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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Dec 03. 2024

유럽카지노 게임 추천, 어디까지 털려봤니?

지금 힘들고 후회되는 일도, 다 괜찮아질 거야.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리무진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다.

"00로(당시의 신혼집) 가주세요."

택시기사님이 백미러로 우리를 살폈다.

"해외카지노 게임 추천 다녀오는 길 아니에요? 왜 짐이 없어요?"

“기사님, 요즘 누가 촌스럽게 바리바리 짐 싸들고 여행 다녀요.?”_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지인 스페인에서 모든 짐을 털리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온마을이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던 프리힐리아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잠시 렌터카를 주차했었다. 초등학교 바로 건너편의 대로변이라 매우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트렁크에 짐을 넣어두고 가벼운 몸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마을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차로 돌아와 겉 옷을 꺼내기 위해 잠시 트렁크를 열었다.


‘(텅 빈 트렁크를 보며)

엇. 짐이 없잖아. 우리 차가 아닌가 본데?’

‘(손에 쥔 열쇠를 보며)

어? 우리 차가 아닌데 어떻게 차 문이 열렸지?’

‘(뜨악!?!) 우리 열쇠로 열렸으니까 우리 차네?’


그 짧은 찰나에, 나의 두뇌는 삼단논법에 의해 그 차가 다른 누구의 차도 아닌 우리 차라는 결론을 내렸고, 우리 차에 있던 짐이 모두 없어졌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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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털렸다. 몽땅 털렸다. 우리 손에 남은 건 체크카드 1장,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 1대, 그리고 각각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뿐이었다. 심지어 작은 가방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때 그러니까, 말했었잖아. 유럽은 안된다고. 우리 결혼식 날짜 받으러 갔던 유명하다는 그 점집에서 절대 유럽으로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가지 말라고 했다고. 그랬다. 그 점쟁이가 절대 가지 말라던 유럽(스페인) 여행을 ‘집에 대추나무 있지?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쯤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무시했다. "아니, 영국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니고, 북유럽도 아니고 동유럽도 아니고, 그냥 뭉뚱그려 유럽이라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방귀야. 저런 말 믿을 필요 없어!."라고 했던가.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 중에 만난 가이드는 스페인은 치안이 좋지 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렌터카를 빌린다면 창으로 보이는 곳에 귀중품을 놓는 것을 주의하라고. 유리를 깨고 털어가니 안 보이는 곳에 잘 놓으라고. 그래서 우리는 그의 말대로 했다. 창문을 깨고 가져갈 수 없는 대로변에 주차를 하고, 귀중품들은 여행가방에 잘 넣어서 안 보이는 트렁크에 넣어둔 것이다. 아니. 안 보이는 곳에 넣어두면 괜찮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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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는 손을 덜덜 떨며 경찰서를 찾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경찰관이 없어서 몇몇 경찰서에서 퇴짜 맞기를 반복하다가, 겨우겨우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중임을 읍소해서 진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어로 설명하고 경찰관은 스페인어로 말을 했는데, 서로 말이 통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면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나오니 이미 길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이동 중이었기에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초행길에다가 칠흑같이 어둡고 길었던 그 길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다. 여권조차 없는데 거기서 사고라도 나면 정말 '대략 난감'이었다. 스페인에는 유난히도 원형교차로가 많았는데, 그곳을 들어서고 나갈 때마다 내비게이션에서 “돈다(로톤다 :Rotonda) ~. 살리다(salida)~.”라는 뜻 모르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그래 돌아버리겠어, 살려줘. “돈다(로톤다 :Rotonda)~. 살리다(salida)~.” 그래, 돌아버리겠다고! 살려달라고!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묵기로 한 호텔에 도착해 지친 몸을 뉘었다. 보통 여행 중반을 넘어가면 피곤해져서 동반자와 많이들 싸운다고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리 운이 없어도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와서 털리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갑만 가져가면 되지 여권에 속옷까지 몽땅 다 털어가냐, 지인들 선물 고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거 아직 텍스리펀도 못 받았단 말이야, 여행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등등 상대를 긍휼히 여겨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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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 유명한 누에보 다리가 보이는 파라도르 데 론다 호텔에서 착잡한 심경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오밤중에 들어오느라 주변 풍경이 어떤지 전혀 몰랐는데 창을 여니 생각지도 못한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둘 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음에도, 창 밖의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놀랐다. 너무 슬픈데, 너무 멋졌다. 너무 짜증 나는데, 너무 멋졌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 노래가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알 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이건 무슨 코미디야.


쇼핑의 의지를 상실했기에 겨우 속옷 몇 벌만 샀을 뿐. 매일 같은 옷에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고 쌩얼로 돌아다녔다. 걸치고 있는 것 외에는 다 털렸으므로.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잖아? 세비아로 넘어온 우리는 브래드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다녀가 유명해진 레스토랑 앞에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뭐 밥맛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흥을 돋워보기 위해. 그때 한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와 우연히 말을 섞게 됐는데 한참을 이야기 나누던 그들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저, 혹시,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온 거 아니에요?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어요?” 우리는 나름 흥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처음 본 사람들도 모두 알아볼 정도였던 것이다. 우리의 멘털이 육체를 나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대사관이 있는 마드리드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어찌어찌 임시 여권을 발급받아 공항으로 갔다. 무사 귀국을 기원하며. 그런데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 없다는 듯. 갑자기 달랑 하나 있던 체크카드마저 잔액부족으로 결제가 안 됐다. 다시 터키에 스탑오버 해서 돌아가야 하는데 물 한 병을 사 마실 수가 없다니.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으로 각자의 집에 체크카드의 결제계좌로 돈을 입금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타는 목마름으로’ 계좌 잔고가 늘어나길 기다려보았지만, 양쪽집에서는 아무도 돈을 보내주지 않았다. 돈을 보내 달라고 메시지는 와 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서) 연락이 닿지 않으니,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나.



그랬다. 우리의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은. 잃어버린 게 뭐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차라리 잃어버리지 않은 게 뭐냐고 물어보라고. 잃어버린 물건 목록만 족히 A4용지로 3장은 됐으니까.


우리 남편은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스페인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TV 여행프로그램에서 프리힐리아나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렸다. 한참 동안 후회를 거듭했다. 스페인으로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간 것을, 하고 많은 여행지 중에 프리힐리아나로 간 것을, 그 와중에 렌터카를 빌린 것을, 렌터카에 짐을 싣고 가던 중 쉬어 간 것을, 쉬기 위해 유료 주차장이 아닌 초등학교 앞에 주차한 것을. 그러니까 그 모든 우연들이 빚어낸 기막힌 결과를 후회했다.


그런데 얼마 전운전하고 가던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스페인어로 살리다(salida)가 exit라는 뜻이에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 출구! 출구였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스페인여행의 후회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다행이야, 프랑스로 안 가서.(당시 프랑스에는 테러가 일어나 여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점쟁이가 용하네;) 얼마나 다행이야, 다친 곳이 없어서.(목숨은 건졌잖아?) 얼마나 다행이야,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사진은 다 건졌잖아.(사진기와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무엇보다 대박인 포인트인데. 우리는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그것도 절반의 기간이 남았을 때, 지갑 하나가 아닌 짐을 몽땅 털림으로써, 한평생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를 갖게 되었다. (봐라. 남들한테 무용담으로 이야기할래도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후회할 거 없어.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추억이 되었잖아. 우리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우리보다 더 스펙터클한 신혼카지노 게임 추천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그래, 어디든 출구는 있다. 당시에는 그렇게 힘들고, 후회하던 일도. 출구를 걸어 나오면 별거 아닌 일이 되었다. 공항에서 목이 말라 울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하지 말고, 침을 모아서 삼켜"라며 남편은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건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낄낄거렸다. 믿을게 너와 나뿐이라서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일들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그러니 후회스러운 기억에게도 시간을 주자. 더 많은 나이를 먹고 추억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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