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 : 마음의 상처? 마음의 상태!
아이들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간식을 받아온다. 첫째 아이는 초콜릿이 들어가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덕분에 웬만한 간식은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 차지가 된다. 지난주엔 큼직한 봉지에 담긴 단밤을 받아왔다. 한번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남편과 나는 둘째를 기다리는 동안 맛있게 먹었다.
둘째 아이는 좀 다르다. 가리는 게 많지 않다. 교회 가방 안에 사또밥 한 봉지가 들어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남편이 아무렇지 않게 사또밥 봉지를 뜯으려고 하길래 내가 슬쩍 말했다. "사또밥은 먹던데?" 남편이 둘째에게 먹어도 되냐 물어보니, 집에 가서 먹으려고 했다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민망해하는 남편에게 "왜 애 거 뺏어 먹냐"고 장난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오후 늦게 아이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 만들기를 하고 싶어 했다. 냉동실에서 반죽을 꺼내 주자, 아이들은 이런저런 모양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를 찍어냈다.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기다리니 어느새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별 맛 없는 카지노 게임 추천지만, 별 맛 없는 맛이 매력적이라 손이 가는 묘한 맛이다. 여섯 가지 색깔의 반죽이 들어있는데, 그중 주황색은 치즈맛이 나서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주황색 카지노 게임 추천는 대부분 내가 먹는다. 아니, 주황색 카지노 게임 추천만 내가 먹을 수 있다. 주황색이라도 아이들이 특별한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면 먹지 않고 남겨두어야 한다.
구워놓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아이들이 오며 가며 집어먹는 틈에 나도 주황색 동그란 카지노 게임 추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잊고 있던 오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하나 더 먹으려다 말았다.
"엄마 주황색 동그란 게 사라졌어."
잠시 후 둘째 아이가 그릇을 뒤적이며 말했다. 아이 앞에는 빨강, 하양, 파랑, 검정, 초록색 동그란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 그거 엄마가 아까 먹었는데..?"
그 순간 아이는 폭풍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오열이었다. 주황색 카지노 게임 추천를 잃은 슬픔이 거실을 집어삼켰다. 애절하게 “내 주황카지노 게임 추천!”를 부르짖으며 엉엉 울었다. 옆에 앉아 있던 첫째 아이까지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라 연신 사과했다. 어떡하면 좋냐고, 먹으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주황색이 그냥 동그랗길래 먹은 거라고, 미안하다고. 아이는 로봇 장난감 다리가 부러졌을 때보다 더한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안 물어보고 먹은 게 잘못"이라며 옆에서 첫째 아이가 한마디 보탰다. 사과해도 계속 뭐라 하니,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 하나 먹은 게 그렇게 죽을죄인가. 치사하다.
"알았어. 내일 반죽 주문해서 동그란 거 하나 만들어 줄게. 그리고 앞으로는 카지노 게임 추천 만들기 안 시켜 줄 거야."
책을 들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카지노 게임 추천 반죽 준비해 주고, 구워 주고, 같이 먹을 수 있게 해 준 건 나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 하나로 이런 대접을 받다니. 아이들은 내가 사둔 과자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먹으면서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 하나도 맘대로 못 먹나? 가만 보자, 밥 먹을 때 잘 먹겠다고 인사는 했던가?
아이들에게 쏘아댈 화살을 계속 만들어 담았다. 당장 거실로 나가 퍼부을 기세였다.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 책을 폈다. 펼쳐진 종이 위에 글자들이 평온하게 놓여 있었다. 오늘의 일을 나도 내일 글자로 남기겠지. 그래도 기분이 풀릴 때까지 치사함은 치사함으로 대응할 거야. 치사함을 글로 쓰다 보면 내가 얼마나 유치했는지 깨닫게 될 테지만.
저녁 먹을 때까지 치사하게 굴었다. "엄마가 청소해 놓은 매트 원래대로 깨끗하게 만들어라, 과자 하나 못 먹게 하면서 책은 왜 읽어달라 하냐" 같은 말을 하면서. 역시 지금 나는유치한 엄마였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혼자 뾰로통해 있던 내 모습을 돌이켜보니, 나도 아이들에게 꽤 많은 마상(마음의 상처)을 주었겠다 싶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무안을 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분 좋을 때는 “조심해야지” 하고 웃으며 넘길 일을, 컨디션이 안 좋을 땐 과거까지 끄집어내 잔소리를 퍼붓곤 했다. 밥을 먹다 물을 쏟거나, 장난치다 물건을 던져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아이들은 "엄마는 작은 실수인데 엄청 뭐라 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둘째 아이도 마침 기분이 안 좋았던 참이었을까? 종일 쌓였던 피로가 갑자기 몰려왔던 걸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의 상처'를 '마음의 상태'로 바꿔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아이도 나도 카지노 게임 추천 하나에 폭풍 오열하고, 별것 아닌 일에 서운해하고, 치사해지고. 그러고 보니 똑같다. 그렇다면 나부터 연습해 봐야겠다. 이 ‘마상’을 ‘마음의 상태’로 바꾸는 연습. 아이들의 서운함도 좀 더 인정해 주는 연습.
저녁에 남편에게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또밥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남편이 웃는다.
그러게. 나도 다음부터는 미리 물어봐서 원망 대신 핀잔 정도만 듣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