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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Oct 30. 2024

#18.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 무료 카지노 게임 씁쓸한 맛

나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지어놓고 나니 너무 멋있게 쓰려고 했나 싶은데, '무료 카지노 게임의 씁쓸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추천에 집중하면 어떨까.

나는 책을 읽을 때, 내 성격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문체를 선호한다. 감정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인 것이 좋고, 길어서 복잡해도 좋으니 남의 속 마음을 잘 알 수 있도록 쓴 문장들이 좋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터라 내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게 좋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책들은 그것과는 거리가 다소 먼, 시니컬한 문장들이 일품인 작품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류시화의 '내가 생각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아니야', 이응준의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이다. 제목부터 씁쓸하게 느껴진다면 내 의도가 잘 통한 것 같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무료 카지노 게임 맛'에 대해 말하고 싶다. 무료 카지노 게임 맛이 나는 음식에는 어떤 게 있을까. 나는 지금 당장 카카오가 떠오른다. (사실은 초콜릿인데)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초콜릿으로 '00% 카카오'가 있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카카오 함량이 높아 우리가 흔히 아는 초콜릿보다는 쓰지만 초콜릿 특유의 달달함이 남아 있는 초콜릿이었다. 나는 이번에 두 권의 책을 고르면서 그 초콜릿이 떠올랐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씁쓸하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날들이 있다.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 그런 세상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 죽음에 이를 때에는 나보다 그 누구도 부자이거나 가난하지 않다는 사실. 내가 조금 행복할 때에 누군가는 불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이 나에게 위안을 줄 때가 있다. 이런 나 자신이 창피하다가도, 결국 이런 생각에 의지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 소개한 두 작품 모두 그런 느낌이다. 우리의 무료 카지노 게임에 당연하게 찾아오는 고독, 불안, 우울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특별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어쩌면 당연했다는 것을, 당신의 무료 카지노 게임도 그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책에서는 늘 따듯한 품을 찾던 나였는데, 차가운 얼음 위에서도 마음은 녹아내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류시화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누가 낭독해 주면서 읽었던 책도 아닌데, 그가 나지막하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지막한 목소리 뒤로 차가운 세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때로는 그가 내뱉는 절망이 너무 어두워 책장을 넘기지도 못하고 멈춰 서 있다가, 결국에는 그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기로 한다.


달달한 무료 카지노 게임, 장밋빛 무료 카지노 게임을 꿈꾸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십 대 초반 너무 마음이 힘들었기 때문인지, 이제는 어느 정도 씁쓸할 맛이 더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닐 것이다. 씁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내 삶에 어느 정도는 달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99% 카카오' 초콜릿도 그런 게 아닐까. 입 안은 너무 써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먹다 보면 그 속의 1%의 달콤함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무료 카지노 게임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이 너무 쓰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우리의 무료 카지노 게임은 쓰지만, 결코 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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