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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오름달 Mar 24. 2025

물 위 돌 카지노 가입 쿠폰

3화 - 불어 터진 마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을 때, 나는 뒤로 걷기 시작했다.


마음을 마구 헤집던 통증이 물에만 들어가면 잠잠해진다.어디를 짚어도 모든 곳이 다 허방이었는데 수영장에서만큼은 다른 사람 못지않게 편안하다.넘실넘실 밀려오는 게 서러움인지 안도감인지 알 수 없었다.소독약 냄새가 밴 물을 아무리 들이켜도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다. 처음은 수위가 허리께까지 오는 얕은 풀장에서 시작했다. 그때 연습하는 건 발차기 딱 하나다. 다리를 일자로 쭉 펴고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위아래로 쉬지 않고 흔들라니 너무 고됐다.'수영은 나랑 안 맞나 봐.' 모든 일엔 단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쉽게 예단했었다.

다음 날은 풀장에 몸을 담그고 기본적인 호흡법을 배웠다. 하지만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실전 가서 헤매는 건똑같았다. 숨 쉴 타이밍을 놓치고, 고개를 많이 들어 중심을 잃는다.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건 25M가 고작이다.


처음으로 깊은 수영장에 들어갔을 때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몸이 떨렸다. 발꿈치를 힘껏 들어도 땅에 닿지 않아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서툰 몸짓으로 물길을 가르면서 신기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물에서는 아무리 삐끗을 해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건 나보고 물을 사랑하라는 말과도같았다. 유일하게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을 발견했다.마음이 신나서자유형, 배영, 평형까지 금세 익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영이 편한 운동은 아니었다. 전신을 다 사용해야 하는 힘든 유산소인 건 둘째 치고, 무릎이 한번 돌아갈 때마다 중심이 무너져서꼭 물을 먹게 됐다. 때문에 자주 일어서야 했는데 번번이 혼이 났다. 사정을 설명해도 강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농땡이를 피운다고만 생각했다. 자꾸 들려오는 꾸중에 짜증이 났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건데.


꼬마혼자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돈을 내고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여 흥미를 잃어갔다. 설렁설렁 배우겠다는 말은 어떻게든 설득이 돼도 자세를 바로 알려주겠다는 이유로 내 다리를 아당기는 건 도무지 적응이 안 됐다. 손이 무릎 근처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렸다. '이제 그만둬야 하나. 그래, 딱 하루만 더 가보고 관두자.'


그날을 마지막으로 하려고 마음먹고있었다. 그런데 바람 잘 날 없는 내 인생은 내가 괜찮음을 향해 걷는 이 짧은 시간도 눈 감아주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수업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길이었다. 내가 다닌 수영장은 계단 몇 칸 내려가면 바로 목욕탕이었다.물기가 많아 미끄럽다는 걸 알기에매번 종종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서.하지만 이 모든 건 확률 싸움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별일 없었던 건 내가 조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세상은 단호히 일러줬다.

하필 그날따라 계단에 물이 흥건했다. 계단은 가파른데 잡을 곳은 없고, 그렇게 내려오다 그만 크게 삐끗을 해버렸다. 살아온 모든 기억 중에서 이때가 두 번째로 가장 아팠다. 입 밖으로 신음 한 줄기 새어 나오지 못했다. 몇 계단은 굴렀던 것도 같은데 역시 아무런 기억이 없다.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려나. 주변에 있던 모든 할머님들이 놀라서 다가오셨다.


"아가, 괜찮니? 괜찮아?"


눈앞은 온통 백색.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극심한 어지러움이 몸을 잠식했다. 무엇보다 무릎 쪽이 너무 아팠다.이렇게 죽는대도 이해될정도의 아픔이었다. 작고 여린 여자아이의 몸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모든 걸 집어삼킬 듯 거대한 고통이 나를 휘감았다.

'어떡해, 미치겠다. 나 좀 도와줘.'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대상도 없었다. 그냥 참고 견디는 시간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할 뿐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그렇게 나약하게 공중에서 흩어져버렸다.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중학생이 됐다. 이건 학교에서 1박 2일 야영을 떠났던 어느 한 날의 이야기다.일행은 우리 반뿐이었지만 다른 중학교에서도 당일, 똑같은 숙소를 잡았다는 소문이 돌았다.나 때는 반마다 가고 싶은 곳을 정해 따로 움직이는 게 유행이었다. 유일하게 카지노 가입 쿠폰들께서 그 모든 걸 허락해 주신 해이기도 했다. 바비큐 파티를 하며 학교에서 하루를 머문 반도 있었고, 계곡 쪽으로 놀러 간 반도 있었다.

그중에서도우리의 행선지는 단연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한 곳이었다. 바로 캐리비안베이에버랜드!각각 첫째날과 둘째 날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도선명하게 기억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아 놀기 딱 좋았다. 도착해서 보니 숙소도 깔끔하고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커다란 창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아니, 그냥 그땐 너무 신나서 모든 게 좋아 보였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풀떼기들만 가득 보였을지라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저거 탈래? 여기 지도 봐. 이렇게 빙 돌면 되겠다."


한 친구가 워터슬라이드를 타러 가자고 말했다. 무서운 걸 잘 못 타는 나는 걱정이 앞섰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줄이 더 늘기 전에 빨리 달려가야 했다.


"잠깐만, OO 이는 카지노 가입 쿠폰 좀 볼까?"


그런데 갑자기 담임카지노 가입 쿠폰이 나를 불러내셨다. 무슨 할 인가 당황스러웠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의 표정이 나쁘지 않아 별로 긴장되진 않았다. 파라솔이 모여 있어 따뜻한 햇볕을 막아주던 그곳에 처음 보는 어른들이 모여있었다.


"아, 쟤가 걔야?"


"불편해서 어떡해. 불쌍하다 너는."


순간 잘 못 들었나 했다. 저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거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늘 밑으로 들어온 것이다. 왜인지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OO아, 여기 함께 온 건 좋은데 카지노 가입 쿠폰은 네가 다치지 않게 조심했으면 좋겠어. 카지노 가입 쿠폰은 혼자라 네가 다치면 다음 일정에서 너를 봐줄 사람이 없어.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 입장도 많이 곤란해진다. 웃으면서 왔으니 웃으면서 돌아가자. 알겠지?"


카지노 가입 쿠폰은 핫도그를 먹던 손으로 나의 어깨를 감싸고 얘기하셨다. 다정한 말투였지만 어딘지 불편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앞에서 또 다른 말이 들렸다.


"맨날 체육 수업도 빠진다면서.그래도 의사 카지노 가입 쿠폰이 물놀이는 해도 된다고 하셨나 보네?"


"그냥저기 온천가서 앉아 있어.그럼 절대 다쳐."


"아니면 실내에도 놀 거 많잖아.

친구들 보고 같이 가달라고 해."


"그래, 원래 이런 데는 다리가 정상인 사람도 위험해."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이 차게 식었다.

그마저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황당하고 화가 나는 마음이 혹시나내가 모나서는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 자리에 나를 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상처가 될까 조심스러웠다면 차라리 아무 말하지 말았어야지. 나쁘다.


내가 이 악물고 견뎌온 시간이,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한 순간에 보잘것없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없이 가벼워지고 말았다.

옷 카지노 가입 쿠폰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이내 자존심까지 희석시켜 묽어지게 만든다. 형태를 알아볼 없는지경이돼서야내가 무너지고 있음을 인식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아로새겨진 상처가아직껏 화끈거린다.

한시라도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걸음을 재촉하는데 누군가 카지노 가입 쿠폰을 부르며 달려왔다.

'쟤우리 아닌데.'

그렇구나. 어른들이 누구인지 그제야 눈치챘다.


"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너랑 같이 타려고 사진 찍으면서 기다렸다."


툭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친구들 얼굴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나와는 다르게 너무나 신나 하고설레하는 모습이었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속을 벅벅 긁어내어 없었던 일인 셈 치기로 했다.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미안. 빨리 가자! 저 워터슬라이드 이름이 뭐라고?"


가까이서 보니 훨씬 웅장했다.높은 곳에 서니 푸른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다.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줄여보려고 했는데 순서가 다가올수록 손발이 달달 떨렸다. 사실 혼자 엄청 고민했다.

'아, 그냥 타지 말까? 그래도 다른 것보단 차라리 이게 나을 것 같은데.'


으아아악! 엄청 빨라! 장난 아니야!!!

정신을 차렸을 땐 튜브 위에 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이로운 스피드에 입이 떡 벌어졌다. 눈앞으로 여러 색깔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그런 건 모르겠고 붕 뜨는 느낌이들어 무서웠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스릴이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타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정도로.

'나 이제 놀이기구 잘 타나?'

겨우 한 번의 도전으로 찌를 듯한 자신감이차올랐더랬다.


그런데문제는 내려온 다음부터 시작됐다. 각오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전신에 힘을 꽉 주고 탔더니 근육이 경직돼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불편해졌다.친구들의 바쁜 걸음을 따라다니면서 밖으론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불안했다.

그러다 하필 수영장에서 삐끗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자각하고 보니 사방이 지뢰밭이다. 실내는 실내대로, 실외는 실외대로 미끄러웠다. 무릎이 어그러질 듯 아파왔다. 인대가짱짱하게 잡아주지 못하니 힘을 줄수록 통증만 가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이곳에서 오로지 다치지 않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어쩌면 군가는거길 왜 갔냐고 물을수도 있겠다. 굳이사서 고생이냐고.

그래, 사실은 욕심이 맞다.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그날 하루는 더 편하게 보냈겠지. 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쌓아 올린 한 번의 추억은 평생의 좋은 기억이 된다.나를 다시 그 나이대로 돌려준다.


"우리 튜브 안 탈래?"

가장 친했던 친구 민영이랑 단 둘이 유수풀에 들어갔다. 가만히만 있으면 물살 따라 앞으로 가지니 타는 동안 좀 쉴 수 있겠다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놀이기구는 잘 타던 친구가 튜브를 무서워했다.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행여 튜브가 벗겨질까 무서워하길래 뒤에서 꽉 잡아주었다.

파도가 밀려오는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콰콰콰쾅. 꺄아아악!

파도가 만들어지는 굉음과 사람들의 기분 좋은 탄성이 하모니를 이뤘다. 나를 시원하게 떠미는 파도를 타고 멀어졌던 생각이 다시 돌아왔다.

밖으로 나오니 무릎에 느껴지는 피로감이 대단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아무 야트막한 풀장에나 주저앉았다. 솔직히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말이 그대로 이뤄진 것 같아 부아가 났다. 수없이 미끄러져 본 경험을 발판 삼아 이 정도는 충분히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착각했던 걸까 무서워졌다.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간 친구들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나는 왜 그리 혼자뻘쭘해하고 속상해했는지. 즐거운 사람들 틈에서 나만 작아진 것 같았다. 한없이 말려들어갔던 마음이여직 눈에 선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분홍색 노을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숙소에 돌아오니 화려한 레크리에이션이 준비 중이었다.그 틈에 1시간, 자유시간이주어졌다.


어? 우리 방 물이 없어. 누구 챙겨 온 사람?


층에 편의점 있어. 갔다 오면 돼.


내가 갈게. 다섯 개만 있으면 되지?


복작복작한 실내에 있자니 답답해서, 바깥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천천히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4층에서 멈췄다.

'여긴 다른 학교 남자애들이 쓰는 층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근데 다른 학교 어디지?'


--- 띠링, 4층입니다. ---

문이 열렸다.서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왜 여기 있어?"

하루 종일 불안에 시달렸던 마음이, 그 서러움이.

그 애의 얼굴을 보자 눈 녹듯 풀어져버렸다. 안 좋은 말을 듣고도 꾹꾹 눌러왔었는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날 살피는 동안엘리베이터는서서히다시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덜 자라, 무르고 약한 마음이 펑펑 흘러내리는 순간이었다.


이후에 무릎건강이 더 악화되었을 무렵, 중학교 졸업 여행 시즌이 왔다. 붙잡고 고민했지만 결국 가지 않는 걸 선택했다.무려 2박 3일. 제주도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말이다. 물론 아쉬웠지만그냥 꾹 누르고 참아 보기로 했다.그리고 오래 후회했다.


다시 학교에 나갔을 때, 칠판에 사진 한 장이 붙었다. 졸업 여행에서 반 애들이함께 찍은 단체사진이었다. 나만 쏙 빠진 그 사진을 한참 동안이나 서서 바라보았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평범한 풀밭에서 찍은 거였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한 명 한 명이 전부 다 부러웠다.

인화된 사진은 3천 원에 팔렸다. 역시 나를 제외한 모두가 구매 신청서를 냈다. 친했던 친구들은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세세하게 읊어줬고, 카지노 가입 쿠폰은 내가 없어 여행이 덜 재밌었다며 위로해 주셨지만 그리 와닿지는않았다.


졸업 앨범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던 졸업 여행. 역시 어디에서도 내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엔부질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에 지켜줘야 하는 것이었다. 좌절이던 행복이던 어린 내가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어른이 되어 바라본 세상은 동화 같지 않아서 그렇게 가슴 벅찬 설렘을 경험할 일도,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기대하거나 기다릴 일도많지 않다.아, 이러니사람은 평생 과거를 그리워하며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스쳐지나갔다. 짧디 짧은 10대, 20대의 단편적인 기억만 가지고행복을 되새김질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어라, 꽤나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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