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용환 Oct 25. 2023

머리가 나빠서 사는 게 걱정입니다.

어린 시절 머리가 나빠서 걱정이었다. 사실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난해서 비교당할 대상도 없었고, 부모님은 초등학교 교과에 관심을 가질 여력도 방법도 몰랐다. 그저 첫째 아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보통 아이처럼 평범한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그 기대하던 아이는 바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 시간이면 나는 책상 밑으로 숨거나 화장실로 도망 다녔다. 이유는 선생님이 읽기를 시킬까 봐 무서웠다. 우연인지 불행인지 나의 성은 '고' 씨이다. 그래서 항상 반에서 번호가 빨랐다. 어쩌다 키순으로 번호를 정해도 항상 빨랐다. 재수가 없게 키가 컸다. 그래서 먼저 책을 읽어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린 마음에 순수하게 선택한 것이 바로 도망이었다.


5학년까지는 쪽팔림에 대해 몰랐다. 글을 읽을 수 없어도 괜찮았고 창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르몬 때문인가 어느 순간 짝꿍이 브래지어를 하고 오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그때부터 쪽팔리고 싶지 않았다. 그냥 평범해지고 싶었고, 아이들이 내가 멍청해서 웃는 게 싫었다. 그래서 도망 다녔다.


생각해 보면 누구도 내게 글 읽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학원은 몇 개 다녔다. 그런데 무슨 예체능에 한이 있었는지, 학원비가 저렴했는지 부모님은 공부에 도움이 안 되는 피아노, 미술 학원에 나를 보냈다.

이게 재능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예체능도 못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니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몇 달 못 다니고 그만두고 동네 아이들과 거지꼴이 될 때까지 뛰어다녔다.


결국 나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글도 읽지 못하는 그런 덩치만 큰 사춘기 소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구원자는 부모님도 학원도 아니고 사춘기였던 거 같다. 아니면 짝꿍이었던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결국 나를 노력으로 안내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담과 이브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나는 부끄러움이 고맙다. 쪽팔림은 6학년 겨울 방학 동안 내게 기름을 부었다. 나는 활활 타올랐다. 아주 자발적으로.

바쁘게 일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료분들을 열심히 따라다녔다. 이유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속성으로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한글 대충 읽을 수 있게 되고 나는 바로 글쓰기 연습을 했다. 읽을 수 있으니 쓰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가 쓴 노트를 뒤져서 닮고 싶은 글자체를 찾았다. 조금 덜 복잡해 보이는 엄마 글자체를 선택했다. 그래고 따라서 노트에 적으며 연습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다. 그냥 엎드려서 책의 글자들을 엄마 글자체를 따라서 쓰고 또 썼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엄마 아빠는 흐뭇하게 웃었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하얀색 구름만큼이나 순수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웃음이 칭찬으로 느껴졌고, 더 열심히 쓰고 또 썼다.

결국 나는 엄마의 흘림체를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그저 문맹 탈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냥 귀엽다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나는 죽을 만큼 최선을 다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저 평범하기 위해서 자발적인 노력 온라인 카지노 게임. 물론 이 노력을 바탕으로 드라마 같은 성적을 중학교 때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건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을 따라다녔다.

중학교 입학하고 나는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신이 났다. 초등학교 동안 알림장을 끝까지 받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모음, 자음 한 글자씩 그림 그리듯이 보면서 따라서 노트에 적었다.

한 글자, 한 글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러나 언제나 초록색 칠판의 하얀 글자는 먼저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쓰지 못한 글자들은 엄마의 숙제가 되었다. 엄마는 일을 마치고 내 알림장을 들고 옆집 순이네를 찾아가 나 대신 받아쓰기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당시 엄마는 내게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그냥 묵묵하게 바보 아들 때문에 그 짓을 6년 동안 했다. 만약 엄마는 내게 무식하다거나, 멍청하다고 말했다면 난 지금도 무식하고 멍청한 놈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쪽팔려도 나는 집에서는 괜찮았다. 스스로 창피함을 깨닫기 전까지 삶은 괜찮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엄마는 내가 멍청하다는 것을 태어난 순간부터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정말이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안타깝게 치매라서 대답을 못 해주신다. 아마도 물어보면 사탕을 달라고 웃으면서 나를 쳐다볼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중학생 되었다. 어색하게 교복을 입고 한 학기를 다녔다. 그리고 기대하던 방학을 앞두고 중간고사라는 놈이 찾아왔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전 과목 교과서를 매일매일 읽고 또 읽었다. 쉬는 시간에도, 집에서도, 시험 기간에도 나는 교과서만 봤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은 내가 초등학교 때 한가닥 하던 놈이라도 착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등생이 왔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한 젓가락도 안 되는 놈이었다.

하지만 노력했던 만큼 기대했던 중간고사 시험날은 찾아왔다. 하루에 3과목씩 3일 동안 시험은 치러졌다.

열심히 했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마 아들놈이 갑자기 교과서 빠져서 사니 엄마도 많은 기대 하셨던 거 같다.


첫날 시험이 시작되었고, 나는 3과목을 정말 열심히 풀었다. 최선을 다해서.

한 과목씩 시험을 마치고 서로 채점을 하느라고 모두 정신없었다. 쑥스럽지만 나도 같이 정답을 공유했다. 결과는 동그라미가 생각보다 적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 과목을 풀었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아이들은 평균 이야기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평균이 뭔지 몰라서 옆에 친구에게 물었다.


“평균이 뭐야?”

“아. 그거 너 가채점한 점수에 3을 나누면 돼.”


나누기는 할 수 있어서 웃으면서 평균을 구온라인 카지노 게임.

3과목 평균은 72점이었다. 물론 가채점이었지만 나름 정확한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한 시험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상쾌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어쩌면 나는 그때 노력과 끈기에 대해 기초를 배웠는지는 모른다. 그냥 나의 기준에 최선을 다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즐거움과 기쁨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집에 엄마는 없었다. 나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동네 슈퍼였다. 분명 아줌마랑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뻔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래서 바로 그곳으로 빠르게 향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들 왔어?”


엄마의 반가운 목소리 틈으로 우등생 누나를 둔 슈퍼 아줌마가 나를 보자마자 날카롭게 평균을 물었다.


“평균 얼마야?” 나는 자신 있게 대답온라인 카지노 게임.

“72점이요.”


아줌마는 살짝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엄마는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음 날도 시험 치고 엄마한테 결과를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음날 평균은 89점이 되었다.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온라인 카지노 게임. 슈퍼 아줌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신기하네, 한글을 배우더니 공부를 잘하나 봐. 거의 100점을 맞았다는 건데”


나도 엄마도 아줌마 말을 무시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냥 89점이라는 점수만 기억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한 엄마와 나였다.

마지막 날 시험을 마치고 나는 평균을 계산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서 집까지 뛰어갔다.

엄마는 역시 슈퍼에 있었다.


“엄마!, 엄마!!”

“우리 아들 고생했어.”

“나 평균이 100점이 넘었어.”


아줌마는 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땅을 치며 웃었다.


엄마는 평균이 100점이 넘었다는 소리에 약간 쪽팔린 듯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바로 직감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날밤 아빠는 나를 불렀다. 그동안 시험 본 시험지 9장을 모두 보고 싶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엄마와 나란히 앉아서 평균을 구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평균은 65점이었다.


9과목을 더하고 9로 나눴다. 내가 한 계산법과 전혀 달랐다.


나는 친구가 말한 대로 9과목 성적을 더하고 3으로 나눴었다.

엄마는 내게 물었다. 평균을 어떻게 구했냐고.


그래서 나는 3으로 나눴다고 친구한테 배운 것을 설명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때 알았다.

나는 수학 포기자가 될 거라는 사실과 공부로 성공하기는 틀렸다는 것을.

그날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버렸다.


그 날밤 나는 우연히 들었다.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큰일이네, 머리가 나빠서. 그래도 열심히 하던데....'


그렇게 나는 14살부터 머리가 나빠서 사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