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편 : 민병도 시조시인의 '막귀'
@. 오늘은 민병도 시조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막귀
민병도
내 귀는 중증 막귀, 물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놓치네
돌부리 읽어주는 속삭임도 모르고
피라미 혀를 깨무는 저 수심 알지 못하네
내 귀는 또한 먹통, 바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잡지 못하네
파닥이는 나뭇잎의 놓친 박자 모르고
연잎에 뒹구는 노을 차마 듣지 못하네
달빛이 외는 경전, 박새들이 읽는 시어
생을 바쳐 읽어주던 어머니의 기도 모르는
내 귀는 후천성 난청, 듣고 싶은 말만 듣네
- [고요의 헛간](2023년)
#.민병도 시조 시인(1953년생) : 경북 청도 출신으로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인은 미대를 졸업해 개인전을 20번 넘게 열었으며, 여러 권의 시조집도 펴냈으니 소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시인이라 하겠지요.
<함께 나누기
오늘 작품은 한눈에도 시조임이 훤히 드러납니다. 현대시조이면서 고시조의 율격을 그대로 간직했기 때문입니다. 3장을 갖추면서 각 장은 4음보란 율격을 완전히 지켰습니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3연으로 된 연시조가 될 터.
제목이 「막귀」라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정통 국어사전엔 실리지 않았는데 인터넷 사전에는 올라와 있습니다. 막귀는 ‘황금귀’의 반대말로 음질이 나빠도 알아채지 못하고 듣는 사람을 말하는데, 음감이 좋지 않거나 음치인 사람을 비웃는 말로 쓰인답니다.
시조로 들어갑니다.
“내 귀는 중증 막귀, 물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놓치네 / 돌부리 읽어주는 속삭임도 모르고 / 피라미 혀를 깨무는 저 수심 알지 못하네”
자연과학도들은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자나 수학자 가운데 시인이 아주 드뭅니다. 예를 들어 ‘봄이 오니 새싹 움트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들린다’는 시구를 봅시다. 시에서는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오지만 현재 상황을 중시하는 이들의 눈에는 완전 엉터리입니다.
개울물이 흘러가며 돌부리를 스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돌부리 읽어주는 속삭임)도 모르고, 피라미가 세찬 물살에 가끔 혀 깨무는 일도 모르기에 나는 막귀입니다.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놓침을 당연하다고 여기겠지만 감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놓쳐서는 안 되기에 반성합니다.
“내 귀는 또한 먹통, 바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잡지 못하네 / 파닥이는 나뭇잎의 놓친 박자 모르고 / 연잎에 뒹구는 노을 차마 듣지 못하네”
1연과 마찬가집니다. 바람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잡지 못하고 파닥이는 나뭇잎이 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이룬 박자를 놓칩니다. 아니 나뭇잎 떨어지며 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알지만 그 떨어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박자를 맞추다니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시인은 후회합니다.
“달빛이 외는 경전, 박새들이 읽는 시어 / 생을 바쳐 읽어주던 어머니의 기도 모르는”
달빛이 경전을 외고 박새들이 시를 읽습니다. 말도 안 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지요. 고작해야 ‘달빛이 눈부시다’ ‘박새가 지줄지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 울고 있다’는 표현은 들었지만. 또한 어머니는 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한평생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니다. 그렇지만 내겐 어머니의 기도는 잔카지노 게임 사이트일 뿐.
“내 귀는 후천성 난청, 듣고 싶은 말만 듣네”
세 연 가운데 마지막 이 시행이 우리를 붙잡습니다. '내 귀는 후천성 난청'은 어머니의 말씀만 듣지 못함이 아닙니다. 나를 향한 좋지 않은 말에는 귀를 막았고, 나를 칭찬하는 말에만 귀를 엽니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그리할 듯.
끝내면서 한 시행이 돋보여 한 번 더 봅니다.
“피라미 혀를 깨무는 저 수심 알지 못하네”
참으로 신선한 표현입니다. 이런 시행 한 줄만 써도 시는 살아나고, 읽는 이는 시의 맛에 빠지게 됩니다.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세찬 물살을 거스르고 오르다 보면 피라미는 아주 가끔 혀를 깨무는 일도 생기겠지요. 진실의 의미가 아니라 상상으로.
<뱀의 발(蛇足)
참고로 혹 경북 청도를 여행하시면 화가 겸 시인의 개인 갤러리 ‘민병도 갤러리’가 거기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가보지 못했는데 찾아보시길. 시와 그림을 품은 카페도 갖춰 눈과 입이 황홀한 곳이랍니다. (경북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44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