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책'임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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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Feb 21. 2025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 삶에게 말했다

2025년 2월 넷째 주

무료 카지노 게임흐름

무료 카지노 게임 앞에 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내게 "집에 좀 가봐야 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날은 '학교 가는 토요일'이었고, 친구들과 신나게떡볶이를 만들고 있었다. 일분 일초가 즐거웠고, 심지어 오후엔 'FC서울 축구 경기'도 보러가기로 한 날이었다. 갸우뚱한 친구들을 뒤로하고 억지로 교실문을 나왔다. 그제야 선생님이 입을 뗐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집에 얼른 가 봐." 그 짧은 찰나에 목이 막히는 기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하고 엉엉 울면서 집에 갔다. 집에 가면서 누군가 몇 번 붙잡았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었다. 아빠가 허락한 외출이 아니면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꼭 아빠와 나와 저녁에만 산책을 했다. 매번 "할머니 빨리 와!"라며 재촉해야 했다. 나와 붙어있는 시간이 길었던 할머니는 엉금엉금 걸었다.지팡이 대신 꼭 유모차를 밀었고, "벌써 다 커서 여긴 못 들어가지?"를 몇 번이나, 혼잣말처럼, 물어보셨다. 매년 먹는 팥죽에는 꼭 설탕을 넣어드셨고, 엄마 몰래 내 팥죽에도 한 숟갈을 꼭 얹어주셨다. 할머니와 나는 순백 색깔 설탕을 들키지 않게 재빨리 휘휘 저어야 했다.


한번은 내가 '연아의 햅틱'을 사달라며 떼를 썼다. 왜 그렇게 갖고 싶었나 모르겠다.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꼬깃한 쌈짓돈 23만원을 모두 꺼냈다. 아빠에게 "애 울게 하지 말고.. 이거믄.. 그거 살 수 있어?" 물었다. 나도, 할머니도 핸드폰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다. 암 중에서 통증이 가장 심하다는 췌장암이셨지만, 내게는 한 번도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셨다. 할머니는 매번 웃을뿐이었다.


처음 가본 장례식장의 기억은 그닥 생생하지 못하다. 사람들로 북적였고, 불편한 옷을 입어야 했다.가족 모두가 울었다. 드문드문한 기억만이 샷 바이 샷으로 남아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이 '가야할 데가 있다'고 연락하셨다. 어렵게 학원 선생님에게 말했다. 학원 선생님은 '수업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진절머리가 났다. 물론 그땐 '진절머리'라는 표현을 몰랐다. 학원 선생님에게 실망했고, 화가 났고, 무엇보다 슬펐다. 영어 단어 시험을 때려치고 집으로 걸어갔다. 가방은 챙기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주섬주섬 교복을 찾아 입었다.


선생님 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너가 반장이니까, 애들 대표해서 온 거야." 선생님이장례식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까지 내게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친구 부모님은 내 손을 꼭 잡고 연신 "고마워요"란 말만 반복했다. 무엇이 고마운지, 왜 고마운지 물을 수 없었다.


텅 빈 장례식장에 우리 둘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는 것. 선생님이 엉엉 울던 장면. 말할 수 없이 따뜻한 친구 부모님 손. 그 또한 드문드문한 샷 바이 샷으로 남아있다.


납골당 앞에서 친구 유골함을 보는데 몇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먼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마주한 온도'였다. 사람들마다 각 무료 카지노 게임에 보이는 태도가 선명하게 달랐다. '남의무료 카지노 게임'보다 '너의시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손주인 너가술 한잔 따라보라'던 사람들도 있었다. 말 없이 눈물을 쏟은 교사도 생생히 지켜봤다. 똑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 앞에 판이하게다른 사람들이 괴이했다.


다음으론 '나'를 떠올렸다. '엉엉 울던 과거'를 지나'남이 엉엉 우는 현재'를 관찰한나. '성장'이아닌 '과잉된 시간'이 나를 그 자리로 이끌었다는 생각뿐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김범석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 삶에게 말했다책에 남긴 이 말이 조금은 와닿는다.

우리의 삶은 다른 듯 닮았다. 아마도 무료 카지노 게임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마지막' 관찰자


무료 카지노 게임의 관찰자인 김범석은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다. 환자와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 자석으로 비유하자면, 서로 밀어내는 척력을 억지로 높여야만 '지속가능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자연스러운 인력을 감쇄하고 인위적인 척력을 강화해야만 살 수 있다는 자기 변명이랄까.

실제 내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가족 같은 의사’라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의사들이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여러 경로로 알게 되는데, 가족을 환자 대하듯이 하지 않고 당연히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해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의사가 자신의 환자 전부를 가족처럼 여기면 그 의사도 버티지 못한다. 가족 한 명만 아프거나 생을 마감해도 남은 가족들은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만약 누군가가 가족이 600명이고, 그 모두가 아프거나 그 모두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 사람은 필시 미쳐버리지 않을까? 모든 환자에게 부모에게 하듯이, 자식에게 하듯이 정신과 마음을 다 쏟아버리면 의사는 온전히 버틸 수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환자와 적절한 거리를 찾는다.


반면 환자들은 생에 매달린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삶을 붙잡는다. '삶을 영위한다'는 고상한 표현은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겠다.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리는 건 아닐까.

전공의 시절에 지도 교수님과 간단한 연구 하나 했다.주제는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가’였다.미국암 환자들은 평균사망 6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항암치료가 의미 없어지면, 남은 6개월 간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나라는두 달이었다. 죽기 두 달 전까지 항암치료에 매달리고 있었다.그게2007년이었다. 10년 뒤 똑같은 연구를 다시 했다. 이번에는30일로 줄었다. 죽기 한 달 전까지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그렇게 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발버둥을 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대체로 우리에게 '도둑처럼' 다가온다. 예상할 수 없는 시기와 속도로 삶을 덮친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에야 '마지막'을 한탄할 뿐이다.

첫 만남, 첫사랑, 첫눈, 처음 학교 가던 날, 첫 월급…. 우리는 대부분 첫 순간을 잘 기억한다. ‘처음’의 순간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하고 저마다 거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마지막’은 잘 모른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음은 늘 지나서야 깨닫기 때문이다. “아, 그게 끝일 줄 몰랐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일까? 처음이 긴장과 설렘으로 수식된다면 마지막은 씁쓸함과 아쉬움, 후회 같은 단어가 뒤따르곤 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을 위한 삶


철학과 1학년 첫 수업 교과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책이었다. '철학을 처음 배우는데 주제가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니.좀 무겁지 않나' 싶었다. 아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부터 배우는 것이 옳았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 재판에서 남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와 비슷한 말도 없다. 정확하게 소크라테스가 한 말을 옮기자면 이렇다.

언제든 인간의 병은 고쳐져야 하는 것,
언젠가 인류가 모두 착하고 참된 마음으로 돌아가는 날,
나를 대신해서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쳐다오.


이 유언 전까지 내용은 짧게 말하자면 '소크라테스 죽일 놈' vs '나는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법정과 크게 다르지 않달까.


흥미로운 지점은 '죽여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삶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즉 '소크라테스를 죽여서 정의로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의롭지 못한소크라테스 삶'을 필요로 한다.반대로, 정의롭게 살았다면 죽일 수 없다. '죽이기 위해 삶을 논하는' 이야기가 오간다.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을 이해하라'는 말처럼, '죽이기 위해 삶을 논하'는 것처럼, 김범석은 '삶'을 물으며 책을 끝맺는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살아온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떤 행로를 걸어왔든 종착역이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는 것만큼은 모두가 같다. 다만 그 종착역에 닿는 모습은 또 각기 다르다.

삶을 잊고 있을 때 떠나간 환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나를 향해 묻는다.

언젠가 당신도 여기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당도하고 싶은가?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고 다시 한번 생의 감각이 팽팽해진다. 어쩌면 무료 카지노 게임만큼이나 삶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팽팽한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감각 끝에 돌아온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제목 : <어떤 무료 카지노 게임 삶에게 말했다

저자 : 김범석

출판 : 흐름출판

발행 : 2021.01.18.

가격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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