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혼자 5km를 뛰었다. 집 밖으로 나갈 땐 야심 차게 ‘오늘은 10km를 뛰겠다!' 했지만 실패했다. 솔직히 좀 더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1km 내지 2km 정도는 그렇다. 혼자 뛸 때면 빨리 포기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서 얼른 달리고 집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얼어가는 손을 휘적이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잡고 헉헉대며 뛴다. 조금 누그러진 가슴을 안고 집 근처에 다다르면 약간 후회하기도 한다. 좀 더 천천히 오래 멀리 뛸걸, 예년에 비해 빈약해진 러닝 마일리지를 본다.
오늘은 사람들을 꼬셔 경복궁 주위를 뛰었다. 같이 뛰던 사람, 처음 뛰는 사람이 모여 스트레칭도 하고, 어제 운동을 해서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고, 새로 산 러닝화도 자랑했다. 그나마 러닝 경력이 가장 많은 내가 선두에 서서 페이스를 조절하기로 했다. 1km당 7분 페이스로 조깅 시작. 오르막이 많아 제법 땀이 난다. 서로 다른 발자국 소리가 찬찬히 맞춰진다. 뒷사람의 호흡이 가빠지면 속도를 늦춘다. 2바퀴를 마치고 가쁜 숨들을 몰아 쉰다. 힘들지만 기분이 좋다. 혼자 하는 러닝은 수련이고 고역이고 숙제 같았는데, 함께 뛰는 건 즐거웠다. 같이의 가치를 느끼는 하루.
*다 같이 카지노 쿠폰 막걸리를 먹고 마셔서 즐겁고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