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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찬 Apr 30. 2025

합 격

이탈리아에서 자동차 강도에게 털리는 바람에 아프리카 여행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예상보다 한국에 일찍 돌아오게 되었다.


1년 3개월 만에 돌아온 한국은 깨끗하고, 빠르고, 바빴다. 내가 이 속도감 속에서 어떻게 살았었나 싶은 이질감이 시차 적응보다 더 강하게 먼저 왔다. 하지만 우리가 또 누군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 왔으니 한국 패치 바로 들어가 주는 불굴의 한국인 아닌가!


우리에게 한국은 곧 현실이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간 곳이 PC방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먹고살아야 했기에 5시간 정액권을 끊어 놓고 구직 사이트를 넘나들며 지원서를 쓰고 있었다. 5시간 동안 엄청난 집중력으로 말 한마디 없이 돌아온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정인이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채 1달 넘게 있다 보니 자신에게 어떤 연락이 와있었는지 확인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자신의 메일을 열어보았는데 예전 직장에서 다시 복직할 의사가 있는지 제안무료 카지노 게임 메일이 와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메일을 보내온 지 꽤 된 상태라 해당 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새로운 사람을 뽑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해당일이 메일을 확인한 시점에 거의 임박해 있었다. (조금만 더 늦게 확인했었더라면 아마 새로운 사람을 채용했을 거라는 후문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기억이 있다.)


역시 그녀는 능력자다. 감사패까지 받으며 그만둔 직장에서 여행하고 돌아오니 더 좋은 조건으로 같은 회사에 재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쏜살처럼 빠르고 예리하게 슈욱 먼저 날아갔다.


여독은 이제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조금 더 그녀와 함께 우리 여행의 여운을 느끼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을 자각해야 했다. 현실은 34세 여행 다녀온 남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조건 취업만 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할 만큼 난 그렇게 순진하진 않았다. 정말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나 자신을 스캐닝하며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웠다.


1.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2. 안정되게 할 수 있는 일인가?

3. 타인에게도 유익한 일인가?


이 3가지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걸맞은 직업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난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기에 그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전 직장을 퇴사하고 여행을 가기 전 몇 달의 시간 동안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었다. 그것이 자신감이 되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세계 여행을 했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운전과 관련된 일들을 찾아보니 택시, 버스 등이 나왔다. 그런 직업들도 좋지만 좀 더 안정되고 공익적인 일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공항에 내려 서울에서 부산으로 타고 왔던 ‘KTX’가 생각이 났다. 'KTX '? 이거는 거의 차의 끝판왕 아닌가? 이걸 나 같은 일반인도 운전할 수 있나? 그 생각이 들자 심장이 쿵쾅거리며 설레기 시작했다. 기차를 운전한다는 생각은 정말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만약 일반인도 가능한 영역이라면 내가 설정했던 조건에 딱 부합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하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12일 후에 일반인 과정 전동차 면허 아카데미 입교 시험일이 있었다. 시험 과목은 ‘철도 안전법’. 12일 만에 생소하고 두꺼운 철도 안전법을 공부해서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갸우뚱했다. 그러고는 정인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인아, 기차 면허 따려면 아카데미에 입교해서 5개월 정도 교육받고 수료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입교 시험이 당장 12일 후야. 그냥 다음번 일정을 노리는 게 낫겠지?”

“빠듯하긴 하네. 그래도 한번 쳐봐. 뭐 하러 다음을 기약해”


내심 이번에 시험을 치는 건 무리라고 다음을 노리라고 말해주길 기대했지만 그녀는 가차 없었다. 그리고 난 그날부터 시험이 있는 날까지 밤낮없이 원룸에 틀어박혀 철도 안전법을 공부했다. 긴 시간 여행을 하며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와서인지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겨서 동기 부여가 잘 되어서인지 하면 할수록 희망이 보였다.


운이 좋게도 난 단번에 아카데미에 합격할 수 있었고 기차 면허를 취득하게 되었다. 문제는 원무료 카지노 게임 공기업에 입사무료 카지노 게임 관문이 또 하나 남아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와 맞물려 입사 시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며 나의 백수 시기는 더 길어져야 했다.


입사 시험을 준비무료 카지노 게임 과목도 나에게는 만만치 않았는데 문과 전공자인 나에게는 생소한 ‘전기 일반’과 ‘기계 일반’에 관한 전공 시험이 있었다. 전기와 기계는 문과생에겐 대척점에 있는 분야라 처음엔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칭무료 카지노 게임 용어부터 모든 게 생소했기에 공부무료 카지노 게임 시간이 매우 더디게 흘러갔고 언제 발표될지 모르는 시험 일정에 꽤나 전전긍긍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공부할 분량이 너무 많다 보니 당장 합격할 자신도 없었다.


“정인아. 나 이번에 합격할 수 있을까? 이거 오바야”

“너? 당연히 합격하지 뭔 걱정?”

“야 네가 몰라서 그래. 합격 후기 찾아봐도 1년 안에 면허 따고 바로 합격무료 카지노 게임 경우는 없어. 거의 전공자들이고 기본 2~3년은 준비하고 입사하더라”

“아~ 마 모르겠고 그냥 합격할 거니까 걱정할 시간에 공부나 해”

“야 너는 뭐 어디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단정해서 말무료 카지노 게임 거야? 아니면 그냥 나 자신감 불어넣으려고 립 서비스무료 카지노 게임 거야?

“찬이야 내가 립 서비스하는 거 봤어? 나 그런 거 못하는 사람인 거 잘 알잖아”

“근데 넌 어떤 근거로 그렇게 장담하는데?”

“근거가 있지! 난 네가 열망무료 카지노 게임 것을 해내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걸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이번 이 시험도 합격할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이나 어조도 담겨있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냥 담담하게 일정한 톤으로 나의 합격을 장담무료 카지노 게임 말에 난 어안이 벙벙했다. 그 어떤 파이팅보다 강한 힘이 실린 돌 직구를 맞은 것 같은 전율이었다.


입사 시험 일정이 발표되고 한 달 남짓 시간이 남았을 무렵 난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었다.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를 했었는데 그녀는 나를 위해 일부러 본인도 독서실 옆자리를 끊어서 내가 외롭지 않게 계속 함께해 주었다. 밤 10시가 되면 잠을 자야 무료 카지노 게임 그녀임에도 내 옆에서 자리를 지키며 새벽까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면서 묵묵히 나를 응원했다. 나 자신도 잘 모르는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그 사람이 지금 내 옆에서 함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은 없을 것이다.


난 무조건 합격해야만 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눈이 빠질 듯 두통이 있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시기를 잘 넘기고 그녀의 확신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결과는 최종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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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난 35세에 내가 원하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내가 너 합격할 거라고 했지?”

만약에 이번에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냐 진짜

안되지~떨어지면

!그래도 나 열심히 무료 카지노 게임 거 네가 옆에서 봤잖아

열심히 무료 카지노 게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해야지”

“......”

잘했어.수고했어.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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