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대하여
동지 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
한들거리는 바람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덧 얇아진 옷, 입고 온 셔츠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서늘했다. 햇살은 따가웠고, 그늘은 차가웠다. 중간이란 없는 얄미운 날씨였다. 얄미움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기 시작한 어린 순은 꽤 자라나 거리를 뒤덮기 시작했다. 곧 이 햇살을 받아내고는 더 진해질 이파리에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 올 것이다.
경상도 어느 작은 마을, 바로 옆에 중고등학교가 붙어 있는 곳에서 6년간 같은 운동장을 밟으며 등교를 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푸릇한 싹이 돋아나 그늘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수능에 맞춰 우수수 쏟아지던 낙엽. 이듬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세 번씩 두 번 반복하니 졸업이었다. 매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나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쟤들은 그냥 죽을 때까지 저렇게 도돌이를 하는 건가? 좀 지겹겠다.' 곧 이 작은 마을을 떠나 다양한 지식을 배울 꿈에 부풀었던 나에게는 어쩌면 당연했던 의문이었다. 그다지 생각이 깊지 못했던 나는 '또 쓸데없는 생각 한다.'며 스스로에게 핀잔을 줬다. 그 의문을 뒤로 한채 하교를 했다. 한달음에 내달려 안긴 내 보금자리였다.
집으로 돌아오면 무료 카지노 게임는 밥을 차려놓고 계셨다. 봄이라고 옥상에 봄나물 한긋 캐서 시원한 물김치를 담가놓으셨다.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소면을 넣고 말아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었다. 봄마다 올라오는 제철 밥상에 웃음꽃이 폈다. 오늘은 두 그릇을 뚝딱했다. 설거지하고 배를 두드리며 무료 카지노 게임 방으로 가서는 배 깔고 엎드려 텔레비전을 봤다. 텔레비전 옆에 놓인 무료 카지노 게임의 커다란 증명사진은 늘 눈에 띄었다. 유치원 졸업사진과 백일사진이 내가 가진 사진의 전부였을 때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미리 찍어둔 그 사진을 보며, 무료 카지노 게임도 뭔가를 기념하려고 하셨다고 생각했다.
부엌에 붙어 그 집에서만 25년을 돌고 도는 인생을 살았던 우리 무료 카지노 게임. 운동장에서 서서 우리 학교를 지켜낸 6년의 세월도 참 덧없고 지겹겠다 생각했건만. 막상 내 옆에서 나를 우두커니 지키고 있던 커다란 나무의 마음은 생각해 본 적 조차 없었다. 그 후, 십 수년이 흐르고 무료 카지노 게임 문갑 위의 액자 속 사진이 그녀의 빈소에 놓이는 순간이 왔다.
끝. 시공간의 마지막 한계를 지칭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함을 본 적도 없고, 가져본 적도 없기에, 그 길디 긴 시간을 잘게 잘라 예쁘게 포장을 해둔다. 그리고 그 유한한 인생 가운데 우리의 감정과 이야기가 박혀든다. 졸업앨범엔 학창 시절의 이야기와 그 끝이 담겨 있듯. 이별이란 단어에 수많은 사랑, 다툼, 외로움, 설렘의 끝이 담기듯. 내가 그때 깨달았던 것은 이미 무료 카지노 게임는 모든 것이 사라질 순간을 아름답게 예비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래, 무료 카지노 게임의 영정사진엔 그녀의 삶의 끝이 담겨있었다.
그녀에게 한평생은 어떤 의미였을까. 매해 꽃을 피우고 지고를 반복하던 그 나무처럼, 그녀도 다시 봄을 기다렸을까. 그리고 정말, 다시 한번 봄을 맞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