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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남 카라 Dec 02. 2024

6.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카지노 쿠폰 만들기

우리 삶에는 언제나 기복이 있다. 희망과 불안, 성공과 실패, 사랑과 상처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시험하고, 그 안에서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칠 때, 삶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나락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회복탄력성이라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한 생존의 기술을 넘어, 시련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더욱 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우리 사회는 성공과 성취를 중시하면서도, 실패와 고난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하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이 회복탄력성이 있어야만 가능해진다. 쉽게 좌절하고, 고난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는 대신, 회복탄력성을 지닌 사람은 그 순간을 삶의 전환점으로 삼아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은 곧 회복탄력성에서 비롯된다. 관계의 배신, 건강의 위기, 경제적 어려움, 또는 목표의 실패 같은 순간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성공만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탄력이 필요하다. 이는 낙관적 사고와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자산이다. 낙관이 미래의 성공만을 기대한다면, 회복탄력성은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다.


1985년 겨울, 끝없이 펼쳐진 눈 덮인 논산평야의 논길을 나는 오전에 학교에서 받은 학력고사 점수표를 쥐고 걷고 있었다. 집이 외진 시골에 있어서 읍내에서 가는 버스가 2~3대 밖에 다니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는 마음으로 눈길을 천천히 걷고 싶었다. 십 리가 넘는 눈 덥힌 길을 걷고 있던 나는 탁 트인 논산평야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의 한기와 이보다도 더 차가워진 마음속 한기를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병한 신경쇠약으로 대입 준비는커녕 하루하루의 일상을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신경이 쇠약해졌다는 의미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왔다는 이야기다. 머리가 아팠다가 곧바로 숨이 가빠진다. 시계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가,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불안증, 강박증, 불면증 등 온갖 증상에 시달렸던 것 같다.


이런 신경쇠약은 나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빼앗아 갔다. 시험 기간에는 불안증이 도지면서 집중력이 더 떨어졌다. 120% 집중력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60% 정도의 집중력으로 매번 시험에 임해야 했다. 고등학교 생활을 엉망진창이었다는 기억 밖에는 어떻게 보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신경쇠약은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의 생활에서도 나를 괴롭혔다. 이런 상태로 그 중요한 대입이란 관문에 들어섰던 것이다.


신경쇠약의 영향으로 학력고사 점수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점수표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처참했다. 점수표를 확인하면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점수표를 어떻게 아버지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실망스러워할 아버지의 눈빛이 스쳐가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눈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아버지 포함 누구에게도 내가 신경쇠약이어서 이런 참담한 결과를 냈다고 핑계를 대지 말자고 다짐했다. 여기서 핑계를 대면 나는 영원히 이 상태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신경쇠약을 앓으면서 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불안증에 시달렸고, 불안증은 나를 매번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상태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자기 연민만 강해진다. 바닥에 떨어져 헤매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옴이 느껴졌다. 더 이상 내가 해볼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 삶에 끈에 대한 미련도 희미해졌다. 죽음이 나에게 그만 편히 쉬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의 한편에는 죽음을 결단할 용기가 있다면 세상에 못할 일이 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래 타인들에게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좀 어떤가!! 그리고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그 자체가 무능함 아닌가!! 그냥 이 상태를 받아들이고 핑계 대지 말자' 하는 마음이 들어왔다. 이런 생각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바닥에서 헤매던 나에게 위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도약판이 되어 주었다.


이후 40년 이상을 신경쇠약이 가져온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을 치며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마음 구조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인간 심리, 진화 심리, 뇌과학, 몸과 마음의 구조와 연결성 등으로 관심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육체의 부족한 회복탄력성을 마음의 회복탄력성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주변을 둘러보면, 학창 시절의 학업, 사회생활, 직장 내 성과, 그리고 인생의 여러 목표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한순간의 큰 시련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할 역량을 충분히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회복탄력성이 부족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종종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면역력을 쌓을 기회가 부족한 환경에서 발생한다. "나는 항상 성공할 것이다"라는 신념 아래 오로지 성과에 집중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좌절은 일생일대의 위기로 다가온다.


능력 있는 전 직장동료 A는 성공적인 경력 속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한 번의 실수를 하자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는 이번 실수가 자신의 무능을 증명한다고 여기며 자책했고, 이후 작은 실수마저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을 느끼며 번아웃에 빠졌다.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탓에, 한 번의 실패는 그의 전반적인 자신감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만약 실패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있었다면, A는 이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재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한 지인의 아들 B는 처음으로 낮은 성적을 받으면서 무력감에 빠져 학업 의욕을 잃었다. 고등학교 시절 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왔던 B에게 이 성적 부진은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친구들과의 성적 비교는 자존감을 낮추었고, 이후 학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탓에 한 번의 성적 하락이 그의 학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부부 관계에서도 회복탄력성의 부족은 유사한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결혼한 지 몇 년 된 C는 남편의 무관심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으로 인해 서운함을 느꼈다. 대화로 해결하려 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고, 이에 그녀는 점차 마음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회복탄력성이 부족해진 그녀는 작은 갈등이나 실망에도 쉽게 무너졌고, 결국 그 거리는 점점 더 커졌다. 회복탄력성이 있었다면, C는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다시 일으킬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우리 삶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이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 이 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일상 속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힘을 기를 수 있을까?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실천 방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해 본다.


먼저,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개념은 단순히 강인한 정신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니 킴의 '회복탄력성의 힘', 김주환의 '회복탄력성' 같은 책을 통해 그 정의와 중요성을 살펴보면, 회복탄력성은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회복력임을 알게 된다. 책 속 사례들은 이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책을 읽고 끝내지 않고, 지인들과 독서 토론을 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때 이런 개념을 알았더라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교훈으로 바뀌는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다.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긍정성, 자아존중감, 몸과 마음의 건강은 이 힘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다. 긍정성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다시 빛을 찾게 하는 희망의 끈이다. '지금 힘들지만 모든 게 잘될 거야', '이번 실패를 통해 더 성장할 거야'라는 생각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회복의 디딤돌이 된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을 믿는 힘으로, 좌절 속에서도 자책에 빠지지 않고 중심을 잡게 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 역시 회복탄력성을 지탱하는 든든한 기반이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안정감을 찾는다. 이를 위해 요가나 명상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도 필요하다.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성격, 감정 조절의 어려움, 대인관계에서의 불편함 등 자신만의 성향을 이해해야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자신을 관찰하거나 심리유형 테스트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성향을 정확히 이해하면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후에는 취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취약점을 그대로 두면 작은 실패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면역 예방접종을 하듯, 꾸준히 취약점을 관리하고 보완해야 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 과정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내면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는 ‘내면 소통 명상’ 같은 프로그램은 명상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며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는 데 유익하다. 회복탄력성은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조금씩 더 강해지는 내면의 힘이다. 이렇게 길러진 회복탄력성은 삶의 모든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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