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대충 보이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에 들어가
대충 나오는 안주거리 하나 사이에 두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빈 잔을 채워주는 역할만 하며
따로 술잔을 들지만
함께 마시는
그래, 서로 별말 없이
어색함은 없고
동의도 필요치 않고
그날의 이야기도 없고
지난날의 꿈 얘기 또한 꺼내어지지 않아도
얌전히 새어 나오는 숨소리 사이
눈치채지 못 한 빈병에
시원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병을 든 할머니의 손을
같이 잡으며
그때쯤, 적당히 남은 힘으로
손목으로 건배를 하는
그런 술친구가 있다면,
투덜대는 이야기는 없고
희망찬 얘기도 없으며
안주 근처에서 기어가는 조그만 개미 한 마리를
쳐다보며
함께 속으로 응원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래서일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병을 산 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혹여나 그런 사람이 골목을 걷고 있지 않을까
내 봉지 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병과
누군가의 봉지 안에 있을 참치캔 하나 정도를 기대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건
그래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