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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iiky Apr 25. 2025

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난한 실패를 애도하는 방법

2003년, 디씨인사이드의 여친갤러리에서 '딸녀' 열풍이 시작되었다.

'딸녀'가 무엇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당시 디씨 폐인들(00폐인으로 불리던, 주로 남성들)이 이름 모를 여성들을 합성하고 우스개로 만들던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딸녀 뿐만 아니라 광녀, 핥녀 등도 합성의 주된 소재가 되곤 했는데, 딸녀의 출현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지인능욕'등의 이름으로 딥페이크로 제작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합성 사진을 유포하는 범죄들이 떠오른다. 예전부터 자행되던 불법 합성 및 유포가 제대로 된 처벌이나 자정이 되지 않은 채, 오히려 양분이 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 아닐까?


딸녀 이후의 00녀 또한 신상녀, 개똥녀, 회손녀, 루저녀, 막말녀, 폭행녀, 된장국물녀, 지하철 담배녀 등 부정적인 내용 일색. 엘프녀, 베이글녀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해도 이 또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혐오를 담고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00녀 계보 (출처 : 머니투데이)


가만보면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뉴스 헤드라인의 경우에도, 범죄자의 성별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일 경우엔 꼭 '여대생','여교사','여직원' '00녀'라는 식으로 성별을 밝히는데, 성별이 남성일 경우엔 '대학생','교사','30대 김모씨' 등 대체로 성별중립적으로 표시되는 걸 알 수 있다.


가끔 농담삼아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야, 지금 이런 행동 하면 곧바로 인터넷에 <00녀라고 사진 돌아다닐 듯ㅋㅋㅋ"

웃으며 나눈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서 곧바로 씁쓸함이 따라붙는다.




00녀 유행을 악질적인, 심지어 범죄라고 여기지만,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 말하기도 어렵다.

나는 사회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스스로가 만들어낸 스테레오타입화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상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 왜 완전한 탈코(탈코르셋)는 불가할까? 왜 나는 여전히, 기왕이면 날씬하고 예쁘고, 상냥하(게 보이)고 싶을까? 왜 00녀가 되기/되지 않기에 은연중 신경을 쓰게 되는 걸까?




게다가, 내게는 좀처럼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 마음이 또 있다.

내가 누군가를 혐오할지도 모른다는 것, 편견 짙은(빻은)말로 언제든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는 그걸 깨닫지 못할수도 있다는 것.

이 가능성들 또한 나의 오랜 두려움이자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다.



정희진 선생님이 앎은 쾌락이자, '통증'이라 했다.

페미니즘을 얕게나마 알고 나선, 내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시스템에 종속된 존재라는 것, 무결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다.

그럼, 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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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렇게 조율되지 않는 마음 속 폭풍을 가진 채 그렸던 그림이 <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이름이 많다고 생각했다. 사회가 들이대는 잣대 속에서 언제나 혼란스러웠다.

잣대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꺾어 없앨 수도 없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 싶지만 욕 먹기는 싫었다. 간혹 싸우기도 때론 타협하기도 하며 나름대로 애쓰며 살아왔던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와 내 주변 여성들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나는 스테레오타입화된, 00녀 같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상을 벗어나기 위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모든 고군분투를, 그것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고 해도, 그 반복적인 시도들을 내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죽은카지노 게임 사이트 퍼포먼스, 2018


카메라를 켜고 그 앞에 섰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진' 이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들을 직접 연기했다. 퍼포먼스 속에서의 여성들은 기존의 여성상을 벗어나려는 시도로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결국 이 시도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남성중심으로 구조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실패와 좌절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실패로 끝나고 마는 반복적인 시도 끝에 남은 물건들을 모아 정성스레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재현하고,

<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Dead still life), 112.1x193.9cm, Oil on canvas, 2018



정물화는 '그 자체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 를 소재로 한다. 즉, 살아있지 않은 대상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내가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을, 굳이 '죽은'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쓴 이유는,

우리 안에 내면화되어버린 관습과 프레임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지난한 우리의 실패를 '죽었다'라고 명명하며 애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전시전경


김치와 된장 그리고 부라자

꽃, 뱀, 고깃덩어리 그리고 앞치마


우리는 모두 00녀를 내면화하기도, 원치않게 00녀 취급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지만, 완전하거나 완벽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수많은 실패라는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까.

잘 되지 않았던 수많은 시도들과 숱한 실패들은 죽었지만, 그걸 경험한 나는 이전과는 다르다.

자존을 지키고자 하는 나와 우리는 오래도록 쓰라리고, 혐오에 면역력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치지 않고 분노하고,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자꾸만 내 이름은 지워지고 사라진다. 그러나 살아내면 살아진다. 살아지다보면 살아남게 된다.

지난했던, 또한 앞으로도 계속될 실패를 넘어서, 살아남은 00녀들의 손을 꼭 붙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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