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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Mar 28. 2025

봉준호도 답 못할 카지노 게임, 극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미키 17'의 애매한 설득력과 성적... 봉준호도 못 살린 극장가

※이 글에는 영화 ‘미키17’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개봉 10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며 영화 산업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미키17’은 3월15일 기준 누적 관객 246만 명을 동원했다. 매출액은 15일 기준 14억3899만7240원이다. 평론가 평은 그리 나쁘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미키17’에 대해 별점 4개를 부여하고 “파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흥미진진한 역설이 새벽별처럼 반짝이는 유머에 담겼다”고 평가했다.


분명히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제작비가 약 1억2770만 달러(약 1277억 원)에 달해,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도 개봉 첫 주 오피스 1위에 오르기는 했으나 흥행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손익분기점 돌파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극장가의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카지노 게임17’의 흥행력이 부족한 탓일까.


물론 둘 다일 것이다. ‘미키17’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관람객들은 ‘미키17’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옥자’가 합쳐진 느낌이라며 신선함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전작인 ‘기생충’과 비교해 그 메시지의 날카로움이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기생충’의 경우 권력에 대한 신선한 관점이 빛났다.


예를 들어 부잣집의 과외 선생님으로, 자동차 기사로,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두고 ‘가난한 이 가족이 부자의 기생충인가, 아니면 돈 버는 것 말고는 가사, 운전, 아이들 교육 모두 외주를 맡기는 부자가 기생충인가’라는 카지노 게임, 즉 ‘누가 진짜 대저택의 주인인가’라는 섬뜩한 카지노 게임을 던졌다.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역시 유머러스했으며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디테일한 분석이 곳곳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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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지노 게임17’의 경우 권력과 갈등을 묘사하는 부분은 다소 무난한 접근으로 펼쳐지며, 또 권선징악 식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기생충'도 일종의 권선징악 결말이긴 하다.) 죽어도 계속해서 다시 프린팅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이라는 설정은 사실 복제 인간이라는 몇십 년 전 설정과 AI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에게 완전히 신선하게 다가오기는 어렵다. 또한 아무리 익스펜더블이라고 해도 잔인한 생체 실험이 지속되는 우주의 세계관 역시 몰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익스펜더블 설정에 더해져 ‘멀티플’(복제 인간이 두 명이 되는 현상)이 된다면 해당 익스펜더블이 ‘완전 삭제’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카지노 게임17’을 사랑 이야기로 본다고 하면 조금은 더 흥미를 가질 순 있다.


보는 내내 왜 같은 ‘익스펜더블’(소모품)인데 17번째 카지노 게임와 18번째 카지노 게임의 성격이 저렇게 다를까 궁금해진다.


아무리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다’고 해도 기본적인 기질이나 성격은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익스펜더블을 두고 같은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 역시도 이해 못 하는 나’ 임에도 지속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미키의 연인 ‘나샤’)를 부각할 때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메시지가 보편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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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우주 생물 ‘크리퍼’에 대한 스토리 라인 역시 몰입이 쉽지는 않았다. 봉 감독의 전작인 ‘옥자’에서도 생태적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고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있었는데, ‘미키17’ 역시 영화 속 생명체에 대해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만한 충분한 장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영화 후반부 미키의 연인인 나샤 나 그 외 미키와 나샤 편에 들어 권력자를 처단하는 캐릭터들의 행동과 동기도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한국 영화계 전반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 ‘미키17’의 성적표는 우려를 낳는다. 한국 영화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완전한 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관객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CGV는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영화관 산업 자체가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이미 쏟아질 때로 쏟아지는 콘텐츠의 범람 시대에,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2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고 한 편에 1~2만 원에 달하는 콘텐츠를 볼 의향이 없어 보인다. 극장 산업의 회복을 위해서는 작품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소비자가 다시 극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혁신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겠지만 해결이 난망해 보인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 먼저 쓴 기사이며, 기사 발행 이후 개인적 생각을 더했습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4940


콘텐츠가 던지는 카지노 게임들

극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한 감독이 계속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카지노 게임17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처럼, 달라진 연인의 모습도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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