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고 개업까지 한 달 걸렸다. 그동안 나는 본사 이론 교육, 메뉴 교육을 받았다. 사실 메뉴 만들기 교육을 받으며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했을 텐데. 모든 것이 덜컥 시작되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사업자 등록하기, 영업 허가증 받기 이런 것들도 하고, 인테리어 공사와 모든 까다로운 문제들은 공사 업체와 본사 팀이 협력해서 완성해 주었다. 매장의 크기와 좌석 수를 보고 숟가락과 젓가락 개수, 컵 개수, 쟁반 개수까지 세팅해 주었다. 주방 세제까지 완비해 주니 초보인 나는 오픈 전까지는 순풍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열기구가 인덕션이어서 가스 불을 쓰지 않아 건강에 해롭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인터넷 와이 파이, CCTV까지 차질 없이 설치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2021년 6월 29일에 작고 예쁜 국숫집이 태어났다. 11평에 카운터석 7개, 2인석 2개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국숫집이 있다니, 감격했다. 일본 라면집 스타일이다. 첫 3일은 ‘가오픈’ 명목으로 본사 직원 2명이 나와서 함께 영업을 해 주었다.
1일째, 장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가오픈 날 오픈을 못하고, 문 닫고 본사 대리에게 인덕션 온도 8에서 고기를 어떻게 볶는지, 마늘 240g을 언제 넣어야 하는지 조리부터 다시 배웠다. (메뉴 교육 때 나는 무엇을 배웠던가) 주방용품들을 위치에 맞게 다시 세팅을 해 주었고, 받드(음식 담는 통)에 음식들을 채워 토핑 냉장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 주었다. 첫날은 이렇게 보냈다.
둘째 날 점심시간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 방학이어서 단기 알바로 뛰어 준 대학교 2학년 아들, 젊은 남자 직원 1명과 나, 그리고 본사 직원 2명이 큰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는 손님들을 시끌벅적하게 맞이했다. 벼르고 별렀다는 듯이 직장인들은 계속 들어왔다. (카지노 게임 대표가 유명하다) 흔히 말하는 ‘오픈 빨’ 이기도 했다. 경험도 없고 일머리도 없고 순발력도 없는 나는 계속 실수를 했다.
아침에 큰 전기밥솥에 밥을 정말 잔뜩 한가득했는데 밥이 안 익었다. 그래서 쌀과 물의 양 비율을 배워서 다시 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라 주문서가 밀려 들어오는데 ‘한눈’에 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엔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리고 물만두를 타이머대로 못 삶았다. 심지어 소면 삶는 순서도 숙지가 안 되었다. 면 레인지 안에 큰 바구니를 넣고 그 바구니 안에 소면을 넣어 3분 20초 삶다가 소면 바구니를 건져내어 찬물에 헹궈야 한다. 나는 바구니를 넣지 않은 채, 면 레인지 안에 바로 소면을 던져 넣었다. 본사 직원이 소면을 건져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때 눌어붙은 검댕이 자국이 지금도 검게 남아 있다. 그 와중에 나는 멍하니 졸리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대리가 ‘기계 고장’이라고 쓴 종이를 출입문에 붙이고 문을 잠갔다. 영업 중단. 세상 물정도 모르고 온실 속에서 살다가 오늘 아침 뛰쳐나온 것 같은 나는 20대 후반 대리와 2인석에 마주 앉았다.
“점주님, 카지노 게임점은 첫째가 맛이에요. 이렇게 하시다간 3개월 안에 문 닫아야 돼요.”
그건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행동과 통보였다.
“점주님, 무슨 생각으로 이걸 하신 거예요?”
그녀는 나를 한심하게, 혹은 차갑게, 혹은 속 깊은 스승처럼 이 현실을 직면하게 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솔직한 심정은 이것뿐이었다.
“카지노 게임라...... 다 해주는 줄 알았어요.”
♣Tip
인류는 세 부류로 나뉜다.
움직일 수 없는 사람과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 - 아랍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