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동생 아중씨가 감탄병원의 뼈를 때리는 장문의 글을 올린 지 3일.
글을 올린 당사자 2번 동생 아중씨는 끊임없이 먹고 있었다. 사람에게 먹는 즐거움이란 인생에서 크게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큰 행복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적적으로 무엇인가를 먹는 것은 즐겁지 않은 행위다.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 쉽지 않은 행위를 아중씨는 해내고 있었다.
오로지 건강한 아이를 낳겠다는 일념으로, 3개월 동안 10kg이 빠질 정도로 철저하게 혈당관리를 해 왔던 아중씨는, 이번에는 다시 뱃속에 있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쉬지 않고 계속 먹었다. 양수도 늘려야 했기에 물도 계속 먹어야 했는데, 평소 하루 2L의 물을 마시던 그녀는 이제 하루 4L를 마셔대고 있었다.
2번 아중씨가 눕신에서 먹신으로 진화하는 동안, 615호 병실 구성원에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커튼을 치고 은둔하던 3번 임산부는 1박 2일을 겨우 버티고 이틀째 아침 1인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가 비자마자 바로 다음 사람이 들어왔다. 쌍둥이를 가진 28주 임산부 언니였다. 단발머리에 단아하고 차분한 인상의 그녀의 이름은 이영애로 아기들의 태명은 사랑이와 축복이었다. 3번 영애언니는 이전의 자리 주인과 달리 615호에 적응을 잘했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화하기를 좋아해서 입실 첫날부터 우리와 하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텅 빈 침상으로 있는 것보다 4명이 다 차니 병실 분위기가 한결 좋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배식시간. 우리는 밥 색깔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카지노 게임 추천!
"우와... 잡곡밥이네?"
2번 동생 아중씨가 쏘아 올린 공은 감탄병원 창립이래 처음으로 임신당뇨 환자를 위한 식단을 개설하게끔 만들었다. 글을 올린 지 단 3일 만이었다.
백미밥이 잡곡밥으로 바뀌고, 튀기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 대신 채소반찬이 더 많이 나오게 되었다. 어느 병원이나 그렇듯이 식사의 질이 대단히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백미가 잡곡으로 바뀐 것 많으로도 우리는 평소보다 밥을 30% 정도 더 먹을 수 있었고 그만큼 덜 허기졌다.
"난 쌍둥이라서 두 배로 배고픈 거 같아. 두 숟가락 더 먹을 수 있어서 기쁘다."
3번 영애 언니 역시 임신당뇨였기 때문에 오늘 아침 나온 잡곡밥을 보고 반색을 카지노 게임 추천.언니는 수줍은 표정으로 두 볼을 약간 붉히면서 밥을 먹었다. 우리 4명은 오래간만에 기쁜 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평소보다 든든한 배를 안고서 채혈을 하러 가는데 어쩐지 느낌이 좋았다.나는 양수도 감염되어 있었고, 수술 후 염증수치도 높았기 때문에 언제 양막이 녹아 파수될지 모르는 상태였다. 마음 한구석에 불안을 넣고 생활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다지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염증수치가 0.3이야."
채혈 후 들어간 진료실에서 박순제 선생님은 잔잔하게 웃으며 검사 결과를 말씀해 주셨다.
"0.3이면..."
"정상이지. 축하해요. 엄마 고생 많이 했네."
마음 한 구석의 불안이 사라졌다. 이제 고작 입원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앞으로 100일이나 더 있어야 했지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동굴에서 100일을 버티면 곰도 사람이 된다.임당식 먹으면서 입원실에서 100일을 버티면 내 아기도 사람이 되어 태어날 것이다. 곰도 했다. 나도 할 수 있다!
615호 병실로 돌아와 병실 동지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카지노 게임 추천. 모두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었다. 그러다가 저녁이 왔다.
[오늘 하루 종일 별일 없었어요?]
입원 이후로 저녁 통화의 첫마디가 된 고정멘트가 남편에게서 나오고, 염증수치가 정상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남편도 다행이라며 이제 덜 걱정해도 되겠다는 말도 했다. 입원 후로 처음 듣는 편안한 목소리로 남편은 딸의 근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아림이가 책을 읽어달라길래 읽어줬는데, 다 읽고 나니까 '응 됐어. 아빠 이제 휴대폰 봐도 돼'하더라고요. 말투가 자기랑 똑같았어요.]
엄마 없이 씩씩하게 잘 생활하는 우리 딸 아림이는 이제 재워주지 않아도 혼자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고 했다. 아직 만 두 살이니 첫째도 아기인데, 기특하고 미안했다.
그렇게 남편과 딸과 영상통화를 마치자 어느덧 하루 일과를 마칠 시간이 되었다. 드물게 평화로운 하루였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불 끌게요~?"
언제나처럼 오늘 밤 소등도병실에서 유일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4번 친구 효진 씨의 몫이었다. 출입문 앞에 서서 병실불을끄려고 하는데, 3번 영애언니가 잠깐만을 외쳤다.
"나 이게 뭐지? 좀 이상한데... 분비물? 소변이 샌 건가?"
언니의 말에 2번 동생과 4번 친구가 놀라 움직임을 멈추었다. 둘은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모른 채로 여상스럽게 대꾸를 카지노 게임 추천.
"어떻게 이상해요? 평소보다 좀 많아요?"
임신 주수가 찰수록 분비물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는 언니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아..."
그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워 있던 내가 몸을 일으켜 앉는데, 4번 친구 효진 씨는 어느새 전화기를 집어 들고 간호사를 호출하고 있었다.
"615호예요. 빨리 와주세요. 3번 이영애 산모 양수가 새는 것 같아요."
수화기를 잡은 효진 씨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눈치 없는 나와 달리, 입원생활을 제법 길게 한 아중씨와 효진 씨는 언니의 첫마디를 듣고 상황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곧바로 간호사들이 달려왔고 짐작대로 양수가 새는 것이 맞았다. 간호사는 영애언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니 보호자를 부르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본인의 일인데도 영애언니는 효진 씨나 아중씨보다 침착카지노 게임 추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소지품을 정리하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병원에서는이송될 병원을 찾느라 애를 썼다. 아기는 28주 쌍둥이. 살기 위해서는 니큐에 들어가야 하는데 니큐가 두 대나 비어있는 대학병원이 없었다.
의료진들이 전화를 돌리느라 정신없는 동안, 영애언니의 남편이 도착했다. 혼비백산 달려올 줄 알았는데 언니의 남편답게 문병 오는 사람처럼 평범하게 입원실로 들어섰다.
"왔어?"
언니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인사했다.
"응. 왔어. 잘 버텼다. 고생했어."
"그렇지? 생각보다 많이 버텼다."
부부는 서로를 격려하며 퇴원 준비를 카지노 게임 추천. 짐을 거의 다 꾸릴 무렵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이송용 침대로 언니를 옮겼다. 너무 걱정 말라며,잔뜩 굳어 긴장한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언니는 실려 나갔다.
겁에 질린 우리는 각자의 침상에 커튼을 치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결국 커튼을 다 열어놓고 잠들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밤 11시.
주인이 없어진 3번 침상이 휑했다. 남겨진 우리는 말을 잃었고, 아기가 무사하기를 두 손 모아 각자의 신에게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