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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28. 2025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떼창을 잘무료 카지노 게임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84

지난 이야기.

/@ahura/1900


‘떼창(singalong)’이라는 용어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K-POP과 같은 맥락에서 K-공연문화를 상징하는 용어로, 이미 전 세계의 한류 마니아들에게는 명실공히 한국고유의 문화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특징 중의 하나로 인식된 지 오래입니다.


물론, 공연 문화에서 가수의 노래를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싱어롱(Sing a long)’방식의 음악적 교류와 소통을 통한 방식은 한국의 K-POP에 한정된 것이 아닐뿐더러, 한국의 공연에서만 독특하게 이루어지는 문화역시 아닌 지극히 ‘보편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떼창 문화가 ‘보편적인’ 싱어롱 문화와 차이를 보이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부분은 한국의 떼창이 갖는 특징을 같은 월드투어를 하는 가수들과의 소통방식을 한국의 관객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도하는지’를 비교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내한해서 공연을 갖는 외국가수들은 처음은 경우에는 처음인 이유로, 이미 경험한 경우에는 그 짜릿한 카타르시스적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를 무대 위에서 감추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99oOo0xKAY


굳이 그 차이를 간략하게 글로 설명하자면, 외국의 싱어롱 문화의 방식이, 공연 도중 관객들이 그 가수의 노래나 공연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가수의 리드에 의해’, 수동적이고 일회적으로 반응하는 리액션의 수준에 가까운 것이라면,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떼창은, 리액션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선제적으로 상당히 조직적으로 관객들이 주도가 되어 가수보다 앞서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그것이 공연을 방해할 정도의 요소가 된다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범주 자체가 다른 차원을 오독한 것일 뿐입니다.


단순히 라디오에서 노래만 듣고 싶은데 자꾸 같잖은 멘트를 사이에 집어넣어 노래 감상의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나, 정선된 음원을 음악 감상실에서 혼자서 감상하는데 자꾸 누군가 이상한 음조로 노래를 망쳐 방해하는 수준과 관객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공연문화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싱어롱과 달리 떼창은 명확하게 가수의 공연과 상호작용하면서 공연 전체의 콘텐츠를 기존에 일방적인 소통으로 준비되어 시연해 보이던 것에서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시킨다는 특징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https://youtu.be/H-LBZXQmClE

떼창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문서상 확인되는 것은 1996년 경향신문의 기사라고 확인됩니다. 모 연구에 따르자면 그것이 신문에서 처음 창조된 용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은어처럼 90년대 중반에 대중들로부터 탄생하여 공식적인 용어로 데뷔하게 된 것이라는 설이 상당히 설득력을 갖습니다. 당시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2집 앨범에 수록된 곡, <그럴 때마다를 소개하는 기사 문구 중에서 ‘참여가수가 1절씩 소절을 부르며 ’ 떼창‘이라는 장르를 선보였다.’라고 설명하는 문장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사실 앞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한국인의 시위문화에서 왜 대중가요가 자연스럽게 운동권의 거친 노래들을 대체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도 분석했지만, 실제로 이러한 떼창 문화는 한국 민주화운동 당시 민중가요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에게는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80년대의 수많은 집회와 시위에서 <솔아 솔아 푸른 솔아와 같은 민중가요를 부르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가수의 선창에 맞춰 자연스럽게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고, 이 때문에 당시 민주화운동 주역이었던 청년층에서는 떼창 문화 경험이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지극히 ‘일상적인’ 문화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내한한 스타들에 대한 공연문화에서도 이 떼창이 최근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돌 문화로 지칭되는 팬덤 문화의 선두 공연으로 손꼽히는 1969년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에서부터 이미 정례화된 형태로 버젓이 있었으니까요. 인터넷도 없었는데 어그로를 한번 끌어보겠다고 소녀 관객들이 손수건을 던진 것을 보고 속옷을 벗어던졌다고 MSG를 범벅으로 왜곡하는 바람에 동방예의지국이 발칵 뒤집히는 일도 있긴 했습니다.


내한한 외국가수의 팝송을 혹은 샹송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신곡까지 모두 섭렵하고 그것을 따라 불러주는 한국인의 떼창, 그것에 감동해 마지않는 내한 스타들에 대한 모습이나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노래 가사를 한국인보다 훨씬 더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눈물을 흘리며 외쳐대는 모습 모두 한국인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럴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만큼은 기정사실입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떼창에 눈물 터진 셀레나 고메즈

한국인만이 맞는 독특한 문화적 특성으로 떼창을 설명하는 기사나 연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그 뿌리를 전통에서 찾는 듯이 말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던 한국인의 흥의 정서를 바탕으로 판소리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 공연문화방식은 특정 무대를 통해 일방적으로 퍼포먼스를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만 하거나 보여주기 식의 형태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틀에 짜여있지 않은 당일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과의 어우러짐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들이 떼창의 기원을 한국 전통 음악에서 찾으면 가장 많이 사례로 드는 부분을 보면, 판소리에서 소리꾼의 공연에 반응하는 관객의 ‘추임새’를 일종의 음악적 행동으로 분석하곤 하는데요. 저는 이제까지의 살펴보았던, 그리고 앞으로 더 살펴볼 한국인의 특징이 그렇게 단편일률적이면서도 1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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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떼창을 ‘한국적인’ 특징으로 읽어내면서 그 비교의 대상으로 일본인들이 선을 넘지 않으려는 경향에 비해 한국인들은 타인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떼창을 한다는 재미있는(?) 주장도 그저 무시하고 간과할 수 없는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한 아이에 대한 정체성을 분석하면서, 아빠의 특징이 있으니 아빠 판박이라는 둥, 엄마와 비슷하니 엄마와 비슷하다는 식의 일차원적 직관 분석은 그 아이가 가진 환경적 요소라던가 교육적 요소를 과학적으로 분석무료 카지노 게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식으로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고 연구무료 카지노 게임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허망한 방식에 불과합니다. 하물며 한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유구한 역사에 거쳐 어떻게 변화해 오며 이런 특징을 가졌는가에 대해 분석하면서 ‘민족성’이라는 국뽕에 사로잡혀 끼워 맞추려는 분석은, 최소한 이 책에서는 정중히 사양하고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로 흘렀나요? 그럼 다시 원래의 떼창 이야기로 돌아와 보기로 하죠.

떼창 문화에는 이제까지 우리가 앞서 분석하며 공부해 왔던 다양한 한국인만이 가진 기본적인 문화 유전자가 아주 촘촘히 그 형성에 기여를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그 좋아함이 음악적이 요소에 맞춰 흥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공연은 가만히 수동적으로 앉아 즐길 수 없는 것으로 변이 하기 시작합니다.


그저 흥에 겨워 몸을 들썩거리고 일어나서 펄쩍이며 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수가 전달하고자 무료 카지노 게임 메시지가 담겨 있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행위(이것은 단순한 합창과는 다른 차원입니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고 힘에 부친 가수가 마이크를 청중을 향해 내밀었을 때 그저 대강 불러주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내가 당신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행위를 통해 당신과 심리적 공감을 넘어 일치감을 느끼고 있다는 절대적 지지를 팬으로서 관객은 가수와 세션들에게 오롯이 전달하게 되는 것이죠.


판을 벌이고 마당놀이나 판소리처럼 어디가 무대이고 어디가 관객이랄 것도 없이 하나가 되어 즐기고 어우러졌던 한민족의 기본적인 문화 DNA는 현대적인 무대에서 더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아무리 떼창에 특화된 한국인들이라도 오페라 아리아를 따라 부르는 일이 없는 것만 보더라도 무조건 선을 넘고 한국인적인 다혈질이 불쑥 튀어나온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한국인의 놀이문화, 그중에서도 신분의 격식을 갖추고 공연을 보여주는 방식의 일방 소통으로 이루어진 퍼포먼스도 없지 않습니다만,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문화는 대개 관객들의 흥은 단순한 리액션이 아닌 공연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필수요소이고, 훌륭한 연출가일수록 스타급 공연자일수로고 그 부분에 대한 인지가 분명했고 그것은 함께 만들어나가는 부분으로 일치되어 갔습니다.


그것이 단순히 판소리의 추임새정도였다면 공연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준비된 백코러스나 대형 합창단이 아니고 노래가 가창되는 순간, (뮤지컬은 당연하고 음악이 들어가는 공연의 가장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노래, 그것도 처음엔 주역이 시작하는 듯 하지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합창이 되는 부분이라는 사실은동서양을 막론한 진리죠.) 공연자는 물론이거니와 함께하는 관객들은 소름이 돋는 감동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한국인들의 떼창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프로들의 준비된, 하지만 기획되지는 않은, 그렇다고 리허설조차 한 번도 없는,처음 초연되는 공연의 방식과도 같은 형태인 것입니다.


이것은 관객으로서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흥문화를 바탕으로 하되, 성공적인 대중의 공연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를 기획할 줄 아는, 말 그대로 좀 놀아본 국민성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절차탁마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공연이라고 해서 퍼포먼스를 하는 이들만 주체가 되어 감동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1차원을 넘어, 결코 싸지 않은 티켓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연에 온 팬으로서 진정한 팬조공이 무엇인지를 감동의 형태로 오롯이 가수와 무대를 준비한 이들에게 돌려줄 줄 아는 2차원의 방식, 그리고 그 두 가지를 통과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이 공연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후 영상을 통해 그 현장의 감동을 공유하게 될 전체는 물론 현장의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공연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문화창작물을 출산하는 일련의 과정인 셈인 겁니다.


한국인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 것을 좋아하는 만큼 그것을 흉내 내고 비슷하게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현상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됩니다. 특히,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병을 꾸리고 가산을 모두 독립군에게 보내고, 나라를 버리고 혼자서 살겠다고 왕이 도망가는 뒤에서 아낙들이 자기 마을을 지키겠다며 결연하게 일어섰던 그 배경에는 이러한 한국인들의 결속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인해 느껴지는 '우리'라는 의식이 강하게 재생산되는 것입니다.


이미 한국인들은 정해진 규범인 법보다 규범화되어 있지 않은 마을의 상식을 더 엄중하게 여겼고, 멀리 떨어져 나라님에게 처벌받는 것보다 마을에서 상식이라고 모두에게 암묵적 동의를 얻은 규범을 더욱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한 민족이기에 무턱대로 아무렇게나 공연에 방해가 되는 떼창을 아무 때나 함부로 정련되지 않은 형태로 불쑥 들이밀지 않습니다. 그러한 부분인 오히려 한국인의 공연문화를 더 성숙되었다고 세계적인 가수들이나 세션맨들이 칭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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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2000년대 중반 케이팝 팬덤 내에서 떼창이 보편화된 이후, 기획사들은 발매하는 곡마다 떼창에 용이한 ‘응원법’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공식 팬카페에 ‘글’의 형태만으로 배포되었다면, 최근에는 가수가 직접 등장해 이를 설명하는 가이드 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한글에 익숙하지 않은 전 세계의 팬들마저도 그들의 공연에서 어떻게 함께 공연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미리 ‘계획’하는 공동 연출기획자의 입장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한국인의 떼창 문화를 통해 관객들이 창조적 예술가로, 공연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연주자이자 기획자 더 나아가 제작자로서의 역할까지 공유하는 미디어 문화를 주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떼창이 얼마나 더 한국적인 공연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되지 않으시나요?




이번 주에 갑자기 매거진의 글이 42꼭지나 사라져버려 왜 그러냐는 질문 메일을 몇 차례 받아서 알려드립니다.


이 매거진의 글을 묶여 책이 출간되어, 출판사의 요청으로 책에 실린 꼭지들은 불가피하게 블라인드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111435


42꼭지는 정련된 글로 출간되었으니 혹여 갑자기 사라진 글을 읽고자 하시는 분은 불가피하게 서점에 주문을...쿨럭 ^^;


5월에 연이어 나올 <논어읽기시리즈와 줄지어 나오게 될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시리즈, <지금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천사와 악마들에 대한 백과사전, <사랑의 기술 등등도 책으로 나오게 되면 불가피하게 브런치에서는 글이 내려가게 될 예정이니 미리미리 재미있게 챙겨 읽으시길 권합니다.


혹시라도 책을 읽으신 분들은 어떤 느낌이셨는지 가볍게 리뷰나 서평을 남겨주시면 하나하나 꼭 찾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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