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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숙 Apr 03. 2025

첼로 17개월차, 첼로 무료 카지노 게임

만족감, 센스 오브 세티스팩션

승현 : (문제를 보며) 쌤! 새티스파이드 satisfied 가 뭐에요?
나 : 그건 만족한다는 뜻이여.

승현 : 그럼 ‘만족감’은 뭐에요?
나 : 좀 길어. 따라 해봐. 센스 오브 새티스팩션. sense of satisfaction. 근데 언제 승현이는 만족감을 느껴?

승현 : 음...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요.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는 승현이의 말에 나는 좀 울컥했다. 사랑받는 느낌을 잘 느끼지 못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승현이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영어 검정고시반 수업을 듣는 22세의 잘생긴 남학생이다. 그동안 수십 명의 중고등 학생들을 센터에서 만났고 시험에 합격하는 기쁨을 함께했지만, 승현이 만큼 열심인 학생은 없었다.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고 팝송이나 게임에서 나오는 영어 단어를 열심히 물어보았다. 그래서 센터에서 보기 드문 열띤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승현이 말고도 2~3명의 학생이 있는데 수업을 더 신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단어 시험을 보는 전략을 바꿨다.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을 조용히 보는 대신, 20개씩 단어를 주고 그 자리에서 외우게 한 다음에 시험을 봤다. 단순 암기력, 순간 기억력을 써야 하는 이 긴장감을 아이들은 즐기면서 수업을 해 나갔다. 어쩌다 20개 단어 시험을 다 맞으면 환성을 지르고 하나, 둘 틀리면 아까비!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단어를 외우고 나면 기출 문제 문장 속에서 단어를 숨을 그림 찾듯 찾아보도록 하고 문제를 같이 풀었다. 수업은 흥미진진한 게임 같았다.


20개씩 단어를 줄 때 나는 최대한 연관어를 생각해서 붙여서 외우게 했다. 만족한 satisfied 과 만족감 sense of satisfaction을 같이 써 놓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40개의 단어를 30분 만에 외우고 검정고시 기출 문제를 풀면 90점 이상 나왔다. 나는 오버액선을 취하면서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하고, 과자를 먹으면서 긴장을 풀었다. 나는 무조건적인 칭찬을 했다. 다 맞든, 틀리든 센터에 나와 하루종일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말해 주었다. 단어 시험 덕분에 새로 나온 에이스 크래커, 바나나 초코 파이등 못 먹어보던 간식도 먹고, 사회복지사님들이 주시는 커피도 마셨다.


승현이는 다 맞아서 으쓱하고 옆에 있던 동생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그런다. 눈빛이 빛나는 승현이는 다음 주에 검정고시에 응한다. 아마도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니까 더 이상 센터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제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라고 생각하니 큰 아쉬움이 밀려왔다. 센터에 나와서 수업 한 10년을 통틀어 이렇게 재미있고 수업다운 수업을 해본 게 처음이다. 승현이 덕분이다. 나는 승현이가 이 수업과 선생인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또한 큰 만족감이었다.


승현이가 만족감이 영어로 무엇인지 궁금했던 사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그 친구 말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마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만족감이 아닐까 한다. 동창 남학생과 썸을 타다가 고백을 들었을 때, 생일 아침에 미역국과 잡채로 아침상을 준비해 놓으신 엄마의 눈을 보았을 때처럼 말이다. 승현이가 말해 준 그 만족감을 나는 3월 22일 토요일 첼로 앙상블 무료 카지노 게임회 때 느꼈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잘하건 못하건 무조건 칭찬과 환호성을 보내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친구들이 공연장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주었다. 첫 무료 카지노 게임회라 부족한 점이 많아서 초대도 하지도 않았는데, 다들 어여쁜 차림으로 사랑스러운 꽃다발과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시작도 안 했는데 나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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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시작하고 17개월이 지나고 작은 공연장에서 선생님 포함 10명의 단원과 함께 10곡을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작은 음악회를 성황리에 끝낼 수 있었다. 연습 기간은 5개월 정도였다. 동네 앙상블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해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는데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유명한 영화음악 OST와 클래식 곡들 10곡 중에서 5곡을 맡았고 그중 3곡은 멜로디 라인을 무료 카지노 게임해야 하는 임무를 맡아 마음에 부담이 컸다.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첼로를 들고서 무료 카지노 게임장에 들어섰더니 박수 소리가 크게 들렸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 악보만 보고 무료 카지노 게임하다 보니 청중의 눈과 마주칠 일이 없어서 생각보다 덜 떨렸지만, 긴장한 탓인지 한 곡은 폭망 사태가 벌어졌다. 4곡은 실수 없이 잘 마쳤는데, 우리가 ‘제때’라고 불렀던 에릭 사티의 쥬 뜨 베 Je te veux를 트리오로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서 초반부에 나는 음을 놓치고 말았다. 머리가 하얗게 되려는 순간 1파트 맡으신 내 옆 무료 카지노 게임자의 활이 내 허벅지를 살짝 찌르는 것을 느꼈다. 앗! 더욱 머리가 하얗게 되고 옆 두 분의 첼로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어찌어찌 하여 마지막 부분은 정신을 차려서 끝내긴 했다. 우리 세 사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불안해서 선생님이 함께 무료 카지노 게임해 주셔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중간에 멈추는 대재앙은 면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두 분 합주자님께 너무 미안하고, 지도해준 선생님께 죄송하고, 창피하고, 쥐구멍으로 가고 싶었다. 이 사태는 다른 곡과 달리 평소에 잘하던 곡이라 생각해 방심했던 탓에 일어났다. 역시 방심은 금물. 나중에 선생님 왈, 항상 연습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곡에서 망한다고 하셨다.


1시간 남짓 진행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마치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나의 인생 최초 공연을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틀려서 당황한 것 같았냐고. 모두들 뭔가 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고 위로해 주었다. 위로뿐 아니라 무조건적인 칭찬이 흘러넘쳤다. 내가 가장 포즈가 자연스러웠다고,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멋진 무료 카지노 게임였다고, 태어나서 처음 첼로 앙상블을 들어보았다고, 내년에 또 초대해 달라고. 실수와 망친 무료 카지노 게임에도 칭찬 세례를 받는 이 만족감.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는 더 멋진 무료 카지노 게임로 친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친구들은 기다려 줄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서는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광장에 세워놓고 사람들이 모여서 범죄자를 향해 칭찬의 말을 건넨다는 내용을 영어 지문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범죄자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는 것은 칭찬으로 표현된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법으로 다스리지 않아도 되는 작은 공동체에서 가능한 사랑의 연대가 부러웠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의 실수로 얼굴이 화끈해진 나에게 친구들이 해준 말들 역시 그 아프리카 부족 사람들의 칭찬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의 만족감은 죄지은 마음을 돌이키게 하고 실망한 초보 무료 카지노 게임자가 다시 연습을 해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해주었다.


상담복지 센터는 학교가 아니고 내신 성적을 가지고 등급을 나누는 살벌한 곳이 아니다. 아프리카 부족 마을처럼 학생이 수업하다가 도망가고 결석을 해도 아이들에게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곳이다. 첼로 앙상블도 누가 더 잘하나 점수 매기지 않고 실수를 덮어주고 작은 성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다. 칭찬받고 칭찬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무한 글로벌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에덴 동산에서 아담이 하와를 만났을 때 그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는 내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이다!” 인간이 대상을 만나 처음 한 말은 칭찬과 감탄의 말이었다. 하와는 이 말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태초의 그 칭찬과 감탄의 말의 총량이 결국 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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