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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로체 Apr 30. 2025

카지노 게임에게

심장에너지

엠패스들은 주변의 긍정적 에너지와 부정적 에너지를 그저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흡수해 들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외부 자극을 차단할 때 쓰는 것과 똑같은 필터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매우 민감해서, 가령 한 손으로 뭔가를 잡고 있다고 하면, 그것을 다섯 손가락이 아니라 쉰 개의 손가락으로 잡고 있는 셈이다.

[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 아니타 무르자니]


카지노 게임에게



아기는 심장의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아무런 방어막도 없이 연하고 약한 심장.

그저 영혼 하나에 미숙한 몸뚱이.



세상은 그 심장에 생채기를 낸다.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상처는 태어나면 당연한 디폴트다.



어릴수록, 그 상처가 많을수록

방어하며 여러 자아가 태어난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지켜주는 자아들은

협력하고 조율해야 하지만



상처에 덧대어진 상처

여린 심장에 그어지는 생채기는

자아를 딱딱하게 굳게 만든다.



더는 유연하게 조율하지 못할 만큼

거대해진 하나의 부분이 성격으로

굳어지면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심장을 밖에 내어 놓고 살 수는 없다.



카지노 게임처럼 고스란히

상처를 받고 또 받다가

영혼은 영영 집을 잃을 수 있다.



영혼과 영혼

마음과 마음

그 연결이 가능한 사람은 생각보다 귀하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카지노 게임를 만나고 싶어 한다.



내가 내어준 심장으로

내가 내어준 카지노 게임의 피부로

영혼을 교류할 수 있는 관계는 꿈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가끔 그런 별도 뜬다.



그런 연결은 귀하고

가끔만 반짝이지만



한번

카지노 게임로 만난 인연은

맨살을 비비며

영혼으로 연결된다.



그런 연결된 관계를 원한다면

내가 나의 카지노 게임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당신의 카지노 게임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카지노 게임로 내민 손을

방어로 거부하던 순간들에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세상의 모든 심장들이

심장으로 연결되기를

사랑은 그저 사랑이 되기를

영혼의 말이 통하기를

그렇게 우리가 귀한 별이 되어

반짝이기를...






우리는 모두 엠패스로 태어나고, 카지노 게임의 여림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약하고, 여리다고 억압해 온 감정들을 만나주기로 하면서 나의 딱딱한 갑옷은 안으로부터 깨지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깨어지면 폭력이 되고, 상처가 되지만 안으로부터 깨어지는 고통은 성장이 된다.


어려서부터 책보다는 텔레비전을 보고, 글보다는 말이 편했던 나의 또 다른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북적북적 놀러 다니던 내가 힘을 빼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내가 드러났다.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는 나는 때로는 시를 쓰기도 했다. 내게도 이렇게 낯선 나를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숨기고자 숨기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은 비밀친구를 가진 것처럼 때로는 설레었다. 하지만 오래 버려둔 내면에는 기쁨과 설렘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오래된 정리되지 않는 공간에는 켜켜이 쌓인 먼지처럼 카지노 게임의 뭉탱이가 환영처럼 출몰했다. 갑자기 무서운 카지노 게임 괴물이 나를 휩쓸고 간 자리에는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어둠과 슬픔, 두려움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현실적이지 않은 두려움이 현생에 생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지만 여러 번의 전생이 있었거나,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낮은 에너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느껴지는 감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욕망을 모두 놓아버리고, 그저 받아들였다. 느끼고, 또 느껴주자. 허용하고 수용하여 모든 감정과 생각이 나를 통과해 흘러가도록 놓아두자.


가만히 앉아 명상만 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사막의 낯선 동네를 한 번도 제대로 걸어보지 않은 다리로, 낯설게 걸으며 하늘을 보고, 땅을 디디며, 감정을 가쁜 숨으로 지구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감정의 정화는 끊이지 않는 숨과 숨 사이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통해 순환되는 에너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기보다는 이해를 넘어서는 수용의 마음으로 오는 감정과 생각에 나를 열었다. 영혼의 문을 열어 다시 민달팽이의 피부로 나는 나를 만나고, 꽝꽝 얼어 있던 검은 동공이 녹아내리고 더는 어제와 같지 않은 세상이 촉촉하게 눈 속에 들어왔다. 그것은 심장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 빛과 사랑. 온전한 존재로의 나였고, 하나로 연결된 우리의 세상이었다.






"오는 것은 오게놓아두고, 가는 것은 가게 놓아두어라.
그리고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라"

<아디야산티, 참된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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