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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
-조은-
등 뒤가 서늘하다
뒤처져 걷는 네가
울고 있다!
파장이 느껴진다
들먹거리는 어깨가 느껴진다
눈물이 양식인 듯
입속으로 자꾸 들어간다
네 말은 끊길 데가 아닌 데서
끊어진다
너는 검은 웅덩이처럼
세상을 밖으로만 끌어안았다
내가 그 속을 보았다면
우린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고
수면을 때리는 돌멩이처럼
기습하듯 뒤를 돌아본다
얼굴 가득
바위의 이음새 같은 주름이 접힌
너는 눈물을 감추려
얼른 등을 보인다
네 등 뒤도
서늘할 것이다
오래전 일이다. 가로등이 켜진 길 위를 여자가 걷고 있다. 남자와 만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여자는 혼자 걷고 있다. 울먹이며 걷는 여자의 걸음은 느리다. 미련을 달고 걷느라 발이 무겁다. 여자의 앞에 앉아 있던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울며 걷고 있다. 헤어짐은 왜 이토록 아픈 건지. 몇 번의 카지노 게임을 겪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늘고 가늘게 이어지는 인연이었다. 억지로 참고 견디는 시간이었다. 여자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를 잊을 자신이 없었다. 뚜렷한 카지노 게임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기에 따라 참을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여자는 발끈했고, 남자가 돌아섰다.
어디쯤 왔을까? 여자의 등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다. 급하고 빠른 발놀림이다. 여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뒷사람의 숨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자의 오른쪽 어깨를 잡았다. 여자의 등이 깜짝 놀랐다.
얼마나 뛰어온 걸까. 한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여자는 모른다. 다만 남자의 눈이 슬퍼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는 여자를 와락 안았다.
카지노 게임해. 아무래도 좋아. 그냥 카지노 게임해.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 여자가 또다시 운다. 걸으면서 울었던 눈물이 아픔이었다면, 남자의 어깨에 기대 우는 눈물은 기쁨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웃었다. 울다 웃은 남자의 얼굴을 여자가 쳐다본다. 남자의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자국을 닦아주며 여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미안해. 그런데 너랑 정말 헤어지기 싫어. 여자와 남자는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그날 밤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카지노 게임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카지노 게임을 알 수 있다. 등 뒤가 서늘해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그 격렬함 온몸을 흔드는 슬픔이 있었다. 남자에게 등을 돌리며 여자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