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책'임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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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Feb 14. 2025

<어떤 양형 카지노 쿠폰

2025년 2월 둘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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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쓴 카지노 쿠폰


작년 이맘때쯤, 아는 KBS 기자가 ‘좋아하는 사람의 글’이라며 박주영 판사의 글을 공유했다. “좋아할 게 없어서 판사를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내용을 훑었다.<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었다.


절대로 여러분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입니다. 한 개인의 욕망과 그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결코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십시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입니다.


법에 문외한인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판사가 판결문에 이런 말을 써도 되나?’라는 당위적 의문이었다. 감정적인 동요와 공감은 오히려 그 뒤에 몰아쳤다.


그 궁금증이 <어떤 양형 카지노 쿠폰에서 조금은 해결됐다. 판결문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판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판결문 맨 마지막에 있는 ‘양형 이유’다.


박주영 판사는 ‘비감한 서정을 풀어놓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양형 이유를 책으로 묶어 낸 이유를 밝혔다. 이 대목에서 ‘하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나만이 아닐 터다.



‘충만’과 ‘과잉’의 줄타기


그의 집필 카지노 쿠폰를 한 꺼풀 더 벗겨보면,‘정의감’이 드러난다.


그는 영화 <매드 맥스의 대사처럼 “정의를 찾아달라고 부탁”받았다. 또한 ‘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념인 정의가 법을 다루는 사법기관의 숙명’임을 자인한다.


사실 관계를 판시한 것으로는 도저히 매울 수 없는 ‘정의감 부족분’을 양형 카지노 쿠폰에 채워 넣은 셈이다. ‘판결문의 한계’를 ‘판결문의 미비점’으로 돌려내어, 자신의 정의감을 뿌리 깊게 채워 넣은 방식이다.


하지만 이건 다소 위험해 보였다.


‘법정은 모든 아름다운 구축물을 해체하며 사랑의 잔해를 뒤적이고 수습하는 도축장'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파국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법정으로 오면 된다.’

‘법정에서 탐욕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인생의 좋은 시절이 다 가버렸다.’ 등의대목을 보자.


그렇다면 예컨대 우리는 학교에서 문학 작품 대신 판결문을 읽어야 하는가. 판사들은 ‘해우소 청소부로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디까지 발맞춰야 할지 당황스럽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면, 목이 부러질 거다.


(그의 말마따나) ‘법의 주된 기능은 선 긋기’라면, 독자는 정의감이라는 명목으로 ‘박주영 스스로 선의 경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테다.‘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서로 다른 처지의 좋은 아이만 있을 뿐’이며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예산편성권이 없는 것이라고 답하겠다’는 지점들에서 머릿속에 연신 물음표가 찍힌다. 세밀한 논증 없이 던지는 거대 담론을 받아내기는 못내 힘들었다.



솔직함이 무기다


그러나 이러한‘떠넘김’은 또 다른 의미에선 독자에게 유용하다.‘석명권이 변론주의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원론을 처음 배울 땐, 너무 당연한 말이었다. 교과서에선 고민의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박주영은 “추를 하나 슬쩍 올린다. 기울기가 조금 보정된다. 하나 더 올릴까 생각하다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어 주춤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론주의와 석명권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판사가 적어도 10명 이상은 반드시 존재할 거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법률가를 꿈꿀 때, 정의는 가슴 설레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정의만 생각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다.’는 고백도 독자에게 예리하게 꽂힌다.


법정 내 최고 권위자의 솔직함은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위치에너지’의 변동이 ‘운동에너지’를 만들듯, 판사 스스로 낙하하며 뿜어내는 진솔함이야말로 날카로운 변주곡이다.


‘판사들이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소송관계인 중 판사가 가장 무지하다. 좋은 판사의 덕목 중 하나는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대목은 새로운 관점을 시사했다.



비록 세 발이나 늦지만


박주영 판사가 <어떤 양형 카지노 쿠폰에서 ‘거듭 강조’하는 표현이 2번 등장한다. 각각 ‘가정 폭력’과 ‘산업재해’ 관련 사건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불개입 풍조는 극복되어야 한다”고,“거듭 강조하지만, 우주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바뀌었나? 일생일대의 판결로, 세상이 깨달음을 얻어 방향타를 바로 잡고 올바른 항해에 나섰나?


전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책을 한 권 더 집필하실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미리 스포일러 한다. 이 다음 책인<법정의 얼굴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랜 재판 끝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사법절차가 생각보다 무력하다는 점이다. 판결로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후에도 법정에 선 사람들의 슬픔은 계속 차올랐다. 《어떤 양형 카지노 쿠폰》를 쓴 후에도 수많은 여성이 강간당했고,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무수한 아이가 학대받았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의 삶이 붕괴된 크레인마냥 뚝뚝 부러졌고, 여전히 인생의 대목대목 아픈 사람들이 잘도 널려 있다. 탄식과 신음은 세상 도처에서 넘쳐난다. 나 역시 다시 형사재판을 하며, 조현병을 앓는 젊은이가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과, 동반자살을 하려다 살아난 청년들 사건과, 수많은 아동 학대와 강간과 살인 사건을 처리했다.


판결은 늦다. 사건사고 판결의 대략적인 흐름은 이렇다. 먼저, 언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을 분석한다. 그러면 (정혜진 변호사의 책 <이름이 법이 될 때에서 말하듯) 입법은 그 사건의 뒤꽁무니를 따라잡는다. 판결은 그 입법 미비가 해결될 때에야, 비로소 정식 판례로 쌓이기 시작한다. 즉, 판사봉은 현실보다 세 발 늦다.


그럼에도 사사건건 판결문에 양형 이유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박주영 판사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계속될 것만 같다. ‘결코 잘 살고 있다고 말해선 안’ 되며,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누군가 생을 끝내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수많은 이가 무수한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저 관성적으로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죽는다. 살인과 강간이 끊이지 않고, 매일 서너 명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익명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저주를 퍼붓고, 서로 무시하고, 외면하고, 홀대하고, 핍박하고, 착취하는 이 세상을 두고 차마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진 삶을 계속 이어 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진창임에도 우리가 미련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이 무릇 모든 숨탄 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고 싶다. 그 절대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고통이, 이처럼 자주, 이처럼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생활고로, 우울증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잘 살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생을 포기하려 한 이의 깊은 고통을 우리는 제대로 공감조차 하기 어렵다. 밖에서 보기에 별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듯 보잘 것 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있게 만든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지금껏 버텨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하찮아 보일지라도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판결




제목 : <어떤 양형 카지노 쿠폰

저자 :박주영

출판 :모로

발행 :2023.01.17.

가격 : 1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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