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대업이 죽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회귀했다
죽고 보니 살아있을 때 가졌던 모든 감정이 더 또렷하다.
기쁨과 슬픔, 분노, 안타까움…….
그중 가장 강렬한 감정은 역시 분노, 덧붙여 안타까움.
죽음과 맞닥뜨렸을 때의 분노가 또렷하다.
2027년 6월 23일 새벽 3시 10분, 나 강대업이 죽던 시각. 일본이 독도를 향해 불시의 공격을 퍼붓던 시간. 그때 나는 독도경비대원이었고, 스물일곱의 꽃다운 청춘이었으며, 당연히 이루고픈 꿈 또한 많은 대한민국 젊은이였다.
그런데, 죽었다.
그것도 내가 그토록 증오하고 되갚아주고픈 감정으로 온 삶을 들끓게 만들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공격으로. 총 한 번 제대로 쏴 보지 못하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죽음은 인지되는데, 미래는 인지되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온통 안개 같은 뿌연 연무. 죽기 전 사후세계 따위에 관심 갖지 않았다. 아니다. 몇 번, 어쩌다 생각해 보긴 했었다. 그러나 그건 봄바람에 떨어지는 싸리꽃잎 같았을 뿐.
“어이!”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 누군가를 불러 보는 것. 내가 자리한 이곳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
“아무도 없어요?”
이명처럼 들리는 공명음.
“……아……엿 됐네.”
책임을 탓할 상대를 알 수 없을 때 나 자신에게 하는 욕지거리.
다시 분노. 그리고 궁금증.
내가 죽던 날 새벽, 내가 알고 있던 건 일본이 독도를 빼앗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 그리고 그 전쟁에 북한 또한 개입했다는 것.
1904년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킬 때 일명 ‘시마네현고시 제40호’라는 말도 안 되는, 제멋대로의 지방고시를 통해 독도를 일본 영토라 도둑질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은 일본이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끝났다.
당연히 한국의 독립으로 독도는 우리 것. 그런데, 이것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시때때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엉터리 학문연구 외교총서 교과서 등을 동원해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 개소리를 지껄이더니 기꺼이 전쟁을 일으켰다.
‘어우 씨. 죽었다니! 안중근 의사만큼은 못해도, 이봉창 의사만큼은 못해봐도, 그 파렴치들 내 손으로 죽였어야 하는데, 총 한 번 제대로 못 쏴보고 죽어버렸다니!!’
분노 뒤를 따라오는 궁금증.
‘어떻게 됐을까?’
‘설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놈들이 파죽지세로?’
그건 용납할 수 없다. 북한까지 합세했다니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열도까지 역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없애버리고!!’
너무 나갔지만, 상상만으로도 분노는 환희로 바뀐다. 그러면 살아있을 때 나의 소망이던, 우리 모두의 소망이던 통일까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얏호! 이얏호!!”
절로 터지는 환호. 그때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시니컬한 목소리.
“아주 꼴값을 하는구나.”
휙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
“허헉. 뭐지?”
나도 모르게 나온 인칭의문사가 아닌 사물의문사.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사람은 아닌 식물도 아닌 ‘어떤 빛의 덩어리’ 같은 것. 암튼 뭐 그런 형태다.
“죽은 놈이 뭐가 좋아 소리를 질러?”
또렷한 한국말.
“거 좀 평등하게 모습을 보이고 대화를 나누시지.”
“허, 이놈 보게.”
“한국말을 하는 거 보니 한국사람이구만. 용안 좀 뵙자구요.”
“네 이놈!!”
“아우 깜짝 이얏!!”
사람 같지 않은 힘 실린 목소리에 경기에 가까운 비명이 절로 터진다.
“내가 보고 싶으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하냐?”
다시 고개 끄덕.
“다시 살고 싶으냐?”
“뭐, 그럴 수 있다면.”
“이놈 보게.”
“우씨. 물어놓고.”
“소원 한 가지만 말해봐.”
시시각각 물체의 빛이 변화한다. 나는 변화에 패턴이 있나, 살피며 묻는다.
“소원을 말하면? 뭐 그 용안 보여준다는 건가? 아님 정말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얘긴가?”
“뭔 의심이 그리 많아?”
“아유, 살아봐. 사기꾼들이 얼마나 득실거리는데, 보이스피싱에……. 건 그렇고, 정말 들어줄 수 있나……?”
“우선 말부터 공손히.”
“네. 그런데 어떻게 믿죠? 당신이 누군지 알고?”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내가 죽었고, 연무에 갇힌 신세가 됐다고 해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 자를 어떻게 믿고 내 속마음을 털어놓겠는가. 그렇다고 해도……음……난 죽은 게 확실하고 이곳엔 저 자밖에 없다.
“말든지. 그럼.”
“우이씨. 한 가지만? 사람이 어떻게 소원이 한 가지만 있겠어요.”
“내 법칙이 그래.”
“협상.”
“뭐라?”
“협상하자고요. 내가 뭘 하면 소원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들어줄 건데요?”
완전한 저자세. 뭐,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넌 협상할 자격이 애초부터 없는 놈이야. 그러니 심사숙고해서 말해. 한 가지만.”
머리를 굴려본다.
‘한 가지만? 딱 한 가지만? 어떻게 그래?’
갑자기 사귀다 헤어진 여친이 생각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놈 공격으로 죽기 전, 지우지 못한 여친 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여친과 다시 만나게 해 달라는 소원은 좀 그렇다.
‘그럼……그 여친과 결혼해 아들딸 딱 둘만 낳고 소원대로 돈 많이 벌어 잘 살면서 나라 팔아먹는 놈, 거짓말하는 놈, 위안부가 성매매라고 씨부리는 연놈들, 아직도 식민사관에 빌붙어 독도가 일본 거라고 은근슬쩍 주장하는 학자 놈들 응징하며 사는 것?’
살아있을 때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었다.
“저 놈들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러려면 척결단을 만들어야 해. 정부도 못 믿고 저 잘난 정치하는 놈들은 더 못 믿고, 학자들은 더더욱 못 믿어. 내가 해야 해. 돈 왕창 벌어서. 그 수밖엔 없어. 조직을 만들든, 어떻게 해서든.”
뉴스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놈들이 독도를 제 것이라 헛소리할 때,
통일 따위엔 관심 없이 남북의 집권자들이 서로를 헐뜯을 때,
위안부는 없었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놈들이 떠들 때,
우리 땅에, 우리 피를 이어받았으면서도 위안부가 돈을 받기 위한 매춘부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군의 동지였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학자 놈들을 볼 때,
동북공정, 임나카지노 게임 사이트부설 같이 우리 역사를 강탈하는 중국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도적놈들 주장에 옳다고 장단 맞추는 매국사학자들의 행태를 볼 때,
그 학자들이 훌륭하다 헹가래 쳐주는 언론들을 볼 때.
나는 척결단을 만들어 그들을 요절내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 허황된 놈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냐고?’
이게 모두 교육의 힘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귀에 피가 나도록, 그 피가 아물어 딱지가 생기도록, 딱지에 다시 고름이 생겨 피고름이 흐르도록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내력을 들어야 했으니까.
“욕심이 많구나, 이놈.”
벌끈 화가 난다.
“그럼 하나만 말하라는데, 어떻게 생각을 안 해욧?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고 많은데. 백두산만큼이나 많은데, 우이씨.”
갑자기 궁금해진다.
“근데, 저 아래는 어떻게 됐어요? 남북이 힘을 잘 합쳤을라나?”
정말 궁금하다.
“죽은 놈이 참 오지랖도 넓다.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 멸망. 남북통일. 한민족 영토 회복.”
“얼씨구.”
말을 해 놓고도 얼떨떨하다. 그래 이것이 나의 소망이었고, 지금의 소망이다. 이 커다란 ‘나라(國)’라는 테두리가 있어야 헤어진 여친과 다시 만나도 행복할 수 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아 잘 키울 수 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죽은 백성의 수가 얼마인가. 나라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3.1 만세운동을 하다, 독립운동을 하다, 그냥 백성으로 살다가.
“그 대단한 걸 네가 할 수 있겠어?”
“왜 하면 안 되나? 내가 못 할 거 같은가……요?”
잠시 말이 없는 빛덩어리. 몹시 궁금해진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꿈이 가상하니 기회를 줘 볼까?”
“헐.”
“반응이 왜 그래?”
“좋다는 건데. 엄청.”
“그래?”
“속고만 살았나.”
“인간들 특기가 사기야, 이놈아. 니놈도 인간이었고.”
“아이 가끔 거짓말은 하고 살았어도 사기는 아니다. 그 정도까진 안 했는데.”
“정말?”
”믿든지, 마시든지.“
빛덩어리가 잠시 침묵한다. 재빨리 주위를 휘둘러본다. 변한 건 없다. 빛덩어리의 변화패턴도 잘 모르겠다.
빛덩어리가 말한다.
“그럼 돌아가서 바꿔 봐. 그래야 지금 저 아래 상황도 바뀌고 네가 원하는 미래도 얻을 수 있겠지. 저 아래 상황이 궁금하다고 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저 아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미국을 제 편 만들어 동아시아판을 바꾸려고 엄청 용쓰고 있거든. 중국은 이때다 싶어 북한 땅 먹으려 넘 보고 있고. 니 나라 1945년에는 연합군 도움으로 독립이라도 했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인간들 사회라는 것이 저울과 같은 거야. 힘이 센 놈들의 저울이 기울기 마련이지. 오해는 하지 마. 내가 네 편이라고. 꿈이 좀 가상해 네게 기회를 주는 거니까.”
“엄청 고맙습니다. 근데 기회? 무슨 기회요? 소원 들어주는 거 아니었어요?”
“에이, 이 날강도 같은 심뽀를 봤나! 어서 썩 가지 못해! 과거로 돌아가 미래의 대업을 이뤄봐. 지금이든 미래든 과거가 씨앗이 돼 돌아가는 게 세상 이치야. 그걸 모르진 않겠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빛덩어리가 나를 덮친다.
‘펑!’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고통이 나를 덮쳤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정신이 드느냐?”
여인의 목소리. 눈 부신 햇살이 얼굴을 파고든다. 눈을 뜬다. 역광으로 보이는 여인의 얼굴.
‘뭐지?’
당혹감이 밀려드는데 여인이 다시 말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야. 날 알아보겠느냐?”
아니, 모르겠다. 나는 당황해 크게 뜬 눈으로 여인을 바라본다. 절로 탄성이 터진다.
‘아름답다! 기품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