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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Apr 28. 2025

너도 카지노 게임 있니?해결할 수 없는 고민에 대처하는 방법

카지노 게임을 해결하는 방법은 일단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소통하는 것

"카지노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세상엔 해결하지 못하는 카지노 게임도 있다는 걸 알았어.

그럴 땐 카지노 게임을 대하는 내 마음을 바꿔보는 것도 필요하더라"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그림책 너도 카지노 게임이 있니? 에서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된 구절이다. 요즘 아이들과 감정에 대한 수업을 주로 하고 있는데 우연히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는 책을 둘러보다가 감정 관련 수업에 적합할 것 같아 바로 품 속에 안고 돌아왔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빈도는 줄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심각성이 대두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울증, 자해, 자살 등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이다. 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땐 그 어느때보다도 학교폭력이 심각한 시기였다. 아직까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대구에서 일어난 한 중학생의 자살사건. 그 사건 이후로 전국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고 교실에서도 학교폭력 관련 교육은 필수로 이행해왔다. 그렇게 십여년이 지난 지금, 그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추세이다.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데 근 십년이상이 걸렸다.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지만 그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학생들의 우울증, 자해, 자살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때보다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사회에서 지내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전전하느라 부모와 제대로 된 대화시간도,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학업 성취, 성과 등만 우선시 하다보니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그야 말로 오래 썩어 고인 물과 같이 위태한 실정이다.


지난 13년간 교육현장에 근무하며 그런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피부깊숙이 체감하고 있는 터라, 나는 올해들어 아이들과 감정을 나누는 수업을 해보고자 깊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창체시간마다 감정관련 그림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어보고자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낯설어하더니 이제 월요일 1교시에 그림책을 읽을 생각에 월요병이 덜해졌다는 아이들이 몇몇 생겨났다.


오늘의 그림책은 바로 카지노 게임에 관한 그림책. 그림책 속 소녀는 그림그리기를 즐겨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아 카지노 게임인 , 우리반 아이들도 흔히 할법한 카지노 게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이런 저런 동물들에게 카지노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만난 물고기에서 들은 말이 바로 위의 구절이다.


"내 마음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더라"


아이들과 이 문장에서 한 참을 머물렀다. 해결되지 않는 카지노 게임에 대항하는 방법은 카지노 게임에 대한 내 마음을 바꿔본다라. 가슴에 뜨끈한 무언가가 차올랐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희의 카지노 게임은 무엇이니?

나의 질문이 적막한 교실을 울리자 아이들은 늘 그래왔듯 골똘한 표정으로 머리를 갸우뚱하는 중이다. 그러다 불쑥 손을 든 우리반 회장 도겸이. 아까 책을 읽기 전에도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는 데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우리 반 유니콘 도겸이는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의 생활이 흡족해서 카지노 게임거리가 없다고 했었다. 그러다 문득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의 카지노 게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보았는지 마음 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둔카지노 게임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고개를 들었는지 무려 7개의 카지노 게임을 찾았다고 한다. 7개를 다 말해도 되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워 그런 도겸이가 가진 카지노 게임을 귀기울여 듣기 시작한다.


"형이랑 자주 싸우는 것, 수학문제가 쉽게 잘 풀리지 않는 것. 학원숙제가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인 것"

쓰다보니 자신이 가진 카지노 게임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아이들은 공감하는 내용이 더러 있는 지 여기저기서 맞아맞아 추임새를 넣는다.

또 한 아이는 학원이 너무 늦게 끝나서 카지노 게임, 수학 시간에 줄곧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한 아이는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늘 쉬는 시간을 못쉬며 할일을 늦게 끝내는 아이는 자신이 느린 것이 카지노 게임, 국어사전을 빨리 못찾는 것, 배움노트를 잘 못쓰는 것, 할일을 미루는 것 등등 24가지의 카지노 게임은 가지각색이었다.


30분 내내 아이들의 카지노 게임자랑만 하다 시간이 다 갈정도로 아이들의 작은 속에 쌓인 카지노 게임들이 때를 만난듯 솟아나와 온 교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터치하듯 릴레이로 한명씩 카지노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아이들의 표정은 신기하리만치 개운한 표정이었다.

한창 카지노 게임보따리를 풀어놓았으니 이제 서로의 의견으로 해결방법을 내놓을 차례. 책에서 본 글귀처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마음을 바꾸어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아까 수업시간 미술시간마다 느려서 카지노 게임이라는 친구에게 한 아이가 말한다.


“넌 느리지만 키크는 건 빠르잖아, 괜찮아“


그 말에 느린 것이 카지노 게임이라던 키큰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또 수학을 못해 카지노 게임이라는 맨 앞에 앉은 여자아이에게 평소 늘 수학 백점을 놓지 않는 또 다른 아이는


“넌 그림을 남들보다 잘하잖아. 미술시간엔 네가 늘 부러워”


수학을 못하는 아이의 얼굴에도 해사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렇게 서로의 카지노 게임에 나름의 답을 제시하며 마음을 바꾸는 연습을 하는 동안 교실은 어느새 훈기로 달아오른다.


카지노 게임을 모두 나눈 뒤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표가 붙은 보드판에 카지노 게임을 하나둘씩 붙여두기 시작한다. 수업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카지노 게임을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다 잘하는 것 같은 친구도 나름의 카지노 게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나랑 같은 카지노 게임을 가진 친구를 보며 위안이 되었어요"

"제 카지노 게임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본 좋은 시간이었어요"

사실 한 시간여의 수업동안 아이들의 카지노 게임이 개운하게 해결되는 마법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느낀 사실은, 카지노 게임을 그저 내놓기만 해도 위안을 받았다는 것,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힘든 지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그 카지노 게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발딛음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큰 수확이라면 수확일테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수업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세상 밖으로 내놓고, 서로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공감하고 위안하는 소소한 활동에서 우리의 마음은 점점 단단해진다. 이번 수업도 마찬가지다. 24명의 카지노 게임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시간의 활동으로 우리의 흐릿하고 이지러졌던 마음은 가지런히 정돈되고 또 개운해졌으리라.


느린 친구에게는 키가 크는 속도가 빠르다고, 수학을 못하는 친구에겐 미술을 잘하지 않냐고 조언해준 아이들처럼 우리에겐 카지노 게임을 대하는 마음을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할테다. 그래서 마음건강을 돌보는 수업은 계속되어야한다. 일주일 한 번, 그림책으로 마음소통하는 활동이 꾸준히 이어나갈 힘을 다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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