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반기,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구청으로 출근하게 됐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해방감? 그말도 맞지만 동사무소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업무가 즐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욱 치열하게 업무를 해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을 느끼기도 했으며, 무탈하게 구청 업무에 연착륙하길 바라는 마음도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가 배치받은 부서는 신생 부서였다. 그중 내가 배치받은 팀은 과연 어디였을까? 카지노 쿠폰장이 야심하게 기획하고 있는 TF의 개념의 팀. 아마도 부서를 신설하기 이전에 팀 단위의 규모로 운영하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미리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한다.
공무원의 업무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서 하나에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에, 기존에 있던 문서를 참고해 비슷한 틀에서 더욱더 정교한 문서를 만들어 내는 일이 다반사다. 민간인 입장에서 봤을 때, 공무원이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문서는 당연지사 똑같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의 계획서를 수립하고 민원 처리를 위해 온갖 문서를 뒤져보고, 어쨌든 조금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말단의 공무원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구시대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지만, 이게 공무원의 생리이기도 하니 어쩌겠는가?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면,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예산? 그 말도 맞다.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 그러나 그보다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참고할 만한 문서가 없다는 것. 공무원에게 참고할 만한 문서가 없다는 것은 참 난감한 문제다. 오로지 새로이 문서를 생산해 내는 방법이 팀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게 시작됐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라는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우리 팀은 타 자치구를 방문하거나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는 없는지 쉴 새 없이 전화하고 누비며, 새로운 일감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6개월이나 지나고 나니, 새로운 부서 하나가 만들어졌고, 카지노 쿠폰의 규모도 더욱더 커졌다.
구청 내 새로운 부서가 신설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타 부서에서 전화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본인 네가 맡고 있던 부서 업무를 조금이라도 넘겨보려는 광경을 이곳에서 제대로 목격하게 된다. 핑퐁 게임이 시작된 것. 처음에는 몰랐다. 신설 부서고 업무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그러하듯, 부서마다 골칫덩어리 업무가 하나둘 있게 마련이다. 당장이라도 떼어버리고 싶은 업무 있지 않은가? 답도 안 나오는 그런 업무들. 그런 업무들을 내가 속한 부서에 기를 쓰고 넘기려 했었다. 이는 신생 팀과 신생 부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진검 승부에서 우리 부서는 나름의 승리를 쟁취한다.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냈고, 떠맡으면 안 될 것 같은 업무는 과감하게 쳐낸다. 물론 과장의 강단 있는 결정과 역량이 가장 큰 몫이었겠다만, 뒤에서 열심히 자료를 준비한 선배들의 몫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럼 내가 맡게 된 업무는 무엇이었을까? 행사 업무를 맡아 진행하게 된다. 강사를 섭외하고 모객을 하는 행사성 업무. 이곳에서 난생처음 현수막도 제작해 보고, 모객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새로운 업무를 많이 다루게 된다. 그 끝이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공무원 인생 중 내 첫 행사는 망해버렸지만.
한편 그 무렵,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10월 중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지금의 아내와 함께 매주 주말 집을 알아보랴, 가전제품 보러 다니느라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현명한 아내 덕에 결혼 준비 과정에서 크게 싸우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그녀 덕분에 더 효율적이고 속도감 있게 결혼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내는 나를 참 많이 배려했다. 새로운 부서에 가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혼 준비하며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홀로 소화해 냈으니 대단한 여인임은 틀림없었다. 나 혼자서 결혼을 준비하라고 했으면, 당연히 입이 빼죽 나오지 않았을까?
지하철에서 새로운 업무에 머리를 싸매던 공무원 하나가 있었다. 어리바리한 구청 공무원이 그렇게 버텨낸 일련의 시간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도 그러한 순간이 있었을 게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 났을 때의 설렘과 새로이 맡게 된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랐던 순간들 말이다.
여러분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 시간들이 지금의 여러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그렇게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미화되지 않았는가? 지금 당신은 지하철과 버스에서 무슨 생각과 꿈을 전개하고 있는가? 혹시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는가? 언제나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