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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피 Jan 08. 2025

카지노 게임

탄탄한 사람

수능 등급제도 생소한데 갑자기 정시에 논술을 반영한다고 해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렸던 고3이 있는데, 그 고3이 나였다. 딱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예·체능을 잘하는 것도 아닌 평범하고 고등학생이었다. 수능 성적도 평범했다(높지 않은). 근데 여성이라는 특징(?)을 가져 같은 성적에서 소위 IN 서울을 할 수 있는 대학교에 여대라는 선택지가 더 있었고, 그 덕을 봤다. 학교에서 총 7명이 같은 여대를 가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7명의 명단을 나눠 주셨다. 아마 성인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니, 서로 의지가 되길 바라는 의미로 명단을 주셨던 것 같다. 명단에는 카지노 게임 A와 B가 있었다. 같은 고등학교지만 지나가면서 말을 한두 번 정도 해봤던 카지노 게임들이었다. 그리고 대충 A와 B는 학교에서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그래도 한두 번의 대화 덕분인지 왠지 모를 친근감으로 7명 중에서 우리 셋은 입학식이 끝나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아마도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했던 대화에서 서로 잘 맞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여전히 만나서 수다를 떨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우리 세명에게는 나름의 공통 분모인 카지노 게임가 있었는데, 바로 C였다. 친화력이 좋은 C는 고등학교 때 A, B와 함께 어울려 다녔지만, 나랑 내 카지노 게임들과도 종종 수다를 떨면서 놀았던 카지노 게임였다. 한 가지 더 공통점은, 비록 학교는 다르지만, C도 여대를 갔다. 학창 시절 남중, 남고를 나왔다고 하면 짧은 탄식을 하는 측은지심의 자세에서 비롯된 걸까. 우리 4명은 캠퍼스 커플의 낭만을 느낄 수 없음에 대한 동정심을 공유하기 위해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수내역 이자카야에서 우리는‘카지노 게임’을 결성했다.

카지노 게임은 성남시를 관통해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대표적인 하천이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학창 시절과 거주지를 두고 있는 우리가 선택한 카지노 게임 팸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사실 왜 굳이 이름까지 지었는지 모르겠다.)무엇보다 속뜻이 아주 알찼다. 이름하여 탄한 남친 추! 줄여서 카지노 게임! 당시 10점 만점의 10점으로 핫했던 2PM 옥택연의 탄탄한 몸에 빠져있던 B가 의미를 갖다 붙였다. 누군가에게 탄탄한 남자 카지노 게임를 추천해달라는 읍소인 건지, 그런 남자 카지노 게임를 추구한다는 건지, 어쨌든 끼워 맞췄다. 술 마시고 지었는데 앞뒤가 맞아봐야 얼마나 맞겠는가. 하지만 신선하고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싸이월드 일 촌 명도 카지노 게임 팸이라고 바꿨다.


근데 이름만 탄탄한 남자 카지노 게임 추천이었지, 4명 모두 남자 사람 카지노 게임도 없고 연합동아리 같은 것도 가입하지 않아 서로에게 추천은 고사하고 각자도생하기에 바빴다. 그저 만나서 서로의 연애를 응원하고 수다 떨며 노는 게 재밌었다. 그렇게 탄탄한 남자 카지노 게임를 외치던 4명 중 3명은 현재 모두 유부녀이다. 그렇다. 나만 SOLO다. 아직 탄탄한 남자 카지노 게임를 추천받아야 할 이유가 있으니, 카지노 게임이라는 이름은 나로 인해 다행히(?) 유효하다.

단지 여대에 들어갔다는 공통점 하나로 모여서 16년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다. 각자의 우여곡절 연애를 알기에 그리고 그 우여곡절을 겪기에는 심성이 곱고 너무 좋은 카지노 게임들이기에, 진심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역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따스하고 좋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들도 나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내 속이 빚어져 가고 있는 단계임을 알기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 빚어진 마음으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때가 오겠거니 하고 있다. 설령 오지 않는다고 해도, 다행히 잘 빚어져 그 속이 꽉꽉 채워져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것 같다. 그렇다는 건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테니까. 물론, 둘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사람 인생이 마음대로 되던가∼?! 탄탄한 남자 카지노 게임를 만나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거니, 그때까지 오롯이 내가 나를 탄탄하게 가꿔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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