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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Aug 19. 2023

카지노 게임의 추억

TV를 처음 본 것은 70년대 초반 시골이었다.

여름 방학 때 놀러 간 큰아버지 댁의 마당에 있는 평상에서였다.

카지노 게임으로 중계된 레슬링 선수 김일의 박치기를 보고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같이 소리 지르고 신기해하며 TV를 영접했다.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시며 부자로 사셨던 큰아버지는 그 동네에서 제일 먼저 TV를 들여놓으셨다.

그 후 큰아버지 댁 마당은 매일 저녁 동네 사랑방이 되어 TV를 보러 온 마을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우리 가족은 전세살이를 했다.

주인집에 TV가 있었는데 한동안은 재밌는 레슬링이나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주인집 아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리고 녀석의 도움을 받아 같이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

한 참 후에 우리 집에도 TV가 들어왔다. 그때의 즐거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기억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독특한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오던 토요명화였다.


토요명화를 꼭 보고 싶은데 영화 시작시간은 부모님이 취침하는 시각이다.

마침내 어머니를 졸라 영화를 볼라치면 볼륨도 최대한 줄이고어렵사리 TV를 보았다.

가끔씩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아버지의 잔소리에 TV 앞을 이불로 가려가며 영화를 끝까지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잠자리에 들 때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동과 여운은 지금은 느껴 보지 못하는 그 시절의 추억이다.


결혼 후 애들이 자라서 진학을 준비하면서 3년 정도 카지노 게임을 없앴다.

독서와 취미 생활로 TV 보기를 대신했다.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지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궁금했다.


애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TV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TV의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채널 수도 많아지고 재미도 더했지만 이제 예전처럼 즐겨 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만 즐겨보고 채널도 20번대 위로 잘 옮겨가지 않는다.

하지만 애들은 TV를 보며 요가도 하고 홈트도 한다. 때로는 노래방까지 하니 TV는 만물박사인 듯하다.

며칠 전에 TV를 이용해서 생수를 주문해 보았다.

리모컨 몇 번만 주물럭 거리면 가격도 적당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생수를 주문하는 카지노 게임라니 얼마나 신박했는지...


그래도 나는 아직도 국민학교 시절 불 꺼진 방에서 혼자 보던 토요 명화와주말의 명화가끔씩 떠올린다.

OTT 영화가 넘쳐나고 카지노 게임나 모바일을 이용해 시도 때도 없이 볼 수 있는 것들이 넘쳐 나지만

가끔은 추억의 영화 한 편을 기다리던 설렘이 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https://youtube.com/watch?v=Xww77wVQric&feature=shar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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