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독서일기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한강
장편 소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1일
1부. 새
조금 시간을 두고 책장에서 삭혀 읽으려 했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시작하는데 한두 송이 떨어지던 눈이 점점 신경 쓰이게 온다. 급기야 폭설이 되고 창으로 내다보이는 도로엔 차가 멈추고 제설차가 지나가도 소용이 없다. 집으로 돌아올 가족들이 걱정되어 이리저리 연락을 하느라 몇 장 읽지도 못하고 독서를 멈추었다.
소설은 저 창밖처럼 갑작스러운 눈으로 시작된다.
1부. 새..... 다.
<소년이 온다에서도, 동화 <눈물상자에서도 새가 나온다.
작가는 새에 대한 의미를 깊게 두는 걸까?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9
결정(結晶)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2일
동물병원진료를 다녀온 후 집안일을 마치고 보니 늦은 오후가 됐다.
강아지 비누가 우리 삶의 반려가 된 것은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5년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전날 독서를 멈춘 부분이 어정쩡하다. 시작에서 멀지 않으니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드디어 멈춘 부분을 넘기려는 찰나 뭔가 반짝였다.
“뭐지?”
전날엔 인쇄가 잘못된 점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은 구멍이었다. 책장을 들었다 놨다 하니 해가 들어올 때마다 구멍이 반짝인다. 책을 읽으며 평생 처음 보는 신기한 구멍이다. 케이크 위에 켜진 촛불을 불어 끄는 것을 반복하는 어린아이처럼 반복했다.
쌓였던 눈이 바람에 날리면 은가루처럼 반짝인다. 혹시 눈의 결정인가?
오늘도 몇 장 못 읽었는데 밤이 되었다.
'아직은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구나..'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카지노 쿠폰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44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3일
휴일 늦잠으로 조용한 아침.
가족들을 깨우지 카지노 쿠폰 것은 나를 위한 고의다. 소음을 내는 커피도 내리지 않고, 갈아둔 자몽주스를 잔에 따라 독서대 앞에 앉는다.
드디어. 궁금하던 새가 나온다.
아, 나는 아직 인선의 앵무새 아마를 만나지 못했는데 독서를 멈춘다.
안 그러면 죽어.
누가?
새.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64
짜장밥을 한가득 만들고, 쨍한 김장 김치 한 폭을 썰어 밥을 한 대접씩을 먹으니 세상 편했다. 나갈 사람은 나가고 각자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추운 날씨에 아래층이 걱정되어 세탁기를 돌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뜨거운 물을 섞어 빨래를 시작한다. 이제 보장된 독서시간이다.
허이고. 수수깡 같은 내 똘. 아방 닮앙 신경이 명주실 같아그네......
(중략)
내가. 눈만 오민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 헌디 너가 그날 밤 꿈에. 그추룩 얼굴에 눈이 히영하게 묻엉으네...... 내가 새벡에 눈을 뜨자마자 이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했주. 허이고. 나는 너가 죽은 줄만 알아그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86
금세 세탁기가 노래를 하니 서둘러 건조기로 옮긴다. 설거지해 둔 그릇들도 재빠르게 제자리에 넣는다. 마치 눈 속에 서있을 경하와 할머니가 나를 기다릴 것 같다. 내가 집안일을 하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눈은 폭풍이 되고, 그 속으로 랜턴과 부삽도 없는 나는 맥없이 빠져든다.
어둑어둑 해지며 눈이 침침하니 오늘의 독서를 멈춘다.
'제발 살아 있어 줘. 아마'라고책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내 마음의 독서는 계속된다.
잠시 나란히 서 있었을 뿐인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카지노 쿠폰을 한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는가?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122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4일
하루종일 끼니를 챙기고, 올 겨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을 무로 깍두기를 담았다. 커다란 무 3개를 깍둑깍둑 썰었더니 손목이 시큰거린다.
새를 보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한 시간 정도의 독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다시 저녁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아이가 수다를 늘어놓는다.
'오늘이 가기 전에 새를 다 읽고 싶은데...'
차가웠지.
아니. 부드러웠지.
나는 고쳐 중얼거린다.
돌 같이 단단했지.
입술을 뗄 때마다 피에 젖은 얼굴이소리 없이 입을 벌린다.
아니. 솜 같이 가벼웠지.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168
이제 밤이 온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5일
2부. 밤
외출 후 돌아와서 무엇 무엇을 많이 했는데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카지노 쿠폰.
밤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만 알겠다.
내게로 정신없이 밀려 들어온 어두운 밤의 하얀 포말 같은 글만 남았다.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그 시국 때는 흉년에다 젖먹이까지 딸려 있으니까, 내가 안 먹어 젖이 안 나오면 새끼가 죽을 형편이니 할 수 없이 닥치는 대로 먹었지요. 카지노 쿠폰만 살 만해진 다음부터는 이날까지 한 점도 안 먹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먹었을 거 아닙니까?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225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6일
인선의 카지노 쿠폰와 나의 카지노 쿠폰는 그때 열아홉이었다.
내 카지노 쿠폰의 열아홉은 어땠을까 카지노 쿠폰의 일흔넷은 어땠을까 드문드문 자투리의 기억을 되새겨본다.
1950년 전쟁이 나고, 홀로 네 딸을 키우던 내 외할머니는 과년한 딸인 카지노 쿠폰와 세 살 터울의 큰 이모에게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염려되어 친정 친척이 살던 대성리로 딸들을 피난을 보냈었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는 언니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걸어갔을 것 같다.
그날, 허리가 ㄱ자로 굽어 땅을 보고 걷던 일흔 후반의 카지노 쿠폰가 지팡이 대신 내 오른손을 꽉 잡고 의지하던 악력이 느껴진다.
“카지노 쿠폰 앞을 봐야지. 땅만 보면 어떻게 해.”
카지노 쿠폰가 허리를 펴고 서서 앞을 보며 가만히 웃었다. 그리운 카지노 쿠폰의 미소.
인선의 자그마한 카지노 쿠폰가 안 계시듯
이젠 내 조그만 카지노 쿠폰도 안 계신다.
카지노 쿠폰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인선처럼..
카지노 쿠폰를 잘 몰랐어. 몸을 일으켜 캄캄한 책장으로 다가서며 인선이 말한다. 지나치게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중략)
그때 카지노 쿠폰가 지팡이를 짚지 않은 손으로 그 사람 소매를 잡으면서 가만히 웃었다고 했어. 미안허우다. 잠깐만 신세 지쿠다예.
(중략)
기억나는 건, 그렇게 물을 때면 카지노 쿠폰가 내 손을 놓았던 거야. 너무 세게 잡아 아플 정도였던 악력이 거품처럼 꺼졌어.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255
경하는 왜 인선에게 전화를 카지노 쿠폰 않는가. 내내 조바심이 난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은 건가?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7일
3부. 불꽃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책을 시작하던 첫날과 같은 눈이 온다.
아직 첫날의 눈이 녹지 않았는데...
7일째인 오늘은 이 독서의 마지막 날이 될 것 같다.
3부 불꽃이 시작되고, 나는 조금 남은 몽당초가 마지막 한 달의 카지노 쿠폰처럼 느껴진다.
때론 나를 처음 보는 남처럼 바라보던 초점 없는 눈동자와 가끔은 내 이름을 부르기도 했던 한 달. 화끈화끈하게 열이 오르다가 결국에는 차가워진 카지노 쿠폰가 계속 생각난 채로 책을 읽는다.
어떻게 내 마음이 그대로 적혀있을까?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중략)
이상카지노 쿠폰. 엄마가 사라지면 마침내 내 삶으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갈 다리가 끊어지고 없었어. 더 이상 내 방으로 기어 오는 엄마가 없는데 잠을 잘 수 없었어. 더 이상 죽어서 벗어날 필요가 없는데 계속해서 죽고 싶었어.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 p.311 p.314
2025년 2월 12일.
7일간의 독서. 책을 덮는다.
독서 그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되새김질처럼..
이십 대에 읽은 초판과 나이가 들어가며 읽는 것은 사뭇 다르다.
독자는 늙었고, 작가님은 눈 오던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변하듯이 글은 언제든 다른 것으로 다가온다.
고 박완서 작가님은 -자화상을 그리듯이 쓴 글-이라는 작가의 말로 시작한다.
나는 가끔 한강 작가의 글이 박완서 작가님의 글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마도 이 부분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이 말은 나의 감정일 뿐 두 작가의 글이 닮았다는 뜻은 아니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는 내게 사랑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경하의 사춘기 딸을 생각하는 마음과 가까운 이에게 부담이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마음.
인선과 엄마. 인선과 앵무새.
역사적 비극 속에 놓였던 인선의 카지노 쿠폰와 가족들에 대한 마음.
그리고 경하와 인선.
그 모든 것은 사랑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노인과의 절절한 작별 후 역경을 이겨내게 한 한 가지의 간절한 마음. 따뜻한 온기가 있어야 할 새를 만났을 때 끊임없이 밀려드는 바다의 파도처럼 슬픔이 마구 밀려들었다. 산방산 앞의 바다에 혼자 앉아있을 때 도로롱 도로롱 거리던 포말의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새의 의미는 그렇게 사랑스럽고 그렇게 소중했다. 나의 강아지 비누처럼..
글의 중반에 이르러 인선의 카지노 쿠폰와 내 카지노 쿠폰가 동갑이었던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두 카지노 쿠폰의 인생 이야기가 평행의 우주처럼 함께 진행됐다.
카지노 쿠폰를 잃은 나는 한동안 "발이 땅바닥에 붙은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다.
수 해를 둥둥 떠다니며 아침에 눈이 뜨이지 않기를 밤마다 기도했다. 엄마와 영원히 작별했다는 생각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빨래를 접는 모양에서도 나물을 다듬는 방법에서도 여기저기에서 엄마는 나타나며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돌고 때론 나를 안아주었다. 고통스러움은 시간이 약이었고, 이제 나는 작별했다는 생각을 잊었다.
제주.
공항을 벗어나 훅 부는 바람을 맞는다. 야생의 송엽국을 만나고,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이국적인 모습을 보면 때론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다. 다정한 방언이 들리는 그 설렘이 좋다.
내겐 각종의 예쁜 추억이 서린 아름다운 제주일 뿐이었다. 모든 추억은 사랑이기도 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다가 제주가 들어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제주에서 선물용으로 사 온 작은 소주컵은 장미허브와 아몬드 페페가 물꽂이 되어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다.
튼튼하게 뿌리를 만들면 포근하고 고운 흙에 심어줄 생각이다.
마치 제주가 생명을 보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
4.3 사건에 대하여 바다를 건너야 하는 거리만큼이나 먼 역사 속 이야기로 알았을 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았으며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고, 아직도 묻혀있음에 소름이 끼쳐왔다. 이 책은 사랑 이야기를 하며 독자의 가슴 깊이 역사적 진실에 대한 뿌리를 심어둔다.
제주.
이상하게 나는 제주도라고 카지노 쿠폰 않고, 누군가의 이름처럼 제주라 부른다.
지인 중에 제주의 사람이 있다. 가끔 장난처럼 제주의 말로 말했다.
"그사이 완?" 그 말이 참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제주.
독서 후 제주는 온통 사랑이라고 새겨졌다.
<작별카지노 쿠폰 않는다는 완벽한 사랑이야기다.
독서를 하며 나만의 단어장을 쓴다. 말들은 배워도배워도 끝이 없고 독서 중 배우는 단어는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이 소설로 기억할 단어는 네 개다.
(참고. 단어의 뜻은 이 책의 내용과 맞는 것을 써둡니다.)
*우듬지: 나무의 꼭대기.
*결정: 애써 노력하여 보람 있는 결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들 사이로 나는 걸었다. (p.9)
*포말: 물이 다른 물이나 물체에 부딪쳐서 생기는 거품.
내가 물었을 때 그녀가 눈으로 가리켜 보여준 백사장을 향해 숨 막히게 짙푸른 바다가 포말을 이고 밀려들고 있었다. (p.62)
*박명: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 얼마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
박명 속에 함박눈은 쉼 없이 떨어져 내렸고, 마침내 갈랫길이 나왔을 때에는 정말 어두워져 있었다.(p.130)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