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니. 몇 년 더 지나면 무슨 얘길 들을지 안 봐도 뻔하다. 시집 못 가고 있으면 분명 그러겠지. '내년에는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가야지.' 하고... 벌써부터 슬프다. 이런 소리 듣으려니 그러기 전에 카지노 게임 독신주의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구 다녀야겠어. 너두 그렇게 생각하지?
밤이 깊었어. 지금 너 자고 있는 중이라면 좋은 꿈 꾸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근무 중이라면 추운데 몸 조심하구. 그래, 은경이는 잘 거니까 좋은 꿈을 꾸어야겠지.
그럼 잘 자구, 다음에 보자. 또 편지 쓸게.
1998. 12. 5.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카지노 게임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카지노 게임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 정호승
지구상에는 전통 카지노 게임 3대 거짓말이 존재한다.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 노인의 빨리 죽고 싶다 그리고 처녀가 시집 안 간다.
이 글을 편지를 쓴 처녀 또한 지속적이자 일관적으로 독신주의를 표방카지노 게임 있지만 예외는 아니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부르짖는 독신주의, 이 시기나 상황을 보면 더 외롭고 더 그리울 때이었던 것 같다. 한 때 인기 있었던 개그콘서트의 유행어처럼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녀에게 크리스마스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남자친구, 즉 총각은 어떠했던가...
독신주의를 표방하지는 않았으나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기대는 없었다. 가정을 이뤄 아이와 함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보겠다는 염원도 없었다. 내가 오래 보아 온 부부는 내 부모님이었고 내가 살아온 가정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짓말쟁이 처녀의 인생계획 덕분에 하게 된 결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역시 그녀의 가족계획으로 얻게 된 아이와의 만남...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카지노 게임 조우였고 신세계였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자, 한 인간으로서 부모로서몹시도 부족했던 나를 많이 채워준 선생님이기도 했다.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우리가 입양한 아이를 우리 손으로 버렸다.
눈에 넣기는커녕 다시는 눈에 담고 싶지도 않은 자식이다. 부모에게 총부리를 겨눈 천하의 패륜아다. 아들 하나 잘 못 데려왔는데 며느리까지 세트로 집을 망쳤다.손해가 막심하다 못해 가산이 거덜 나기 일보 직전이다. 배은망덕한 입양자의 '파양'이 기정사실이 된 그 순간 우리는 너무도 기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이 자식이 우리에게 주고 간 것은 있다.
우리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 부모였는지... 그 부족함이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 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된 오래전 내가 지금도 아이를 통해 배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새로운 자식을 다시 입양해야 한다.
파양 된 배은망덕한 패륜아가 준 너무도 값비싼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부족한 부모인 내가 내 자식으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듯이, 60일 이후에 조우할 미지와 신세계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전 아내의 편지에 쓰인 한 편의 시가 너무도 깊숙이 가슴에 와닿는 오늘이다.
시 속에 그는 이 나라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고
주권자는 부모와 같아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