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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Apr 22. 2025

카지노 게임보다는 포옹을

아이들과 남은 시간 D-9년, 두 번째 이야기

쌍둥이 아들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키울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나는 이런 말을 많이 들어왔다. 나는 비교적 소리도 지르지 않고 혼도 크게 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운 편이다. 그것이 나의 타고난 온화한 성격과 인내심 덕분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다만 우리 집의 형편이 보통의 가족과 살짝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집의 구질구질한 사연을 줄여서 얘기하자면, 쌍둥이들이 생후 100일이 갓 지날 무렵 남편이 하던 일이 크게 망하여 아파트는 담보로 넘어가고 우리는 월세집을 전전하다 친정에서 얹혀 살기를 몇 년, 그다음에는 시댁에 얹혀 살기를 몇 년. 그 과정 중에 남편은 저 멀리 공장 같은 곳을 다니느라 주말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우리 4 식구가 온전히 다 같이 우리만의 저녁 식사를 하게 된 것은 쌍둥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다 되어서다.


자연스레 나는 여기저기 이사 다니느라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겼고 남편도 평일에 일하러 갔으니, 나에게는 오직 쌍둥이 두 아들 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당시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신적인 불안과 스트레스가 아이들 육아의 힘듦을 훨씬 압도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은 더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주지 못하고, 좋은 곳에 데려가지 못하고, 번듯한 집도 없이 떠돌아 지내는 것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아이들은 땡전 한 푼 없는 우리 가정의 사정은 모른 채 그저 해맑은 웃음만을 주었다.그동안의 사진첩을 뒤져보면 예쁜 옷을 입은 아이들의 사진도,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도 없다. 그저 깨끗하고 예쁜 두 아이의 방긋 웃는 얼굴만 있을 뿐.


나의 10년은 자체적인 유배생활 느낌으로 그렇게 채워졌다. 말이 길어졌지만 어찌 됐건 나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아이들에게 나는 비교적 화를 낼 일이 없었고 그 덕에 아이들과의 유대감도 좋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망가졌던 삶이 정리가 되고 우리만의 사업체도 가지고 우리만의 집도 가지게 되어 평범한 가정의 궤도에 들어오니 평범하게 일어나는 집안의 갈등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바로 아이들 카지노 게임와의 전쟁이다. 그렇다고 전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 카지노 게임를 시키느라 아이들 학원을 여러 개 돌리는 그런 것과는 또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은 각자 좋아하는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이 전부이다.(물론 학원비 부담으로 인해) 그렇기에 카지노 게임를 아주 많이 시킨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카지노 게임를 재미있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수학을 하나 배워도 기초를 튼튼히 하여 수학을 푸는 재미를 알게 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궁리하고 집중하여 문제를 풀어내는 즐거움과 몰입하여 카지노 게임하는 재미를 알게 하고 싶다. 책을 많이 읽으면 국어도 얼마나 재미있나. 시험을 대비하여 성실히 카지노 게임하고 좋은 점수를 얻어내는 성취감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로 인해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아이가 되고 자존감은 점점 높아진다.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나중에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한 아이들이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런 나의 이상적인 생각들이 곧잘 실현되었다. 카지노 게임 양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4학년이 되니 카지노 게임의 양은 물론이거니와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영어의 진도는 선두그룹의 경주마처럼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수학문제도 생각하여 푸는 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국어나 과학, 사회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카지노 게임할 양이 많아지고 난이도가 높아지니 자연스레 카지노 게임에 대한 잔소리가 많아졌다.


풀어야 할 문제집은 쌓여가고 아이들은 카지노 게임를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 말로는 문제집을 풀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기는커녕 남아도는 시간에 둘이 싸웠다 화해했다 난리 부르스를 추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학원도 돌리지 않고 주말에는 하고 싶은 게임도 마음껏 하게 하는 등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는데(내 입장에서는) 도대체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우리보다 어린 자녀를 둔 지인의 얘기를 들었던 게 크게 한몫했다. 지인이 말하길 자신의 아들이 수학학원, 영어학원, 논술학원 등을 다니며 학원숙제를 하느라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일과가 끝난다고 한다. 거기다가 그 아이는 학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의욕적인 아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욕적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부터 불안증이 고조되었다. 다른 아이들은(심지어 어린) 벌써부터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에 비하면 그야말로 한 여름의 베짱이나 다름없다. 천하태평이다.


어느새 나는 잔소리꾼 엄마가 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아이들이 얄미웠다. 그러던 중 대학교 영재원 시험을 보고 나서 마침내 나의 스트레스는 폭발했다. 활화산의 마그마가 되어 뚜껑이 제대로 열린 것이다. 6문제를 푸는 문제를 한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풀고 한 아이는 2문제를 못 푼 것이다. 2문제라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율로 거의 떨어진 거나 다름없다. 들어보니 놓친 2문 제도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풀고도 남는 문제였다. 단순히 2문제를 놓쳐서 화를 낸 것은 아니다. 두 아이 중 뺀질이 1호가 문제를 못 풀었기 때문이다. 훨씬 느린 2호는 최선을 다해서 모두 풀었다. 그렇다는 것은 1호가 평소에 하던 대로 또 집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시험을 보기 전에 신신당부를 했다. 시험 문제를 받으면 시간 안에 풀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집중해서 그동안 카지노 게임했던 것을 모두 쏟아부으라고(항상 나 홀로 심각하다). 우리 아이들은 항상 집중하여 빠른 속도로 푸는 것이 부족하다. 시간개념이 전혀 없다.


나는 너무 분노해서 머리카락이 모두 하늘로 솟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창 화를 내고는 급격히 에너지가 떨어졌다. 이제 카지노 게임에 대해 더 이상 잔소리 할 힘을 잃었다. 아무 생각 없는 아이들하고 도대체 무엇을 하겠는가.


이런 것들로 인해 신경쇠약이 극심해지던 차에 감기까지 정통으로 걸려 골골 대기를 일주일. 100살은 먹어버린 것처럼 온몸에 힘이 없다. 아이들에 대한 열의도 없다.


그러던 중 다른 지인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알던 선배 아이가초등학교 때까지 일등을 하다가 지금은 자퇴하고 군대 갔다고. 엄마가 초등학생 때 하도 카지노 게임를 시키고 화를 내서 애가 그 모양이 됐다고.


순간, 나는 그런 엄마는 결코 아닌데,, 하면서 억울한 마음이 스멀스멀.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카지노 게임를 한 적도 없고 나도 그런 엄마는 아니라고요.


들을 때는 억울했는데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이들을 맘 편하게 안아준 적이 언제였지? 나와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 둘도 없이 친밀한 사이였는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애초에 애들이 카지노 게임를 재미있어한 것도 나와 놀면서 카지노 게임하면서였지.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날 저녁 한 아이씩 돌아가면서 물었다.


“너희 카지노 게임를 정말 하기 싫어?”


“응, 카지노 게임 안 하고 싶어.”


나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랐다. 아이들은 반에서 시험을 보면 항상 상위권에 드는데 카지노 게임 욕심이 없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지노 게임를 안 하면 카지노 게임를 잘할 수도 없는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괜찮아?”


아이는 말이 없다.


나는 점점 혼란스러웠다.무척 허탈했다.


나는 아이들에대한 스트레스와 감기로 인해 내 몸 하나 건사할 힘도 없었다. 이런 몸의 사정으로 며칠간 아이들에게 카지노 게임를 시키지 않았다. 대신 약해진 몸을 침대에 누이고 생각했다.


그래,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래, 언젠가 스스로 카지노 게임할 때가 오겠지(자퇴하고 군대 가면 안 되잖아),

최대한 아이들을 안아주자.


우리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은 포옹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아이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이 습관이 되었는지 4학년이면 제법 컸는데도 아직도 그러고 있다. 그리고는 본인도 그런 말을 한다. 가끔 내가 할 일이 많아서 포옹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 아이들은 말한다.


“4학년이나 되면서 이렇게 엄마를 먼저 껴안고 뽀뽀하는 남자아이가 있는 줄 알아? 다들 핸드폰 질만 하고 있다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안기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카지노 게임하라는 소리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계속 안아주었다. 조금 더 어릴 때 했던 것처럼 한 없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해주고, 5대양 6대주 최고의 아들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도 엄마는 최고의 엄마야, 하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몸이 회복되어 다시 할 일을 시작했다(이미 문제집을 많이 사놨기 때문에..). 아이들과 유대감을 다시 회복하고 나니 아이들과의 카지노 게임도 조금은 쉬워졌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화를 참고 아이들이 아직 노는 것이 훨씬 좋은 때니 살살 달래 가며 하자며 나를 다독인다.


신경질적인 엄마가 되지 말자고 순간순간 생각한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감정을 따라가 보자. 카지노 게임 잘해서 일등을 해도, 명문대에 가도 성격파탄자가 되어 삶을 망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어 여행지가 아닌 도주처로 동남아를 찾을 수 있다. 혹은 장돌뱅이처럼 정처 없이 조국산천을 떠돌 수도(어떻게 된 일인지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다).


카지노 게임가 다가 아님을 이미 살아온 날들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건강한 정신과 성실함, 진실함. 그런 것들을 먼저 채워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에서 받는 한 없는 지지와 사랑, 그런 안정감을 주자. 그런 것들이 내면을 가득 채우면 넘치기 마련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 위에 쌓은 실력이 진짜다. 세상에는 그런 '진짜 실력'이 필요하다.


오늘도 나에게 얘기한다. 남과 비교하는 정교한 저울을 내려놓고 카지노 게임보다는 포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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